쓰레기종량제를 바라보는 백화점, 슈퍼, 편의점등의 유통업체와 외식업계의
표정에는 당혹감이 짙게 배어 있다.

포장을 줄이고 쓰레기의 양을 최소화하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꼭 들어맞는 해결책이 눈에 보이지 않고 종량제실시가
쓰레기 처리비용의 증가로 이어질게 뻔해 애를 태우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된 편의점의 경우 LG25가 지난해말 수도권내
16개점포를 대상으로 종량제실시에 따른 영향을 예측,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점포당 월평균 5만3천원이던 쓰레기수거료가 이달부터는 27만원으로
무려 5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G25는 전체쓰레기중 병, 캔, 플라스틱등의 재활용품 비율이 26.6%에 그친
반면 용기면, 도시락, 샌드위치등 편의식품에서 발생하는 쓰레기가 64.5%를
점유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LG25를 비롯한 편의점업계는 이에따라 종량제실시에 따른 수거비용증가를
막기 위한 열쇠가 편의식품 쓰레기의 처리에 달려 있다고 판단, 점내에
쓰레기압축기를 설치하는 방안등 대책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지만 뚜렷한
묘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편의점업계는 라면업계등 제조업체측에 제품공급가를 인하하거나 별도의
비용을 부담해 주도록 요구했지만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은데다 이달
1일부터 점주재량으로 일부매장에서 조리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얹어 받았던
방식도 소비자들의 반발에 밀려 좌절되자 냉가슴을 앓고 있다.

대당 가격이 8백만원에 이르는 쓰레기압축기는 설치비용이 과중한데다
용기면국물등의 처리에는 별효과가 없어 각매장마다 갖추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게 업체들의 고백이다.

따라서 편의점업계는 판매감소를 감수하더라도 점주재량으로 편의식품의
매장내 시식을 금지하든지 편의식품을 종전대로 판매하면서 쓰레기발생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짜내던지 전업체가 양자택일의 기로에 설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패스트푸드업체도 사정은 별다를바 없다.

서울및 수도권지역에 16개의 매장을 열어놓고 있는 하디스햄버거는 매출
10만원어치당 평균1백 들이 봉투 1개(종로구의 경우 1천4백60원)분량의
쓰레기가 발생해 하루 6백만원어치를 파는 매장에서만 한달수거비용이
2백만원을 넘어설 전망이다(하루60장x30).

이는 전문용역업체에 의뢰했을 경우의 월40-50만원보다 4-5배가 늘어난
것이다.

롯데리아등 일부 패스트푸드업체는 압축기를 설치, 사용중이나 쓰레기의
부피는 줄어든다 해도 절대무게는 변함이 없는데다 일부수거업체들이
종량제실시로 패스트푸드업체들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 점을 악용, 부피가
아닌 무게로 수거수수료를 계산해 주도록 요구하고 있어 압축기설치에 따른
실익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형래하디스햄버거차장은 "쓰레기의 양을 줄이기 위해 우선 비닐봉투속
에서 큰 공간을 차지하는 음료수컵(하루사용량 약8천개)을 매장에서
차곡차곡 쌓아놓고 분리수거중이나 종량제실시에 따른 부담을 줄일 별다른
묘책은 없는게 사실"이라고 털어놓고 있다.

백화점업계 역시 쓰레기의 양을 줄이기 위한 대책마련에 머리를 짜내고
있다.

롯데, 신세계등 대형백화점들은 종량제실시로 포장은 버리고 알맹이만
가져가려는 고객이 늘어날 것에 대비, 오는 20일을 전후해 본격화될 설날
선물세트특판행사를 기해 불필요한 포장은 가급적 줄인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캔, 병, 종이등의 재활용품을 1백% 골라낼수 있는
컨베이어시스템을 이달초 설치했으며 백화점내 식당의 쓰레기배출을 최소화
하기 위해 쓰레기압축기 1대를 추가로 들여놓았다.

보온, 보냉및 파손방지를 위해 포장이 불가피한 제품에 대해서는 재활용
포장지를 이용하고 매장내에 포장지회수코너를 설치해 포장재를 되가져
오는 고객에게는 양파등 우리농산물을 증정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매월 마지막주를 환경주간으로 설정, 그린쿠폰을 가져오는
고객에게는 장바구니, 농산물등을 증정하고 쓰레기발생량이 적은 상품이나
재활용이 가능한 상품만을 모아 진열, 판매하는 별도의 코너를 매장안에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유통업계는 쓰레기종량제가 그동안 업체별로 부분적으로 시행해 왔던
그린상품교환제도(캔, 팩등을 수거해 오면 재생비누나 화장지등으로 교환해
주는 것)등 환경캠페인을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관계자들은 "다량의 쓰레기발생이 예상되는 오는 13일부터의
백화점정기세일행사가 고객들의 종량제에 대한 적응및 유통업계의 대응방향
을 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전제, "달라진 환경에 적응키 위한
각업체들의 아이디어경쟁도 이를 계기로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