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우리 기업인들의 방북일정을 짤때 자유경제무역지구인 나진/선봉
지역을 반드시 방문토록 하고 있다.

정부의 남북경협허용조치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12월13일 방북한 쌍용그룹
투자조사단은 체류일정의 대부분을 이 지역의 ''견학''에 할애했고 방북승인
허가를 받은 현대 삼성 럭키금성그룹과 대동화학 영신무역 등도 이 지역이
주요 방북코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북한이 대외개방의 교두보로 내세우고 있는 나진/선봉은 어떤
곳인가.

이곳은 북한의 동북부 산간오지에 위치한 746평방km 면적의 자유경제무역
지구이다.

전세계의 유일무이한 폐쇄체제인 북한이 외국자본을 조건없이 받아
들이겠다고 공언한 개방지구이다.

대한무역진흥공사와 삼성경제연구소 쌍용그룹 등의 대북담당 직원들은 최근
국내외 자료를 토대로 만든 나진/선봉지역 조사결과 보고서에서 "북한의
자본유치 열망과는 달리 사회간접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처녀지"라고 밝히고
있다.

북한은 남한기업과 외국기업들이 사회간접시설이 전무한 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꺼리자 최근 군사개발총국 소속의 군인들을 동원, 도로개설공사를
벌이고 있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인사들은 "도로는 비포장이며 도로폭도 차량 1대가
지나갈수 있을 정도"라면서 "중국의 도문 용정지역과 연결할 도로및 기존
도로의 확장공사가 진행중"이라고 전했다.

중국 도문및 러시아극동지역으로 연결되는 철도와 환상철도망이 있으나
화차로 운영되는 수준이다.

북한이 자유경제무역지구의 항구 가운데 가장 많은 개발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나진항은 현재 3개부두에서 하역작업을 하고 있으나 컨테이너 전용
부두는 없다.

4호부두는 확장공사중이다.

전력공급도 매우 불안정하다.

220V를 사용하는 전력은 주변에 3개 발전소가 있으나 연료부족으로 전력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

용수의 경우 두만강 수원이 충분하다고는 하지만 호텔에서도 하루 1시간
정도만 급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지역의 국내외 통신은 모두 평양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데다 수동식
전화기를 이용하고 있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개발전담요원들은 국내외와의 연락을 위해서 주로 평양에 머물면서 자주
왕래하고 있다.

북한전문가들은 "북한측이 나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에 대한 개발을
국가최우선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향후 모든 외국인 투자는 맨
먼저 이 지역에 유치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측은 나진/선봉외에 신의주와 남포 원산 등의 추가개방 필요성을 인식
하고 있으나 이들 지역까지 개방할지의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들 지역을 개방할 경우 나진/선봉지역보다 상대적으로 투자여건이 양호한
추가개방지역에 투자가 몰려 개발이 늦어질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은 지난 92년 아시아개발은행(ADB) 가입신청과 45억달러의 차관을
요청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북-미회담이 타결되었지만 북한에 대한 국제금융기관의 입장이 아직
바뀌지는 않았다.

현재 나진/선봉지역을 관할하는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는 이 지역에 해외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중국 등지에 사무실을 설치, 서방투자기업을 찾고
있으나 도로 항만 철도 등의 대규모 사회간접시설투자희망업체를 만나지
못했다.

북한전문가들은 "현재 나진/선봉지역에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은 사실상
한국기업들뿐이라는 인식이 북한의 투자유치실무진 사이에 퍼져 있다"면서
"투자유치실무진은 외국기업 유치가 부진하자 초조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 김영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