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692) 제3부 정한론 : 대내전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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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사이고의 결단이라기보다도 심복 부하들의 탄원을 끝내 물리칠
수가 없어서 마지못해 내린 결정이라고 할수 있었다.
사이고가 사학교를 창설해서 인재를 기르며 한편 사설 군대를 양성한
까닭은 좀더 크고 분명한 명분이 설 때를 기다려 제이의 유신을 단행하기
위해서였다. 결코 권력을 되찾기 위한 사사로운 동기로는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천황을 위하고 국가를 위해 현정권을 무너뜨리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
도래하면 결연이 일어설 결심이었다.
그러나 그 역시 사람이어서 때때로 오코보에 대한 증오가 끓어올라
그것을 억누르느라 애를 먹어 왔는데,이번에는 그가 자기를 암살하려고
자객들을 보내기까지 했다니 도저히 참을 길이 없었다.
제이의 유신을 위한 대거사를 도모하기에는 명분이 사사롭고 감정적이기는
하지만,사태가 이미 자기로서는 속수무책인 것 같아 부하들에게 내맡기듯이
응락을 해버린 것이었다.
사이고의 승락이 떨어지자,기리노를 비롯한 사학교당의 간부들은 즉각
작전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먼저 도쿄까지 육로로 갈 것인가,바닷길을
택할 것인가부터 논의했다. 군사를 총동원할 경우 삼만에 이를 것 같았다.
그 많은 군사를 다 배로 싣고 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육로와 해로로 나뉘어서 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군사를 그런 식으로
양분하는 것이 작전상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의견이 엇갈리었다.
사학교 학생들과 가고시마의 사족들은 주로 육전에 길들여진 병력이었다.
수병은 극히 소수였다. 그리고 함선의 수효도 많지가 않았다.
"내 생각에는 배로 가는 일이 단념하고,육로 하나를 택해는 게 좋을 것
같소.배로 가다가 만약 정부군의 함대가 앞을 막아서기라도 하면 꼼짝없이
전멸 당하고 말 거요. 정부측의 해군력을 당해낼 수가 없는 게 실정아니요"
"그렇다고 지금까지 준비해온 함선을 그대로 항구에 묶어두고,육로로만
간다는 것도 아쉬운일이잖소,일부는 바다쪽으로 보내는 것도 불리한 작전은
아닐 것 같은데요. 특히 대포는 배로 싣고 가는게 육로로 끌고 가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단 말이오"
기리노의 의견에 대하여 포대학교의 교장인 무라다가 반론을 제기하고
있었다. 총대학교와 유년학교의 교장인 시노하라가 입을 열었다.
"육로와 해로 두 갈래로 가게 되면 작전상 보조가 잘 안 맞을 가능성이
많아요. 연락이 수월하지 않다 그거요. 도쿄에 도착하는 시기도 같지 않을
거고요. 보나마나 바다로 간 쪽이 월등히 먼저 도착할텐데,그 병력만으로
뭘 어떻게 하겠소"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0일자).
수가 없어서 마지못해 내린 결정이라고 할수 있었다.
사이고가 사학교를 창설해서 인재를 기르며 한편 사설 군대를 양성한
까닭은 좀더 크고 분명한 명분이 설 때를 기다려 제이의 유신을 단행하기
위해서였다. 결코 권력을 되찾기 위한 사사로운 동기로는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천황을 위하고 국가를 위해 현정권을 무너뜨리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
도래하면 결연이 일어설 결심이었다.
그러나 그 역시 사람이어서 때때로 오코보에 대한 증오가 끓어올라
그것을 억누르느라 애를 먹어 왔는데,이번에는 그가 자기를 암살하려고
자객들을 보내기까지 했다니 도저히 참을 길이 없었다.
제이의 유신을 위한 대거사를 도모하기에는 명분이 사사롭고 감정적이기는
하지만,사태가 이미 자기로서는 속수무책인 것 같아 부하들에게 내맡기듯이
응락을 해버린 것이었다.
사이고의 승락이 떨어지자,기리노를 비롯한 사학교당의 간부들은 즉각
작전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먼저 도쿄까지 육로로 갈 것인가,바닷길을
택할 것인가부터 논의했다. 군사를 총동원할 경우 삼만에 이를 것 같았다.
그 많은 군사를 다 배로 싣고 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육로와 해로로 나뉘어서 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군사를 그런 식으로
양분하는 것이 작전상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의견이 엇갈리었다.
사학교 학생들과 가고시마의 사족들은 주로 육전에 길들여진 병력이었다.
수병은 극히 소수였다. 그리고 함선의 수효도 많지가 않았다.
"내 생각에는 배로 가는 일이 단념하고,육로 하나를 택해는 게 좋을 것
같소.배로 가다가 만약 정부군의 함대가 앞을 막아서기라도 하면 꼼짝없이
전멸 당하고 말 거요. 정부측의 해군력을 당해낼 수가 없는 게 실정아니요"
"그렇다고 지금까지 준비해온 함선을 그대로 항구에 묶어두고,육로로만
간다는 것도 아쉬운일이잖소,일부는 바다쪽으로 보내는 것도 불리한 작전은
아닐 것 같은데요. 특히 대포는 배로 싣고 가는게 육로로 끌고 가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단 말이오"
기리노의 의견에 대하여 포대학교의 교장인 무라다가 반론을 제기하고
있었다. 총대학교와 유년학교의 교장인 시노하라가 입을 열었다.
"육로와 해로 두 갈래로 가게 되면 작전상 보조가 잘 안 맞을 가능성이
많아요. 연락이 수월하지 않다 그거요. 도쿄에 도착하는 시기도 같지 않을
거고요. 보나마나 바다로 간 쪽이 월등히 먼저 도착할텐데,그 병력만으로
뭘 어떻게 하겠소"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