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을 하는 사람에게는 누구나 어떤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건강과 한주일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것 아니겠는가. 여기에 친목이라는
세요소가 가미되면 자연스럽게 하나의 모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문예진흥원의 산악회도 이런 일반적인 것들의 결성이유와 다를바 없다.

그러나 다만 다른 산악회와 다른 점이 있다면 회원20명 모두가 예술지원의
업무영역에 있다는 점이다.

예술가들의 창조활동을 지원하는 일이 주업무이기에 모든 사람들은 행복한
직장생활이라고 말하지만 천인천색의 예술가들이 지닌 개성은 오히려 말
못하는 스트레스가 될수가 있다.

예를들면 무대의 조명밝기 하나에서부터 음향의 잡음까지도 까다로운
예술인들의 주문을 맞추다 보면 자연히 예술적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딘가에 가서 실컷 소리나 지르는 모임을 만들기로 했고
매주 거르지 않고 악을 쓰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산행을 한다.

한주일동안의 피로를 풀기 보다는 한주일동안의 스트레스를 풀기가 목적인
셈이다.

사실 산행의 정도는 아니겠으나 설악산과 대둔산 북한산을 오르내리면서
우리들이 지르는 괴성은 어찌보면 다음주의 공연행사나 미술전시를 보다
윤활하게 해주는 큰 밑천이기도 하다.

박치홍 고영배 송철구 전종희 김정식 안덕화 홍수표 이연원 차용병 박성범
임영빈 조갑종 이광우 최성영 박해윤 김해성 박영범 이현재 이철구, 그리고
모든 연극인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구내식당 진여사.

이런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대민봉사부서나 문예회관의 스텝,미술회관의
스텝들로 짜여진 까닭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다.

땀을 흘리고 나서 얻는 보람처럼 우리가 스스로 마음의 고민을
털어내고 얻는 평정이 곧 예술인들의 창작에너지의 한 부분이 된다는
것을 생각한다.

가끔은 산상에서 기술스텝회의가 열리곤 하는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이다.

보다 좋은 작업의 뒷편에서 묵묵히 자기의 일을 해나가려는 노력뒤에는
이같이 맑게 자신을 정화시켜주는 산이 있기 때문이다.

악쓰는 일은 95년부터 자제하기로 한다라는 결의를 해보지만 여간해서는
지켜질것 같지 않다.

그래서 다른 산악인들에게는 늘 미안함을 가지고 반성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