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시론] 새해 소망 .. 김우식 <연세대 공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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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21일 금요일 아침, 무심코 TV를 보니까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성수대교 붕괴 참사 소식에 접하게 됐다.
어안이 벙벙하고 하루종일 표현하기 어려운 분노가 치밀면서 누군가를
흠씬 두들겨 주고 싶은 심경 속에 괴롭게 보냈다.
지금도 편치 않은 심경은 마찬가지다.
더욱이 서로 책임을 미루고 발뺌하는 당사자들과 명쾌하게 가려내지
못하고 어물거리는 당국,사고가 날때마다 보상과 사과로 적당히
끝내버리는 요늘의 몰염치한 현실은 우리를 더욱 지학적으로 만들고
있다.
다리하나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서 첨단기술로 흥국을 하고 선진G7들과
경쟁을 하겠다는 것이 참으로 무모하게 들리고,더욱이 50~60년전 일제
시대에 만든 한강대교는 멀쩡한데 15년된 성수대교는 무너지고 여타
곳곳의 한강다리들이 결함투성이라는 사실은 참으로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그런데 기이한 것은 국내 공사들은 엉성하게 하면서 외국에 나가서는
표창을 받을 정도로 잘해 낸다는 사실이다.
동아건설의 리비아 대수로 공사,현대건설의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합
공사,말레이지아의 페낭대교,싱가폴의 레이플씨티등 이외에도 여러
건을 들수가 있다.
이것은 우리의 훌륭한 기술능력을 입증해주는 것이라고 할수 있다.
그러면 왜 이같은 내정사고의 결함이 나타나는가.
그 이유가 부실공사든 관리미숙이든간에 결국은 우리의 잘못된 사고와
의식 그리고 고질화된 구조적 병폐와 부조리가 총채의 원인이라고
말할수 밖에 없다.
어느덧 우리사회 전체에 만연되어 있는 이기주의 배금주의,한탕주의
적당주의 보신주의 과시주의 단견과 책임회피 등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그것이 오늘의 참사를 유발시킨 것이라 말할수 있다.
자기가 늘 건너다니는 다리를 자기가 부산하게 만들고 자기가 늘
마시는 물과 공기를 자기가 오염시키는 아이러니건한 현상이 오늘
벌어지고 있다.
지금 우리사회의 면모를 보자.아직도 그 꼬리가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인천북구청의 세금횡령사건,국민의 공복으로서 국민의 피땀어린 세금은
18년간이나 버젓하게 빼돌릴수 있었다는 사실에는 헛 웃음밖에 나오지가
않는다.
끔직스런 지존파의 살인사건은 병든 사회의 오물더미속에서 솟아난
독버섯과 같은 것이다.
그들의 살기어린 눈빛에서 병든 사회에 대한 불같은 증오를 느끼며
인성의 한계와 적개심의 극을 보는것 같다.
70노인이 생활고와 자식들의 냉대끝에 망처의 묘 옆에서 90노모를
목졸라 죽인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한없는 비몽함과 슬픔을 안겨주고
와그르르 무너져 내린 도덕성의 현장을 보게 하는 것이다.
빈번하게 벌어지는 택시승객 납치살에 사건,사람이 사람의 목숨을
그렇게 쉽게 유린할수 있단 말인가.
규율과 명령을 생명으로 하는 군에서 조차 어처구니없는 "소대장
길들이기"란 사건으로 장교들이 탈영을 하고 정규육사를 나온 전도가
창창한 젊은 장교가 런닝셔츠바람으로 수갑이 채워져 끌려가는 모습은
또 한번 우리를 가슴아프게 만든다.
사격훈련장에서의 총기난사로 인한 장교살해사건은 또 무엇인가.
비록 소수라고 믿고 싶지만 군인의 군기가 이러할진데 국방수뇌부의
호언장담이 과연 얼마나 먹혀들수 있을까.
두렵기 그지없는 심정이다.
더욱이 얼굴들기가 부끄러운 일은 새벽에 어느 채소장수 여인이
교통사고를 당하여 쓰러져있는데 주위의 행인들이 목숨을 구하기보다는
먼저 길바닥에 흩날리는 200만원가량의 돈을 주워가버려 전국은 목숨을
잃은 사건은 차라리 이 나라를 떠나고 싶은 심정을 갖게 한다.
죽어가는 목숨보다 주변의 지폐에 눈이 먼 내 이웃,우리 가족들의
한심스러운 의식이 다시한번 우리를 한없이 슬프게 한다.
이외에도 사소한 시비로 사람을 죽이고 부모를 때려 숨지게 하며 죄를
짓고도 당당해 하며,양심을 속이고도 태연자약하는 낫두꺼운 칠면피의
우리들.
이와같은 의식과 사고로 과연 우리가 21세기 "잘사는 나라"를 이룩할수
있을 것인가.
대통령은 소리높여 외치고 발을 동동 굴러도 국민들이나 공복들이
눈치만 보고 움직이지 않으면 무슨 일이 제대로 되겠는가.
이래가지고는 앞으로 제2의 성수대교같은 사건이니,항간에 떠도는
지하철 함몰,대청아파트 붕괴같은 국가적 참사가 다시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원래 우리민족은 풀뿌리 같은 강인성을 가진 민족이고,합심과 근면으로
매배고픔과 헐벗음의 악몽이던 "보릿고개"를 거뜬이 이겨낸 민족이다.
이제 하루속히 모든 것을 새롭게 정리정돈하고 가다듬어야 한다.
나무위의 열매에만 관심을 두지말고 나무밑 땅속의 뿌리부터 손질하고
다듬어야 한다.
우리의 기본의식과 자세부터 철저히 가다듬도록 해야한다는 말이다.
우선 우리모두가 들든 마음에 허둥대며 살고있지않나 살펴보며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혀 "나"가 아닌 "우리"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작은 일에서부터 철저히 책임질줄 아는 풍토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우선 지도급에 있는 사람들이 정직성과 희생정신을 갖고 솔선수범에
나가야 한다.
제발 "살기좋은 나라"를 가구어 나가자.
도덕과 질서가 잘 잡혀진 나라로 아름다운 국토,청결한 나라,그리고 온
국민이 맡은 일에 정성을 다하고 근면이 큰 덕목이 되는 그런 나라를
새해에는 만들어 보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31일자).
성수대교 붕괴 참사 소식에 접하게 됐다.
어안이 벙벙하고 하루종일 표현하기 어려운 분노가 치밀면서 누군가를
흠씬 두들겨 주고 싶은 심경 속에 괴롭게 보냈다.
지금도 편치 않은 심경은 마찬가지다.
더욱이 서로 책임을 미루고 발뺌하는 당사자들과 명쾌하게 가려내지
못하고 어물거리는 당국,사고가 날때마다 보상과 사과로 적당히
끝내버리는 요늘의 몰염치한 현실은 우리를 더욱 지학적으로 만들고
있다.
다리하나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서 첨단기술로 흥국을 하고 선진G7들과
경쟁을 하겠다는 것이 참으로 무모하게 들리고,더욱이 50~60년전 일제
시대에 만든 한강대교는 멀쩡한데 15년된 성수대교는 무너지고 여타
곳곳의 한강다리들이 결함투성이라는 사실은 참으로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그런데 기이한 것은 국내 공사들은 엉성하게 하면서 외국에 나가서는
표창을 받을 정도로 잘해 낸다는 사실이다.
동아건설의 리비아 대수로 공사,현대건설의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합
공사,말레이지아의 페낭대교,싱가폴의 레이플씨티등 이외에도 여러
건을 들수가 있다.
이것은 우리의 훌륭한 기술능력을 입증해주는 것이라고 할수 있다.
그러면 왜 이같은 내정사고의 결함이 나타나는가.
그 이유가 부실공사든 관리미숙이든간에 결국은 우리의 잘못된 사고와
의식 그리고 고질화된 구조적 병폐와 부조리가 총채의 원인이라고
말할수 밖에 없다.
어느덧 우리사회 전체에 만연되어 있는 이기주의 배금주의,한탕주의
적당주의 보신주의 과시주의 단견과 책임회피 등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그것이 오늘의 참사를 유발시킨 것이라 말할수 있다.
자기가 늘 건너다니는 다리를 자기가 부산하게 만들고 자기가 늘
마시는 물과 공기를 자기가 오염시키는 아이러니건한 현상이 오늘
벌어지고 있다.
지금 우리사회의 면모를 보자.아직도 그 꼬리가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인천북구청의 세금횡령사건,국민의 공복으로서 국민의 피땀어린 세금은
18년간이나 버젓하게 빼돌릴수 있었다는 사실에는 헛 웃음밖에 나오지가
않는다.
끔직스런 지존파의 살인사건은 병든 사회의 오물더미속에서 솟아난
독버섯과 같은 것이다.
그들의 살기어린 눈빛에서 병든 사회에 대한 불같은 증오를 느끼며
인성의 한계와 적개심의 극을 보는것 같다.
70노인이 생활고와 자식들의 냉대끝에 망처의 묘 옆에서 90노모를
목졸라 죽인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한없는 비몽함과 슬픔을 안겨주고
와그르르 무너져 내린 도덕성의 현장을 보게 하는 것이다.
빈번하게 벌어지는 택시승객 납치살에 사건,사람이 사람의 목숨을
그렇게 쉽게 유린할수 있단 말인가.
규율과 명령을 생명으로 하는 군에서 조차 어처구니없는 "소대장
길들이기"란 사건으로 장교들이 탈영을 하고 정규육사를 나온 전도가
창창한 젊은 장교가 런닝셔츠바람으로 수갑이 채워져 끌려가는 모습은
또 한번 우리를 가슴아프게 만든다.
사격훈련장에서의 총기난사로 인한 장교살해사건은 또 무엇인가.
비록 소수라고 믿고 싶지만 군인의 군기가 이러할진데 국방수뇌부의
호언장담이 과연 얼마나 먹혀들수 있을까.
두렵기 그지없는 심정이다.
더욱이 얼굴들기가 부끄러운 일은 새벽에 어느 채소장수 여인이
교통사고를 당하여 쓰러져있는데 주위의 행인들이 목숨을 구하기보다는
먼저 길바닥에 흩날리는 200만원가량의 돈을 주워가버려 전국은 목숨을
잃은 사건은 차라리 이 나라를 떠나고 싶은 심정을 갖게 한다.
죽어가는 목숨보다 주변의 지폐에 눈이 먼 내 이웃,우리 가족들의
한심스러운 의식이 다시한번 우리를 한없이 슬프게 한다.
이외에도 사소한 시비로 사람을 죽이고 부모를 때려 숨지게 하며 죄를
짓고도 당당해 하며,양심을 속이고도 태연자약하는 낫두꺼운 칠면피의
우리들.
이와같은 의식과 사고로 과연 우리가 21세기 "잘사는 나라"를 이룩할수
있을 것인가.
대통령은 소리높여 외치고 발을 동동 굴러도 국민들이나 공복들이
눈치만 보고 움직이지 않으면 무슨 일이 제대로 되겠는가.
이래가지고는 앞으로 제2의 성수대교같은 사건이니,항간에 떠도는
지하철 함몰,대청아파트 붕괴같은 국가적 참사가 다시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원래 우리민족은 풀뿌리 같은 강인성을 가진 민족이고,합심과 근면으로
매배고픔과 헐벗음의 악몽이던 "보릿고개"를 거뜬이 이겨낸 민족이다.
이제 하루속히 모든 것을 새롭게 정리정돈하고 가다듬어야 한다.
나무위의 열매에만 관심을 두지말고 나무밑 땅속의 뿌리부터 손질하고
다듬어야 한다.
우리의 기본의식과 자세부터 철저히 가다듬도록 해야한다는 말이다.
우선 우리모두가 들든 마음에 허둥대며 살고있지않나 살펴보며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혀 "나"가 아닌 "우리"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작은 일에서부터 철저히 책임질줄 아는 풍토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우선 지도급에 있는 사람들이 정직성과 희생정신을 갖고 솔선수범에
나가야 한다.
제발 "살기좋은 나라"를 가구어 나가자.
도덕과 질서가 잘 잡혀진 나라로 아름다운 국토,청결한 나라,그리고 온
국민이 맡은 일에 정성을 다하고 근면이 큰 덕목이 되는 그런 나라를
새해에는 만들어 보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