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생활이 계기가 되어 인연을 맺은 해병대 35기 동기생 모임인 "노도회"
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친목단체라기 보다는 차라리 하나의
가족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걸맞을지 모르는 전우의 모임이다.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동안 남다른 전우애와 해병정신이 바탕이 되어
우리를 묶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1966년3월 동장군의 여세가 아직 을씨년스럽던 항도 진해에서 우리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빨간 바탕에 노란 글씨의 명찰, 새카만 세무 워카, 얼룩무늬 위장복,
팔각모에 빛나는 다이아몬드 계급장, 패기있고 용맹스러운 군인으로서의
기상, 이런 매력들이 우리를 해병장교로 유인하였던가!

입대 당시 이미 청룡부대가 파월되어 있던 시기여서 무모한 선택이랄
수밖에 없었던 해병대의 지원이었다.

우리들 앞에는 오직 상상을 넘는 해병대 특유의 지옥훈련과 훈련을 마치면
생사의 가름길을 넘나들어야 하는 월남 참전 명령이 기다릴 뿐이었다.

험준한 산야와 거친바다에서 펼쳐지는 고도의 훈련과 허기지고 졸리는
극한적 고통을 나누는 가운데 초급장교로서의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연마하면서 쌓아온 우리의 우의는 남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백전불굴의 투지와 무적해병의 전투력을 기르는 가운데 동기생을 서로
아끼며 해병대를 사랑하게 되었다.

피와 땀이 어린 훈련을 통해 확고한 국가관과 조국애를 터득하게 되었다.

강인한 훈련으로 새로운 젊은이들이 탄생된 것이다.

해병정신이야말로 일생동안 우리에게 늘 큰힘이 되어 주었을뿐 아니라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필자가 모임의 회장을 맡고는 있지만 노도회의 친화력과 결집력은 대단한
것이어서 모임을 이끄는데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뿐만아니라 부인들의 모임인 현숙회가 탄생되어 궂은일 좋은일 서슴없이
맡아 하는 앞치마부대로 맹활약, 그 든든함이 이루 말할수 없다.

대부분 초급장교를 끝으로 군문을 떠나 사회 각분야에서 학자로, 혹은
관료로, 사업가로 열심히 일생을 살아가고 있으며 해병 제일상륙사단장
전도봉 장군, 제2훈단장 이영세장군, 국방대학원의 김형남교수등이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으로 현역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