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가 화제로 되고있다.

어찌보면 당연히 나아가야할 방향을 놓고 보는시각,서있는 입장에 따라
갖가지 다른 의견이 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과제의 하나로
기술경쟁력의 세계화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바야흐로 무한경쟁의 시대,그리고 기술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가
되고 있는 시대에 기술 그자체의 경쟁력을 세계화하는 것이야말로 실천적
측면에서 볼때 가장 절실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70년대 이후 세계각국의 기술개발 노력은 실로 무서울 만큼 강화되어
오고있다.

지난간 20여년동안 미.일.독을 비롯한 주요국의 연구개발비는 나라에
따라 적게는 10여배,많게는 24배나 증가했는가 하면 연구원수와 1인당
연구비도 몇배씩 늘어왔다.

특히 산업계의 연구개발비가 눈에 띄게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데
기업의 총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의 비중이 전체 평균 5%대를 육박하는
가운데 업체에 따라서는 10%를 넘게 기술개발부문에 투입하는 경우도
흔하게 나타나는 실정이다.

이러한 연구활동의 증대에 따라 특허등 산업재산권의 출원도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60년에 전세계적으로 94만건에 불과하던 출원량이 22년이 지난 82년에
180만건으로 2배가 되었다.

이것이 지난92년에는 370만건으로 불과 10년만에 또다시 2배가 되었다.

기술로 싸우는 시대이니만큼 기왕에 자금.시간.인력을 투자하여 얻어낸
연구의 성과는 하루빨리 특허와 같은 산업재산권으로 자체보호망을
둘러치겠다는 의지의 발로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출원량이 2배가 되는데 소요되는 기간이 절반으로 단축되고
있는 이 추세야말로 "기술전쟁"이라 불러도 지나침이 없겠다.

이는 특허에 관련된 분쟁 또한 엄청나게 늘어나는데서 더욱 역력히
알수있다.

미.일.독등 이른바 "삼극"국가들의 경우 지나간 10여년동안 특허관련
심판청구가 3.5배나 늘어났으며,일본의 경우 지난 5년간 특허관련
분쟁에 휘말렸던 기업이 전제조업체의 56%나 된다는 조사도 나와있다.

이러한 흐름에 처하여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를 돌아보자.다행히
한국의 특허출원도 최근들어 눈에띄게 늘고 있는 것이 일견 마음
든든하게 한다.

92년 기준으로 산업쟤산권 출원건수면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제7위의
출원대국으로 부상했다.

인구수는 세계25위인 나라가 산업재산권출원이 7위라는 것은 그만큼
우리민족이 머리가 좋고 연구개발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특히 국민 몇사람당 1건의 출원이 이루어지고 있는가하는 소위
"출원밀도"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일본(151명당 1건)에 이어
세계 제2위(321명당 1건)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산업계에서 본격적으로 특허출원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했던 86년부터 93년까지 불과 7년만에 꼭 2배의 출원이 이루어졌다.

비록 단기간내에 괄목할만한 신장을 한것도 사실이지만 아직 더
노력해야할 구석이 많은것도 사실이다.

여기 기술경쟁력의 세계화차원에서 기술개발과 특허에 관련하여 더욱
힘을 쏟아야할 과제를 몇가지 살펴본다.

첫째 연구개발투자의 확대이다.

우리도 그간 R&D투자가 많이 늘어나 매출액대비 비중이 지난 20여년동안
1%대에서 2%이상으로 확대되긴 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 전체의 기술개발 투자규모가 선진국의 큰기업
하나의 투자비에도 못미치는가 하면 연구원수나 연구원 1인당 연구비
면에서도 너무나 격차가 크다.

둘째 연구개발을 함에 있어 선행기술정보에 대한 확인을 강화해야한다.

이제는 명실공히 "특허전쟁"의 시대이다.

남의 특허를 건드리거나 베껴 생산하다가는 당장 소송에 걸리고 엄청난
손해배상을 해야만하는 시대이다.

연구를 착수하기에 앞서 외국이나 국내의 다른사람(기업)이 이미
특허등록을 받은 것이 아닌지 확인한후 시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기에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세계 각국의 특허기술정보를 컴퓨터에
입력시켜 놓고 이를 전국의 기업체와 연구소등에 온라인망으로 연결시켜
주어 이들이 손쉽게 선행특허를 검색해 볼수 있도록 전산화체제를
완비해 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특허청에 일일이 조회하거나 각종 책자나 공보등을
구입하여 들쳐봐야만 알수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우리도 뒤늦게마나 올해 8월10일자로 정부의 행정전산망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산업계에 대한 특허정보 공급체제를 구축하기위한 기본계획이
확정됐다.

이에따라 이 사업을 담당하여 추진할 특허기술정보센터도 내년에 발족할
예정이다.

이러한 계획이 전국 규모의 특허정보망체제를 완비한 상태에서 21세기를
맞이할수 있도록 차질없이 추진되어야 한다.

셋째 우리국민이 출원하는 특허가 더욱 늘어나야 한다.

각국 국민들의 특허출원추세와 그 나라 경쟁력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일본과 미국의 경우를 들수 있다.

지난 20여년간 미국특허청에 출원된 특허와 실용신안은 9만4,000건에서
18만7,000건으로 증가되는 동안 일본은 19만건에서 48만건으로 증가하여
우선 외형적인 물량면에서 일본이 미국의 2배이상으로 압도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국민의 출원비중의 추세이다.

이 기간종안 미국특허청에 제출된 총출원중 미국 국민의 비중은 76%에서
50%로 급격히 축소된데 비해 일본특허청에 제출된 일본국민 자신의 출원
비중은 88%에서 90%로 오히려 확대되었다.

이러한 활동력 의지력의 차이가 그간의 양국 산업경쟁력의 대조적인
추세를 반증하는 중요한 지표였음은 당연하다.

다행히 우리의 경우에도 우리국민의 출원비중이 80년대 전반기의
70%대에서 최근 80%대를 넘고 있음은 매우 긍정적인 지표이다.

그러나 특허.실용신안의 출원건수면에서(개별건의 기술내용상 질적차이는
차치하고라도)일본국민의 총출원(43만건)에 비해 우리는 1할 수준인
4만4,000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따라 범국가적인 연구.발명분위기가 진작되어야 한다.

우선 어린 꿈나무 시절부터 발명마인드가 제고되도록 현재 전국 1만여개
학교중 4,000여개에만 설치되어 있는 학생발명반을 20세기 말까지는 모든
학교로 확산시키고 학교 교과과정에는 발명에 관련된 내용이 더욱 보강
되어야 한다.

기업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재 7만4,000여개에 달하는 제조업체중 특허관리 전담부서는 803개에
불과하며 직무발명보상제도를 실시하는 업체는 323개에 지나치 않는다.

일본의 경우 총출원의 96%가 기업내의 활발한 직무발명에 힘입은
것이라는 점,독일도 "기업체 직무발명보상법"등으로 이를 적극 뒷받침한
것이 고급기술 고유특허의 확대를 가능하게 했던 것임을 타산지역으로
교훈 삼아야 할때이다.

넷째 산업재산권 전체에서 특허.실용신안 비중이 높아지도록 구조가
개선되어야 한다.

산업재산권에는 보통 특허 실용신안 의장 상표등 4가지 권리를 통칭하고
있는데,일반적으로 기술경쟁력과 관련해서는 특허(이른바 대발명)와
실용신안(소발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4권중 특허와 실용신안의 비중이 70년의 57.6%에서 93년
에는 67.3%로 높아지고 있으며,이중 특히 특허의 비중은 24.1%에서
55.6%로 현저히 늘어났다.

오늘날 일본특허청에 제출되는 출원의 절반이상이 고도기술을 내용으로
하는 특허 출원인 것이다.

반면 미국은 같은 기간동안 특허의 비중이 68.2%에서 44.4%로 줄어들어
양국의 추세상 또 하나의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도 80년에서 93년에 이르는 동안 국민의 출원중 특허.실용신안
비중이 33.1%에서 42.1%로 늘어나기는 했으나,이 부문의 노력이
더 강화되어야 할 필요성이 크다.

특히 우리나라 제조업체 총 7만4,000여개중 특허든 실용신안이든 단
한건이라도 가지고 있는 업체는 불과 3%에 해당하는 2,191개 업체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기업체들이 기술개발을 하겠다고 설립한 기술부설연구소들 마저
사정은 비슷해 지난 상반기말 현재 총 1,842개 연구소중 16.7%인 309개
만이 단 한건이라도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치열의 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이 기술전쟁의 시대에 "남과는
무엇인가 다른"기술을 단 한건이라도 보유하여 무장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인식이 범산업계로 확산되어야 한다.

다섯째 외국에서까지 보호를 받기위한 해외출원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

92년도 기준으로 미국이 국제특허를 출원한 것이 42만건,일본 14만건,
독일 16만건인데 비해 우리는 6,000건에 불과하였다.

이는 아직도 우리의 특허가 국내 보호용에 머물러 있을뿐,전세계를 향해
보호받고 기술을 경영하려는 의지와 힘이 아직은 너무도 미약함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진국 기술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우수한 기술이
쏟아져 나와야 하는 것이 선결조건임은 물론이다.

여섯째 일단 특허받은 것은 효율적인 사업화가 이루어지도록 해야한다.

우리국민이 특허받은 것중 실용화된 비율이 81년도의 21.4%에서 93년도
에는 38.8%로 늘어나기는 하였다.

특히 기술이 생산.판매에 연결될수 있는 연접기술의 개발과 생산제품의
마케팅등 종합적인 연계체제가 발전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일곱째 특허관련 법제와 행정체제의 선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UR지적재산권 협정에서도 산업재산권제도의 국제적 통일화가 모색되고
있고 이외에도 세계 지적재산권기구(WIPO)를 중심으로 특허법 통일화
조약이나 상표법 통일화조약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이들 법제와 우리법제간의 조화가 합리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특허업무를 처리하는 정부인력과 기구를 선진국수준에 부응할 정도로
강화하여 심사의 질과 양 모두를 강화하는 것도 세계화의 중요한
과제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제 세계적인 여건이 달라지고 있다.

전세계가 지구촌화되어가는 흐름속에서 무한경쟁의 물결이 도도히
전개되고 있다.

WTO의 출범으로 상징되는 이 세계적인 개방화의 추세앞에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시대적인 과제는 "할수 있다"는 정신이다.

우리가 누구인가.

일찍이 세계 최초의 측우기 금속활자를 만들어 사용했는가 하면 세계
석학들도부터 가장 합리적이라는 평가까지 받는 고유의 문자(한글)를
창제한 민족이다.

더욱이 남북통일이 막연한 꿈이 아니라 멀지않은 현실로 다가오는
지금이다.

현재의 기준만으로도 남북한 합쳐 7,000만의 인구에 산업재산권
출원건수도 실로 세계 제4위를 기록하는 우리민족이다.

우수한 자질의 민족이 역사적인 통일을 이루게 될 21세기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민족이 세계사에 큰획을 긋는 시대여야 한다는 것은
당위이며 가능한것이자,오늘을 사는 우리모두에게 주어진 세계화의
과제임을 소리높여 강조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