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국무성에 취직한 어떤 한국계 3세는 얼굴의
모습이나 피부색깔이 각기 다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사는
하와이에서 태어나 자랐기때문에 아무런 스스럼없이 미국인이 된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왔다.

학교성적도 훌륭하여 꿈을 가진 미국의 젊은이들이 누구나 선망하는
국무성에서 일하게 되었으니 자기야말로 미국을 대표할수 있는 시민으로
자부하게 되었다.

신바람나게 근무하고 있는데 직장동료로부터 너의 고향이 어디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당연이 하와이에서 왔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그럼 너의 아버지 고향은 어디냐고 묻는 것이 아닌가.

물론 하와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럼 너의 할아버지 고향은 어디냐고 다시 캐묻는 것이다.

그제서야 이 젊은이는 정색을 하고 한국에서 왔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친구는 "그럼 넌 한국사람이야"라고 하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조국이 미국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온 이 젊은이에겐
큰 충격이었다.

한국이 할아버지의 나라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미국인인 자기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고 그때문에 한국말은 물론 한국의 문화 역사등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없었다.

그런 자기에게 넌 한국사람이라고 하니 어리둥절할수 밖에.

멍하게 서있는 이 젊은이에게 왜 그렇게 놀라느냐고 반문하며 미국이라는
나라는 자유를 찾아서 세계각지에서 온 시민들이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를
배경으로 창의력을 발휘하여 공헌함으로써 오늘날과 같은 신천지를 이룩할
수 있게 된것이라 했다.

다양성과 자유,그리고 창의가 미국사회발전의 원동력이기 때문에 누구나
그들 종족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미국의 발전에 기여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스러운 미국인의 자세라는 것이다.

미국인이 된것만 자부하고 참되게 공헌하는 길을 알지 못한 그 젊은이의
초라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참된 세계화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게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