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선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여차하면 상대
측에 보복관세를 물리거나 일부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무역전쟁이 터질
것 같은 상황이다.

양국은 중국의 지적재산권침해문제와 관세무역일반협정(GATT)가입문제를
놓고 감정싸움의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연초 섬유수출쿼터와 최혜국대우(MFN)문제로 한바탕 분란을 겪었던 양국
통상관계는 지금 겨울날씨만큼이나 냉랭하다.

미국은 최근 중국기업들의 미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증가일로에
있다고 전에 없이 강한 톤으로 비난했다.

그러면서 연말까지 중국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무역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이같은 협박성 경고를 받은 중국도 미국이 무역제재를 취할경우
즉각 역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난 상반기중 섬유문제와 MFN문제로 무역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사태를 수습, 하반기들어 해빙기를 맞았던 미.중통상관계가
다시 악화되기 시작한 것은 이달 12일부터 3일간 북경에서 개최된
미.중지적재산권보호협상이 결렬되면서 부터였다.

이회담에서 중국정부가 중국기업들의 미지적재산권침해를 근절시킬
새로운 제안을 내놓지 않자 미국은 연말을 협상타결시한으로 못박았다.

이 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였던 리 샌즈미무역대표부(USTR)대표보는
회담이 성과없이 끝난후 외국의 지적재산권침해행위에 대한 보복을
규정하고 있는 스페셜301조를 동원,중국에 대해 무역제재조치를
취할 태세가 돼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오의 중국대외경제무역부장(장관)은 "미국이 나서면 우리도
나선다"고 응답,미국의 경고를 깔아 뭉갰다.

미국의 불만은 지난 18개월동안 컴퓨터소프트웨어 콤팩트디스크(CD)
상표권및 특허권등 미국의 각종 지적재산권이 중국에서 보호받기 위한
협상을 계속해 왔지만 중국측의 무성의로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유통되는 컴퓨터소프트웨어나 CD 레이저디스크중 95%
이상이 불법복제판이라고 미국측은 주장한다.

그에 따른 미업계의 피해액이 올해만도 8억달러를 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연초에는 미지적재산권을 침해한 중국기업들이 15개였는데 지금은
29개로 거의 두배로 늘어났다며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대중무역제재가 어떤 것이 될지는 미지수이나 미국은 8억달러에
상당하는 중국의 대미수출품에 대해 최고 1백%까지 관세를 물릴
수 있다.

일부 중국상품에 대해 수입을 금지 시킬수도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이 취할수 있는 역보복조치는 중국에 진출해있는 미
기업들에 대해 영업상으로 불리한 조치를 취하거나 정부발주 사업에
대한 미기업들의 참여를 제한하는 것들이 예상될수 있다.

지적재산권문제로 격돌하고 있는 와중에 지난주 미국이 중국의 연내
GATT재가입목표를 좌절시켜 미.중관계는 감정싸움으로 번져있다.

미국은 중국의 시장개방과 경제개혁조치가 미비,GATT회원국이 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중국의 가입요구를 받아들일수 없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악의에 찬 미국때문에 숙원사업인 연내 GATT재가입
계획이 좌절됐다"며 미국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GATT가입문제로 감정의 앙금이 쌓여있는 중국과 지적재산권침해로
금전상의 손실을 보고 있는 미국이 과연 보복과 역보복의 무역전쟁을
일으킬지는 확실치 않다.

협상과 타협으로 사태를 해결했던 과거 사례와 무역전을 치뤄봐야 둘다
피해를 입는다는 점을 감안할때 무역전쟁으로 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
같다.

지난번 중국의 불공정한 대미섬유수출여부를 둘러싸고 협상시한을
연장하면서까지 합의에 도달한 전례로 볼때 지적재산권문제도 협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무역전쟁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수는 없다.

서로의 감정이 폭발하고 있는 현상황으로 볼때 경제대국과 인구대국간의
한판 싸움이 불가피할것 처럼 보인다.

여기에다 중국측으로서는 지적재산권침해가 너무나 고질적인 문제여서
미지적재산권을 확실하게 보호해줄 수단을 단시일내에 찾기가 쉽지
않아서이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