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부는 22일 북한당국이 발표한 영공개방이 실현될 경우 서울~
하바로보스크, 블라리보스톡등 러시아극동노선과 서울~유럽노선이 운항시간
과 경비가 크게 단축될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러시아극동노선과 유럽노선에 취항하는 우리국적항공사들은 김포공항
을 이륙, 일본영공으로 우회하기 때문에 북한영공을 통과하게 되면
약1시간30분~2시간정도 비행시간이 단축될수 있다.

따라서 북한영공을 통과하면 러시아와 유럽에 취항하는 대한항공의 경우만
하더라도 연간 2백억~3백억원의 운항경비를 절감할 수 있어 국적항공사의
국제경쟁력을 높일수 있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통부는 북한당국의 이번 발표는 지난73년 6.2 3평화선언때 밝힌 문호
개방보다 한걸음 더 진전된 것이어서 이를 계기로 남북한간의 항공협력이
긴밀해질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교통부는 그러나 북한이 영공을 당장 개방하더라도 북한의 관제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당장 서울~평양~모스크바항로를 이용하는데 2년 가까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국제항공업무통과협정에 북한이 가입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영공통과
에는 양국정부간 별도의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번 영공개방천명이
현실화되는데는 남북한간에 구체적협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통부는 특히 북한이 영공개방을 발표한 이날 한.중간 정기항로가 처음
으로 개설된 시점이어서 이에대한 전략적 대응일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교통부관계자들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파견된 교통부직원으로부터
공식적인 보고가 아직 없고 ICAO측으로 부터도 어떠한 통보를 받지 않아
우선 사실확인작업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교통부의 이같은 조심스러운 분석과는 달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등
국적항공사들은 북한의 이번 조치를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현재 대한항공은 유럽노선에 주30여회, 그리고 러시아노선에 주4회 운항
하고 있는데 북한영공을 통과하게 되면 양측노선의 수익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아직 모스크바나 유럽에 취항하고 있지 않지만 지난8월
국적항공사육성지도지침개정으로 취항지역제한이 해제됐기 때문에 장기적
으로 아시아나항공의 경쟁력을 제고할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반도 통과 항공노선은 지난80년부터 ICAO가 추진해온 것으로 당시 한국~
일본, 북한~중국노선만 각각 개설돼 있었기 때문에 실효가 적었으나 이번
북한영공개방으로 한.일.중 3개국을 연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이정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