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소재에는 금역이 없는 것 같다.

새로운 아이템 발굴에 혈안이 된 그들의 발상은 이제 남자를 임신시키는
데까지 이르렀다.

남자가 임신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84년 "고스트버스터즈"로 코믹영화의 히어로로 떠오른 아이반 라이트만
감독은 아놀드 슈왈츠제너거와 대니 드비토를 보면 실험을 하고 싶어
못견디는 것같다.

그가 두사람과 손잡고 만든 첫영화는 "트윈즈". 라이트반은 이 영화에서
스포츠맨,노벨상수상자등 체력,두뇌,용모에서 가장 뛰어난 남자 6명의
유전자를 추출한뒤 한 여성의 몸을 빌어 쌍둥이를 출생시킨다.

그런다음 우성인자를 받아 유복하게 자란 동생과 열성인자에 성장환경도
열악했던 형을 우연히 만나도록 해 한바탕 소동을 벌이게 한다.

핏줄의식도 적절히 가미하면서.

이 영화로 짭짤한 재미를 본 라이트반은 최신작 "쥬니어"에서 남성미의
상징인 슈왈츠제너거에게 "엑스펙테인"이라는 신비한 약을 먹여 "임산부"
로 만든다.

불임여성을 위해 수정란 착상을 쉽게 하는 약품 "엑스펙테인"을 발명한
의학자 헤스박사(아놀드 슈왈츠제너거).

그러나 재단측이 실험지원을 중단하고 난자저온학 전문의인 여의사 레딘
박사(엠마 톰슨)를 데려오자 헤스박사는 자포자기에 빠진다.

하지만 산부인과동료인 아보개스트박사(대니 드비토)가 자신의 몸을
실험대상으로 사용한 우두접종법의 발견자 제너의 용기를 들먹이자 그는
마음을 바꿔먹는다.

할리우드의 영웅주의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아보개스트가 레딘박사의 연구실에서 훔쳐온 "쥬니어"라는
냉동난자로 인공수정란을 만들어 자신의 복강에 착상시킨다.

"임산부"가 된 헤스는 처음에는 "엑스펙테인"의 효능만을 알아보려
했으나 태아가 커가자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임산부에게 일어나는 모든 증상을 보이며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헤스는 제왕절개수술로 딸을 낳는다.

난자의 주인공은 레딘박사로 밝혀지고 두 사람은 결혼한다는 것이
영화의 중심줄거리다. 기발한 아이디어만큼 재미있게 꾸며지지는 못했다.

(24일 명보프라자 반포시네마등 개봉예정)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