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식 <한양대교수/토목공학>

성수대교붕괴사고가 난지 두달이 지났다.

검찰의 조사결과가 나오려면 앞으로도 두달정도는 더 걸릴 것이고,
관계전문가들은 성수대교가 원상복구돼 차량이 통행되려면 족히 2년
9개월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성수대교가 붕괴된 이후 성수대교와 근접한 동호대교,영동대교의
남.북진입로는 평소보다 30분가량 빠른 시간대부터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고 있다.

오전 6시30분부터 영동대교 남단에 진입한 차량들은 삼성동 무역센터와
청담동 앞 1 3구간에서 시속 10 이상을 내지못하는 체증속에 극심한
출근전쟁을 벌여야 한다.

오후 5시부터 11시 사이의 퇴근길에는 도로전체가 주차장으로 변해
버린다.

한강에는 다리가 17개나 있고 총87개의 차선이 있다.

이 17개 다리를 이용한 도강교통량은 하루 평균 185만대에 이른다.

이중에서 성수대교가 담당하는 몫은 전체 도강교통량의 5.7%다.

더 설득력있게 차선당 교통량으로 따져본다면 성수대교는 성산대교에
이어 2위를 기록했었다.

성수대교를 이용하면 올림픽대교에서 강북도심으로 바로 진입하기가
쉽다.

또 의정부 상계동 방면으로 가는 동부 간선도로와 연결되어 있어
화물트럭 통행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뿐만 아니라 성수대교 남단에는 LG유통을 비롯하여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두산음료등 대형 유통 중심지들이 자리잡고 있어
이용객들의 왕래가 많았다.

성수대교가 담당했던 몫이 작지 않았다는 것을 알수 있다.

붕괴사고이후 당장에 인근 대형 유통회사들이 물품공급과 배송에
차질을 빚고있다.

다리 양쪽 지역의 경기는 이미 상당히 나빠졌고 인근 백화점에서는
연말연시 행사도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다리를 2년9개월동안 방치해 놓는다면 거기서
오는 손해가 너무나 크다.

교통은 사람의 혈관과 마찬가지다.

동맥경화증이 일어나면 인체의 마비증세가 일어 사망에까지 이르는 수도
있다.

이제 성수대교를 이용하던 하루 7만5,000대의 승용차들이 다시 다리를
이용할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때다.

붕괴된 성수대교 5~6번 교각사이 상단 120m 전체를 교체하는 문제에
대해 심각한 논의를 해야 할 시기다.

상판자체만 교체하면 사용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전문가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교각및 기초도 보강하면 될
것이다.

우리 시민들 전부가 토목공학중 교량공학과 안전진단에 일가견을 갖게
된지 벌써 몇달이 흘렀다.

성수대교는 다른 상판의 이음새도 벌어져 있다.

다리 전체가 심하게 변형되어 전면 개.보수하는 방향도 검토하여야
한다.

가장 빨리 점검하더라도 정밀안전 진단에 3개월,보수범위가 결정된후
설계에 6개월, 제작에 1년,가설에 1년등 모두 2년9개월 정도가 있어야만
재가동 될것 같다.

강교는 기계와 마찬가지로 유지관리가 편리한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성수대교는 이런 장점을 지니고 있다.

말하자면 지금이라도 부품만 확실히 교체하고 계측장치를 가동,계속
주의보호한다면 당장이라도 승용차의 통행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에서의 "챌린저호"사건 처리과정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

사고가 난 직후 대책이 나온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사과한후 대통령
직속으로 조사위원회를 설치하였다.

몇개월이 지나 결과를 발표하였고 그 대책에 따라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미국은 국민과 여론이 그들의 지도자를 믿고 기다릴수 있는 상호신뢰에
바탕을 둔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제 모두 지난 일을 과거에 묻고 냉철한 이성으로 돌아와 성수대교를
다시 사용할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