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발표된 포철의 경영혁신은 근래에 접하기 어려운 시원한 소식이다.

특히 세계화가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어리둥절하던 국내 산업계에 이
발표는 방향제시 구실을 함직해 보인다.

내용이 조직 인사 급여체계 업무분장 역할분담등 거의 회사의 구조와
경영방식 전반에 걸친 종합적인 것이어서 가히 혁명이라 불러도 지나칠
것 같지 않다.

문제는 경영성과가 말을 하기 때문에 상당 기일이 지나기 전엔 최종
평가가 어렵겠으나 의외 변수의 돌출만 없다면 경영성과가 향상되리라는
믿음을 준다.

왜냐하면 첫째 인사권의 실질적 위임으로 팀워크의 향상이 기대된다.

각 분야 경영에 실질적 책임을 지는 19개 본부장들에게 팀구성 인사권과
예산권까지 부여한다는 명백한 변화는 조직의 활성과 효율화를 위한 가장
긴요한 결단이다.

포철같은 방대한 조직에서는 더구나 그렇다.

둘째 계획의 성격에 따라 그 수립과 집행의 소임을 수직적으로 구획하여
조직 상하간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한 점이다.

전략적 중장기 계획만 합의체인 신설 경영위원회가 맡을뿐 단기계획의
수립 집행은 밑에 위임된다.

결재사항은 최고 전무급에서 종결되고 최상위(CEO)는 장기계획 참여와
임원인사권만 갖는다.

참가적 경영으로의 접근이다.

셋째 경직적인 승진소요 연한제의 완화와 년봉제의 도입이다.

동양적 연공서열제는 첨단 경쟁시대에 와서 메리트가 적어졌다.

지나친 발탁은 경계해야 되지만 탁월한 인재에겐 더 큰 봉사의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

그것은 의무이기도 하다.

넷째 부장급 이상에 대한 년봉제 도입이 포함되어 있으나 직급구분뿐
아니라 전문직에도 이 제도가 보다 빨리 확산되어야 업무의 효율을
위해서도 이롭다.

다섯째 작아 보이지만 중요한 변화는 고졸사원에 대한 차별대우의
시정이다.

그동안 많은 직장에서 고졸사원은 대졸사원에 비해 5년이상 10년 가까운
경력차를 감수했고,그것은 많은 경우 노동조합 자체의 고집 때문이기도
했다.

포철이 이를 대학 수업기간과 같은 4년차로 축소한 것은 앞으로 학제등
여러 부문에 좋은 반향을 부를 단안이다.

포철은 주식의 분산으로 국민기업이면서 동시에 세계가 주목하는
공기업의 성격을 가진 만큼 이번의 경영혁신은 분명 국내업계에
긍정적 영향을 줄것이라 확신한다.

물론 포철혁신안이 그대로 타기업에 적용될수는 없다.

규모의 대소에서도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혁신 내용의 독창성에 있다기 보다 그러한 결단을
가능케 한 발상의 전환이고 최고경영자의 전진적인 사고라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