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반구에서 겨울이 시작되고 있다.

"혹서의 여름 다음엔 혹한의 겨울"이라는 경험적인 기후패턴이 적중된다면
올 겨울의 석유수요는 늘어날게 분명하다.

게다가 또 선진국과 아시아 지역에서의 경기상승과 함께 석유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자연 향후의 유가동향에 주목하지 않을수 없다.

세계 원유공급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석유장관
회의가 지난 21일부터 인도네시아의 휴양지 발리섬에서 열렸다.

12개 산유국(이라크 제외)들은 이틀간에 걸친 논의끝에 내년도 OPEC원유
생산량을 현수준인 2,452만배럴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OPEC 사전조정회에선 내년1월부터 적용할 생산량의 현수준 동결에는
쉽게 합의했으나 동결기간을 6개월로 할것인가, 아니면 1년으로 할것인가엔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한채 정치적 결단을 석유장관회의로 넘겼다.

격론끝에 석유장관회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장대로 "1년 장기동결안"을
채택했다.

OPEC가 생산량을 1년간 동결키로 한것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향력이 큰데다
작년 10월부터 적용되어온 생산량의 현수준 유지가 유가상승을 유도하는데
주효했다는 현실적 이득을 고려한데 있다.

이와 함께 현재 논의중에 있는 대이라크금수해제문제가 적어도 내년말
까지는 결말이 날것으로 보여 그때까지는 일단 관망할수 밖에 없다는 점도
작용한것 같다.

일산 2,452만배럴의 OPEC생산량이 내년에도 지속될 경우 세계석유수급은
다소 균형이 깨지게 된다.

따라서 얼마간의 유가상승을 피할수 없게 되리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국제 석유업계는 세계경기의 전반적인 호전에 따라 내년의 OPEC산 원유
수요가 하루평균 2,532만 배럴이 될것으로 보고 있다.

선진국과 아시아에서 소비가 하루 100만배럴 증가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결국 수급의 불균형은 예측 수치상으로도 분명해지며 따라서 가격상승도
예상된다.

유가는 현재 OPEC산 7개 유종의 가격을 평균치로 보면 연초의 13달러선
보다는 4달러정도 상승돼 있는 상황이다.

현재 16달러대인 북해산 브렌트유를 기준으로 할때도 연초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물론 유엔의 대이라크 제재해제에 따른 이라크의 수출재개와 OPEC쿼터
조정가능성이 하나의 변수로 잠재해 있긴 하다.

그러나 그것은 내년 하반기이후의 일이며 올겨울, 즉 향후 수개월동안은
유가가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월동 에너지 수급대책에 특히 만전을 기해야 함은 물론이고 산업과 가정의
에너지 절약의식과 노력을 새삼 환기할 필요가 있겠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