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뤼셀=김영규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지난주말 유럽통신시장의 개방
일정을 확정, 대서양케이블을 둘러싼 유럽과 미국기업간 시장쟁탈전이
본격화됐다.

EU의 실세기관인 이사회는 역내 통신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오는
98년1월부터 국가별로 독점운영해온 전화등 통신시장과 그 네트워크를
자유화하기로 결정, 지난 수년간 끌어온 역내 통신시장의 개방논란을
사실상 마무리지었다.

이에 따라 유럽은 기존업체및 신규진입업체에 미국을 중심으로한 역외국
통신업체까지 가세,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하는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대서양을 둘러싼 통신시장은 유럽측만 그규모가 1천3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금세기말 최대유망산업.

게다가 이 시장은 멀티미디어산업과 연계, 그 서비스영역이 점차 확장
되면서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전화를 이용한 음성전달기능외에도 팩시밀리등 여타 통신기능 주문형비디오
홈쇼핑등이 덧붙여져 부가가치는 날로 커지고 있다.

따라서 유럽기업들은 이날을 대비해 이미 합종연횡식 연합전선을 구축하며
"세키우기"작업을 활발히 추진해 왔다.

유럽기업사이는 말할것도 없이 미국기업과의 다국적 합작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전력을 쏟고 있다.

특히 영국의 브리티시 텔리콤(BT)의 움직임은 극히 공격적이다.

유럽국가중 유일하게 10년전 민영화에 성공, 경쟁력을 키워온 이회사는
지난9월 국제전화의 가격인하경쟁을 선포, 세계 최대통신업체인 AT&T는
물론 다른 경쟁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실제로 국내 장거리전화료를 최고 25% 인하했으며 금년말까지 런던~뉴욕간
전화요금을 급격히 인하, 고객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유럽내 시장확보는 물론 미국시장까지 잠식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를 위해 AT&T에 대응, 미국2대 장거리전화업체인 MCI사와 75대25의
지분으로 "컨서트"란 합작사를 설립, 유럽언론에 연일 전면광고를 내는
홍보전을 펼치고 있으며 MCI의 지분도 20% 인수했다.

벨기에의 벨가콤 아일리시의 에이리언을 한식구로 묶는 전략도 추진중이다.

최근에는 직원들이 통신세일즈에 직접 나서 BT통신기능의 다양성과 우수성
그리고 경제성을 알리는 적극성도 보이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의 국영통신업체들도 협력관계를 맺은데 이어 미국에서
3번째로 큰 스프린트사의 지분 20%를 인수하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두회사는 미국FCC(연방통신위원회)가 스프린트사 지분인수를 승인하는
즉시 국제화 작업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네덜란드 스웨덴 스위스등 3개국의 국영통신업체도 지난해 "유니소스"란
합작사를 세운데 이어 앞으로 10년내 3개사가 보유하고 있는 장거리전화등
국제통신망을 하나로 묶는 작업을 구상중이다.

한국등 9개국업체와 이미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AT&T는 유럽시장을 겨냥
하여 유니소스에 눈길을 보내는 한편 인프라구축에 전념하고 있다.

동시에 FCC등의 지원을 업고 유럽통신 라인을 리스하는데 드는 비용을
낮추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밖에 독일 에너지그룹인 베바사도 향후 60억마르크(45억달러정도)를
투자, 국영업체인 독일텔리콤사와 경쟁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위성전화시스템
을 활용한 무선전화시장에 참여할 뜻을 공포한 업체가 늘어나는등 역내
통신시장개방에 따른 해당국 기업들의 신규참여 움직임도 활발하다.

지난 수십년간 정부보호속에 안주해온 유럽의 통신시장.

이제 각국의 국영통신업체들은 AT&T BT등 거대한 국제기업에 대응,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위기에 처하게 된것이다.

반면 기업등 유럽외 소비자들은 선진국 명성에 걸맞는 통신서비스를 받게
됐으며 우리기업도 유럽에 진출할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는 점에서 호기로
작용하게 된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