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전만 해도 3M은 쇠약한 노기업으로 전락한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80년대 후반 60%에 달하는 초고속 성장을 보였던 3M의 성장신화도 90년대
들어서는 매출액 증가율이 한자리수로 곤두박질 치는 한계점이 노출된
것이다.

실례로 지난 91년부터 93년까지 3M의 연평균 매출액은 2%가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유는 간단했다.

불가항력의 경기침체와 무모한 가격경쟁이 화근이었다.

그러나 외과용 의료기구에서부터 ''포스트잇''으로 불리는 노란색 사무용지에
이르기까지 무려 6만여가지의 신상품을 개발해온 3M의 저력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3M의 몰락을 지켜보던 L D 데지모니 회장이 ''기술혁신 재무장''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3M의 기본정신인 기술혁신은 결코 쉽게 무너질수 없는 3M 신화의 버팀목
이었다.

데지모니 회장의 독려아래 3M은 사운을 건 상품개발 혁명에 착수했다.

제일 먼저 손을 댄 것은 개발기간 단축이었다.

3M이 한창 잘 나갈때는 몇년씩 걸리던 느슨한 상품개발이 별로 대수로울게
없었지만 경기침체의 직격탄 앞에서는 보다 값싼 제품을 보다 빠른 시일내에
시판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된 것이다.

데지모니 회장은 무엇보다도 연구개발(R&D)팀과 마케팅팀과의 팀워크를
촉구했다.

3M은 마침내 제품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을 종전의 절반수준으로 끌어
내렸다.

3M은 또 주도면밀하게 소비자들의 동향을 분석했다.

연구개발팀이 축적한 모든 기술적 자원도 기초 기술보다는 소비자들의
구미에 맞는 히트상품개발쪽으로 돌렸다.

데지모니 회장은 특히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 하더라도 3M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특허기술을 새로운 상품개발에 적극적으로 응용토록 요구했다.

재생 플라스틱병에서 추출한 섬유로 만든 ''네버러스트 울 소우프 패드''와
''네버 스크래치''라는 브랜드의 수세미는 그 대표적인 예다.

이들 제품 개발로 3M은 전체 수세미 시장의 16%이상을 장악하는 개가를
올렸다.

3M의 이러한 기술혁신에 대한 믿음은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행복한 결론''을
도출했다.

지난달 24일에 발표한 3/4분기중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8% 증가한 3억
4천1백만달러를 기록한 것이다.

이 기간중 매출액은 10% 증가한 38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다른 무엇보다도 3M의 기술혁신이 빚어낸 신제품 개발 덕이었다.

''네버 스크래치'' 등의 대성공에 힘입어 3M의 올 신제품 매출액은 지난 92년
보다 1백22% 증가한 13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전체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7% 증가한 1백49억달러를 기록, 상당히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려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탄력 회복에도 불구하고 3M이 지난 80년대의 현기증나는
성장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지는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쉽게 단정지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대내외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3M의 컴퓨터 디스켓은 일본 소니사 제품으로부터 끝없는 가격인하 압력을
받고 있다.

3M은 그러나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강한 투지를 보이고 있다.

R&D 투자확대와 국제화 전략으로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구상이다.

3M은 전체 매출액의 50%를 해외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국제화 차원에서 현재 3M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지역은 태평양 연안의
신규시장이다.

일본을 제외한 이 지역의 3M 매출액이 지금은 7억5천만달러에 불과하지만
오는 2000년에는 3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게 자체 분석이다.

3M은 또 올해 R&D 투자비용을 10억달러 이상으로 유지시켜 나갈 방침이다.

< 김병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