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 빙그레회장이 다시 뛰고있다.

서울 압구정동에 자체사옥을 처음으로 마련해 금주초 입주했고
관계사의 통합을 통한 경쟁력향상을 꾀하면서 예전에 구상했었던
종합유통그룹화를 추진하는 김회장의 최근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식적이진 않지만 사실상 김회장의 영향하에 놓여있던 회사는
빙그레를 비롯 써클K 콜럼버스 키스크 세데코 수농 삼일유통 썬메리제과
등 8개사이다.

이중 금년하반기에 삼일유통이 써클K로,수농과 썬메리제과가 빙그레로
통합됐고 관계사간 업무조정을 통해 빙그레(식음료품 제조업)콜럼버스
(도매물류업)써클K(편의점업)등 3개사 중심체제로 개편되는 모습이다.

한마디로 제조-도매-소매-소비자에 이르는 상품유통의 전과정을
수직계열화한 종합유통그룹을 만들겠다는 김회장의 의도가 엿보인다.

김회장이 가장 관심을 두고있는 회사는 콜럼버스다.

일반 소매점에 상품을 공급하는 종합도매업체인 콜럼버스를 중심으로
계열사간의 시너지효과를 발휘,전국의 유통상권을 휘어잡겠다는게
그의 구상으로 관측된다.

콜럼버스는 이미 서울을 비롯 전국을 5대 광역권으로 나눠 전국적인
물류센터망을 구축한다는 마스터플랜을 마련해놓고 있다.

최근엔 빙그레의 특판영업부문과 써클K의 유음료공급권을 확보,이익
기반을 강화했으며 상온제품에 편중돼온 취급상품을 냉장,냉동의
콜드체인과 패스트푸드등 저온제품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빙그레는 베이커리(썬메리제과)유음료(수농)등으로 생산
품목을 다양화하는 한편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의 상품비중을
전체의 30%까지 크게 늘리는 등 제조보다는 판매력에 역점을 둔
종합판매회사로의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소매기반확보에 있어서도 써클K와 삼일유통을 통합됐으며 내년엔
수도권에 대형 캐쉬앤캐리(Cash & Carry)매장을 선보일 계획이다.

캐쉬앤캐리는 현금무배달이 원칙인 할인매장으로 프라이스클럽과
유사한 형태인데 현재 3천평규모의 이천물류센터를 개조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빙그레그룹의 움직임을 김회장이 한양유통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구상했던 유통전문그룹화의 재시도로 풀이하고 있다.

유통업에 대해 각별한 식견과 애정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김회장은
90년대 초반 이미 유통업체의 다업태화와 분야별 전문회사 육성에
나선 바 있다.

수퍼마켓 일색의 한양유통을 고급백화점(갤러리아) 대형할인점(마크로)
편의점(써클K) 등으로 다각화시키며 전산(키스크) 물류(콜럼버스)
점포인테리어(세데코) 등 전문회사를 통해 유통의 전과정을 장악한다는게
그의 야심이었다.

친형인 김승연 한화그룹회장과의 재산분쟁으로 중도에 좌절되기는
했지만 네덜란드의 S.H.V.홀딩사와 국내 최초의 할인점(현 마크로코리아)을
시도하는 등 유통업에 대한 그의 선견지명은 남달랐다는게 관계자들의
회고다.

김회장은 최근 관계사의 업무보고시 오탈자까지 세심히 지적할 정도로
업무에 열성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들에게 "마음을 비우고 다시 시작하겠다"는 말도 자주 한다고
한다.

빙그레는 내년 매출목표를 올해보다 15%가량 늘어난 4천1백억원,콜럼버스와
써클K는 각각 3백%와 50%늘어난 1천5백억원으로 잡고 있다.

김호연회장의 재기와 빙그레그룹의 변신이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