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의 이번 금리인상조치는 그동안 경제전문가들에 의해 충분히 예상돼
왔기 때문에 그다지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금리인상폭이 예상보다 높은데다 재할인율도 함께 인상했다는
점에서 다소 의외의 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당초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연방기금금리를 최대 0.5% 포인트 인상
하는 선에서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었다.

FRB가 이처럼 강도 높은 처방전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성명에서도 밝혔듯이 인플레 방지및 지속적인 경제 성장 유지가 첫째
이유로 꼽히고 있다.

현재의 미경제성장 속도가 적정 수준을 넘은 과열 기미까지 보이고
있어 소극적인 금리인상조치로는 인플레 억제는 커녕 오히려 인플레
기대 심리를 부추길 소지가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현재 년2.8%로 비교적 안정된 수준이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10월중 경제지표에서도읽을수 있듯이 미기업들의
공장가동률이 거의 풀가동 상태를 보이고 있는등 미경제 전반에 걸쳐
심상치 않은 과열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10월중 미소매매출은 당초 예상치(0.7%)보다 훨씬 높은 1.1%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기간중 산업생산도 당초 예상치보다 0.1% 포인트 높은0.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공장가동율은 0.3% 상승한 84.9%를 기록,거의 15년만의 최고수준을
보였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인플레가 비교적 완만한 곡선을 그려왔지만 곳곳에서
경기과열조짐이 보이고 있어 인플레 없는 안정 성장을 지속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볼수 있다.

FRB의 이번 금리 인상조치는 따라서 앞으로 일어날 인플레 유발에 대해
미리 쐐기를 박아두려는 사전 포석으로 풀이 할수있다.

과속으로 치닫고 있는 경제성장속도를 적절히 조정,현재의 호경기를
장기적인 안정 성장국면으로 끌고 가겠다는 얘기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0.75%라는 13년만의 최대 상승폭에 대해 이는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패함으로써 FRB가 강공수를 둘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민주당은 그동안 FRB의 정책운용에 대해 줄곧 강경한 어조로 불만을
표시 해왔었다.

대폭인상의 배경에는 또 올들어 이미 5차례나 금리를 인상했는데도
경기가 계속 과열양상을 보이는데 따른 FRB의 정책운용에 대한 신뢰
문제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여러차례에 걸쳐 소폭으로 금리를 인상한 결과 FRB의 경기예측
능력과 경기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따라서 FRB의 대폭적인 금리인상 조치는 올해는 더이상 금리 인상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 이라는 통화정책상의 신뢰도회복 차원의 의미도 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대폭적인 금리인상조치는 달러화 강세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금리인상폭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 최근 약세를 보여온 달러화가 빠른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미기업들은 FRB의 지나친 금융긴축기조가 인플레를
억제하기 보다는 오히려 경기회복기조에 찬물을 끼얹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1만3천여 회원사를 거느리고 있는 미제조업자협회(NAM)는 "금리인상론자
들은 현재의 미경제상황을 근본적으로 잘못 읽고 있는 것이다.

FRB는 탁상공론으로 정책을 결정하지 말고 미전역의 공장과 생산현장에서
실제로 어떤일이 일어나고 있는 가를 명백히 주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요컨대 이번 금리인상조치는 자칫 경기침체를 불러들일 수도 있는
불필요한 조치라는 것이다.

노동총연맹(AFL-CIO)과 소비자단체들도 이날 워싱턴의 FRB 본부건물
앞에서 금리 인상에 반대한다는 피켓을 들고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공업평균주가지수가 FRB의 금리인상발표직후
혼조세를 거듭하다 결국 전날보다 3.37포인트 하락한 3천8백26.36으로
장을 마감한 것도 이같은 우려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