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자회사인 부국및 한성상호신용금고의 매각일정과 매각조건윤곽이
드러나면서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인수탐색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부국금고는 지점이 11개나 되고 수신도 6천억원대에 달하는 "은행급
금고"여서 이를 누가 가져가느냐에 초미의 관심거리다.

부국.한성금고는 국민은행이 각각 99.9%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 정부의
공기업민영화방침에 따라 내주초 공고를 거쳐 빠르면 이달말이나 내달초에
공개입찰방식으로 매각된다.

입찰참여 자격으론 금융기관엔 별제한을 두지 않을 계획이나 제조업에
대해선 <>30대 대규모기업집단의 계열기업은 제외하고 <>30대미만의 기업
이라도 컨소시엄 형태로만 허용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초과수익을 내고 있는 국고여서 인수에 따르는 지원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일정이 다가오면서 인수에 관심을 가진 기관및 업체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현재 인수희망기업은 크게 두갈래로 나눠볼 수 있다.

가장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아무래도 은행 생보등 대형 금융기관.

이들 은행이나 보험사들은 금융기관의 겸업범위가 자유화되기 전에 아쉬운
대로 금고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달성한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부국과 한성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산하에 신용금고를 갖고 있지 않은 장기신용은행과
하나은행등이 부국금고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대한교육보험등 보험사들도 인수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신용금고들도 단독 또는 공동으로 한성금고를 인수할 의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두번째로는 중견기업을 포함한 중소제조업체를 들수 있다.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으로서는 금고를 인수함으로써 운영및 투자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수 있다는 잇점때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성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그렇다쳐도 부국은 덩치가 워낙 커
단독인수는 불가능하고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를 통한 공동입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주목을 끄는 것은 단독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중견기업들이다.

특히 금고업계에서는 현재 나산그룹이 부국금고 인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나산은 의류에서 출발, 건설업에 뛰어들었고 최근에는 백화점등 유통사업
에까지 손을 뻗치는등 활발한 사업다각화를 벌여왔다.

나산그룹의 안병균회장도 사내외에서 "다음 사업은 금융업"이라고 공공연히
얘기를 했다는게 주변의 설명이고 보면 이같은 소문이 결코 신빙성이 없는
것만은 아닐수도 있다.

지난 9월 제일생명에 인수된 한신금고의 공개입찰때 입찰설명회에 나왔던
동부및 벽산그룹의 행보도 관심이다.

당시 "입찰참가자는 금융기관에 한한다"는 조건에도 불구, 설명회에 나와
이것저것 살핀 행적으로 볼때 이들도 움직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게 신용
금고업계의 분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같은 여러기업들의 인수의사에도 불구하고 인수가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성은 9월말 현재 총수신 1천8백45억원, 여신 1천7백74억원, 총자산 2천
1백억원으로 서울지역 금고중 중상위 정도여서 단독인수가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다.

지점도 2개에 불과하다.

문제는 부국.

이 금고는 총수신 6천1백억원, 여신 6천1백13억원으로 전국 2백37개 신용
금고중 1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총자산도 7천13억원에 달하고 있다.

지점도 11개나 돼 그 만큼 인수가도 높아지게 돼있다.

게다가 부국은 지난88년 사고금고인 영신금고를 인수할때 신용관리기금으로
부터 9년거치 6년 분할상환조건으로 7백90억원의 장기대출금을 종잣돈
(시드머니)으로 받았다.

신용관리기금은 이 종잣돈을 인수기업에서 일시 상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부국금고의 경우는 자체 몸집도 몸집이지만 7백90억원에 이르는
종잣돈의 상환여부에 매각성사여부가 달려 있다고 볼수 있다.

< 김정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