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업계의 금년 하반기 취업문은 지난해보다 넓어져 있다.

자동차 전자 중화학등 경기흐름에 민감한 여타업종들과 달리 식음료업계의
영업환경은 외부여건의 변화를 비교적 덜타는 속성을 갖고 있지만 국내경기
의 호황무드를 바탕으로 대다수업체가 확대경영에 적극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취업준비생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는 첨단하이테크나 금융 서비스
업종등에 비해 인기도에서 다소 떨어질지는 몰라도 식음료업계는 늘어난
채용규모와 상대적으로 뒤지는 입사열기등을 감안할 때 취업문턱이 예년에
비해 낮아질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국내 최대의 식품업체인 제일제당이 작년의 1백34명보다 49.3% 늘어난
2백명의 새식구를 맞아 들일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을 비롯 동원산업
풀무원식품등이 작년보다 채용규모를 확대키로 했으며 지난달말 입사지원서
를 마감한 오뚜기식품은 작년의 52명보다 18명 증가한 70명의 신입사원을
뽑을 예정이다.

식음료업을 주력사업의 하나로 갖고 있는 대그룹들에서도 취업의 문은
폭넓게 열려 있다.

두산그룹의 동양맥주와 두산음료 두산종합식품등과 롯데그룹의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등도 채용규모를 지난해보다 늘려잡고 있다.

해태그룹과 진로그룹도 채용규모를 대폭 늘려 잡고 있어 식음료업계의
취업전선에 훈풍이 불고 있다.

취업창구에 나타난 식음료업계의 또다른 고무적 현상은 타업종에 비해
취업준비생들의 응시자격을 그다지 까다롭게 좁혀 놓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의 식생활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업종고유의 특성상
식품가공 축산 화학전공자들의 취업이 비교적 쉬운 편이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첨단고급두뇌를 유독 선호하는 일부업종과 달리 인문계와
식품업계출신자들을 고루 뽑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식음료업체들이 갖는 일터로서의 매력을 안정성에서
찾고 있다.

해외를 무대로 한 신시장개척과 연구및 신제품개발등 거의 모든 면에서
역동적인 변화를 찾기가 쉽지 않고 업종의 특성상 중후장대한 멋을 기대
하기도 어렵지만 안정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강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식음료업계에서 읽을수 있는 최근의 두드러진 변화중 하나는 안정적이고도
보수적인 기업체질에 역동적이고도 진취적인 이미지를 접목시키려는 업체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개방과 그에 따른 경제의 글로벌화시대를 맞아 해외무대로 시야를
돌리거나 무한한 성장가능성을 지닌 신규사업분야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줄을 이으면서 식음료업계에도 사업구조고도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삼성그룹에서 분리독립한 제일제당은 지난9월 패밀리레스토랑
으로 외식업에 뛰어든데 이어 유통 정보서비스업 참여를 서두르고 있다.

미원그룹은 지난92년부터 축산물유통업을 적극 전개하면서 이분야의 새로운
강자자리를 굳히고 있으며 제약업참여를 준비중이다.

농심그룹은 레저와 정보서비스업및 유통업 해태제과는 건설 종합도매업
동양제과는 CATV 외식 음료업에 새로운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남양유업
빙그레 매일유업등 유가공업체들도 종합식품회사로의 발돋움을 위해 품목
다양화와 함께 새로운 사업기회를 적극 찾아나서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식음료업체들은 또 종전의 단순상품
수출에서 벗어나 이제는 생산거점확보를 통한 현지화전략을 과감히 추진하고
있다.

(주)미원이 중국에 사료 조미료및 음료공장을 짓기로 하는등 대규모
프로젝트의 합작계약을 지난8월 완료한데 이어 농심은 인도네시아에
동남아시장개척의 교두보가 될 라면공장을 합작으로 건설키로 했다.

식음료업계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중 하나는 인사및 조직관리측면에서의
보수적 색채를 지워내기 위한 내부 개혁움직임이 외형적 변화못지 않게
빠른 속도로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는 점.

제일제당이 이미 지난해 판매전문직및 해외마케팅 포장 디자인인력 양성을
위한 전문직코스를 신설해 업계안팎의 관심을 모은데 이어 올해는 미원그룹
이 관리직을 대상으로 능력에 따른 연봉제도입을 준비중에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 양승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