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상으로는 화자의 얼굴 생김새를 알수없기에 우리는 목소리에 의존해서
유추해석할수 밖에 없다.

상대방에게 밝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는 발음도 불분명하고 목이 쉰듯한
음성보다는 맑고 깨끗하면서 시원스런 목소리가 좋을 것이다.

웃는 낯에 침뱉지 못하는 것처럼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목소리에
다짜고짜 화를 내지는 않을 것이기에..

노래를 부르거나 말을 할때에 반드시 동반되는 인간의 음성은 "목소리"란
글자 그대로 목 안쪽의 연골에 붙어있는 성대가 진동하여 입이나 콧속에서
공명됨으로써 내뱉어지는 것이다.

대개 목소리의 높낮이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성대 길이의 장단에 의한다고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청성음변병증(환자의 목소리를 듣고서 병증을 판별
한다)이라 하여 간과하기 쉬운 개개인의 음색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였다.

즉 오행론에 입각하여 목소리를 장 조 탁 향 청등의 다섯가지로 구분함
으로써 환자가 호소하는 병증과의 상관관계를 파악하였던 것이다.

목소리를 관장하는 한의학적 장부는 심 폐 신으로 압축될수 있다.

그중에서도 근본이 되는 것은 신(신위성음지근)이라 하였으니 여러가지
원인으로 신기가 허약하게 되면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게 된다.

한편 극심한 구토와 설사이후, 또 큰 병을 앓고 난후 소리는 낼수있지만
말은 하지 못하는 병증을 신겁증이라고 일컫고 있으니 병증의 이름에서도
신과 성음의 관계를 느낄수 있다.

그런데 신겁증은 남성들의 성기능장애에서 더욱 빈번히 쓰이고 있다.

즉 음경의 발기가 성관계가 끝날때까지 지속되지 못하고 중도에 힘없이 축
늘어져 버리는 증상도 신겁증이라 하니 독자들께서는 신기의 중요성을
짐작할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중풍이라 말하는 뇌혈관장애로 대뇌 좌반구의 언어영역이 손상받아
발생하는 실어증까지도 신기가 허약할 경우에는 보신의 방법이 응용된다.

아랫배에서부터 울려나오는 밝고 우렁찬 목소리를 원하는 사람은 뿌리에
비유되는 신기를 튼튼히 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