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공자원부가 미국정부와 자동차업계 요청을 받아들여 개최한 세미나에
소요경비를 무역진흥기금에서 지원, 논란을 빚고 있다.

관계당국과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상공부는 11일 KIET.한국자동차공업
협회 공동주최로 "한국자동차산업의 국제화전략" 국제세미나의 소요경비를
무역진흥기금(구무역특계자금)에서 5,000만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세미나의 성격.

이번 세미나는 지난6월말 유럽연합(EU)자동차공업협회 요청으로 한국
자동차공업협회가 "한.EU 자동차산업 협력"을 개최하자 7월에 방한한 미국
자동차공업협회(AAMA)등 미자동차업계대표들이 "우리도 수입개방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 열리게 됐다.

따라서 세미나제목은 "국제화전략"으로 돼있지만 실상은 "한국시장을
더욱 개방하라"는 미국측의 목소리를 높여주는 장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같은 개최배경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부는 그러나 "엉뚱하게도"
무역진흥기금을 끌어들였다.

무역진흥기금은 수입업자로부터 수입금액의 0.1%를 징수, "수출진흥을 위한
사업"에 쓰이도록 만든 기금이다.

그런데 이같은 취지와는 정반대로 "수입진흥"을 위해 쓴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압력으로 세미나를 여는 것도
문제지만 무역진흥기금을 끌어들인 것은 상식밖"이라며 정부의 무신경을
맹비난.

< 김정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