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행길은 아슬아슬하지만 두번째 길은 보다 수월해진다.

중국과 베트남은 모두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길을 걷고 있지만 중국이
초행길을 닦았다면 베트남은 두번째 길을 따라 걷고 있는 셈이다.

베트남은 "중국교본"을 참고삼아 함정을 피해갈 여지가 있고 실제로
베트남은 중국보다 휼륭히 경제성장과 사회안정이란 두마리토끼를 쫓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지난79년부터 경제개방정책을 펼쳐왔고 베트남은 86년부터
도이모이로 뛰따르고 있다.

두나라는 모두 집단농장을 해체하고 외국투자를 끌어들이며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비국영회사들의 성장을 북돋고 있다.

베트남은 올해 3~4%의 농업생산증가와 12%의 산업생산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경제발전이란 공업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같은 격차는 불가피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같은 성질의 격차가 이농현상을 초래, 구직행렬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베트남정부는 아직까지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있으며 오히려 경제발전을 위한 적절한 노동력의
이동으로 환영받고 있는 수준이다.

중앙권력의 약화도 양국에서 똑같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중국에서는 지난80년대부터 지방정부가 중앙에서 내려오는 금융규제나
지출제한에 관한 칙령들을 무시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일부지방에서는 중앙이 세금을 거둬가기도 어렵다.

베트남도 경제개방으로 지방의 이완이 올 수 있다고 알고 있지만 다행히도
베트남의 영토는 중국에 비해 한손안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다.

시장경제로 양국에서는 부정부패가 심해졌다.

중국에서는 80년대중반부터 횡행해져 뇌물이 볼펜에서 자동차로 튀겨졌다.

베트남에서도 뇌물액수는 커졌다.

그러나 뇌물이 커지면 당권의 정통성을 잃게 된다는 것을 베트남은 배웠다.

베트남은 지난2월 전직 에너지장관을 오직책임을 물어 형무소로 보냈다.

부패방지를 위해서는 고위층도 일벌백계로 다스릴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경제성장에서 나타난 인플레정도는 양국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중국정부는 지금도 약27%에 달하는 인플레와 싸우고 있다.

지난89년 일어난 천안문사태도 인플레에 따라 흉흉해진 민심이 폭발해서
발생했다.

베트남은 도이모이이전에 인플레가 심했다.

국영기업들의 적자보전을 위해 중앙은행이 마구 돈을 찍어낸 때문이었다.

그러나 베트남은 국영기업들을 차분히 정리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인플레
는 10%미만에서 적절히 억제되고 있다.

< 박재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