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란 < 현대경제사회연구원 객원연구원 >

파이겐 바움이 지적하듯이 품질은 세계시장에서 기업을 성장으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단일 요건이다.

우리 기업들도 품질에 승부를 걸수 밖에 없는 입장에 선지 오래다.

이런 맥락에서 ISO9000시리즈가 우리나라 산업계의 최대관심사중의 하나로
떠오른 것은 당연할 것이다.

현재 260개 가량의 기업이 국내외 인증기관을 통해 이 국제품질규격 인증을
받은 상태이고 조만간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와 소프트 전 업종에서도
ISO9000인증을 취득하고자 하는 기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ISO9000인증의 선구적 기업들 대부분이 외국고객들의 요구에 의해 인증
획득을 추진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아도, 이제 수출에도 패스포드가
필요함을 알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품질을 확보할 것인가.

품질혁신을 목적으로 하는 적용 프로그램은 많다.

하지만 품질문제와 맞붙어 본 경영자나 실무자는 말보다 실천이 어려움을
절감할 것이다.

품질의 의미를 고민하지 않고, 그리고 그 고민의 결과와 기업조직의
현상태를 연결시키지 않고 프로그램을 성급히 적용한다면 좌절만 안게
되기가 십상이다.

품질이란 무엇인가.

20세기 전반부까지만 해도 품질은 사양을 준수하기만 하면 확보되는
것이었다.

다시말해 지그와 공작기계가 일관되게 정확하기만 하면 품질은 오케이였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품질개념은 그보다 훨씬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바뀌었다.

품질은 "이제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거나 능가하는 것"이 된것이다.

여기서의 고객은 조직외부에 있는 개인이나 단체뿐 아니라 조직내부의
고객, 즉 업무흐름상 다음차례로 연계되어 있는 개인 부서등을 포함한다.

즉 "우리"도 우리의 고객인 것이다.

따라서 품질향상을 위해서는 조직내부의 변화가 필수적으로 된다.

기업내부를 바꾸려면 기업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많은 경영자들은 기업이 특정성과를 목표로 존재하며 때문에 명확한 업무
분장과 분명한 명령체계의 유지가 필수적이라고 믿는다.

질서의 확립이 품질과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질서에는 명령과 복종중심의 종적질서 즉 제도적 질서가 있고 팀의
활성화를 통한 지울적통제, 즉 횡적질서가 있다.

이 두가지 질서 가운데 품질혁신에 더 기여하는 쪽은 횡적질서라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횡적질서는 쉽게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조직이 하나의 유기체이고 조직구성원 개개인은 세포의 역할을 한다고
역설하는 경영자는 어찌보면 자율적 통제를 아주 손쉬운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종사자 각각의 지향과 요구는 서로 불일치하기가 십상이다.

이렇게 볼때 품질향상은 우리의 사고방식과 우리 조직의 상태를 점검하고
조직의 전체 목표에 구성원 개개인의 차이를 수렴해 나가는 것에서부터
착수할수 밖에 없다고도 할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양자의 수렴을 달성할 것인가.

올해 갤럽조사에 의하면 미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역들은 가장 효과적인
품질향상방법으로 사원에게의 동기부여를 꼽는다.

그 다음으로 기업문화의 변화, 사원교육, 프로세서관리, 자본재에 대한
지출, 공급처관리향상, 현장점검, 행정지원개선등의 순으로 중요도가
매겨졌다.

결국 품질향상은 사람의 마음에서 출발한다.

채용 교육훈련 인사고과 성과급등의 인력관리방안을 통해 조직구성원으로
하여금 조직목표에 대해, 그리고 품질과 품질경영에 대해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고 기꺼이 풀어놓고 싶어하는 솔선과 창의를 발휘하도록 할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기업의 목표와 사원 개개인의 목표간에 존재하는 엄연한 간격을 인센티브의
적절한 사용으로 매개시킬때에만 단순히 검사되는 품질이 아니라 전공정에
걸쳐 심어지는 품질을 확보할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