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택선 < 청주대 교수/경제학박사 >

우리는 일상에서 가치라는 말을 자주 쓴다.

"일고의 가치도 없다" "한번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이런 경우는 가치가
대체로 중요한것, 좋은것, 유용한것 정도의 뜻을 갖는다고 할수 있다.

가치는 경제학에서도 매우 중요한 출발점이 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에서는 가치가 단순히 중요하거나 유용한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시말해 유용성도, 인간이 생활을 영위하느데 있어서의 중요성도 그다지
크지 않지만 가격이 엄청나게 비싼 경우가 있다.

아담 스미스는 이러한 경제학에 있어서의 가치문제를 물과 다이아몬드에
비유해서 갈파한바 있다.

즉, 물은 모든 생명의 원천이면서도 값은 거의 없다시피한 반면
다이아몬드는 극히 제한적으로 쓰이는데 비해 그값이 아주 높다.

이것이 이른바 물과 다이아몬드의 역설, 또는 가치의 역설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역설적 현상은 무엇으로부터 생겨나는가?

스미스는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라는 두개의 가치개념을 구분하고 교환가치가
반드시 사용가치를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어떤 특정상품에 내재되어 있는 유용성보다는 그 물건에 대한 초과수요가
있느냐, 있다면 얼마나 큰가하는 점이 경제적 가치, 즉 가격을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경제학 연구가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무한한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이른바 "희소성의 원칙"에서 시작된다고 한다면 경제학은 역설로부터
출발하는 셈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날 경제발전의 결과로 오염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마실물에
대한 초과수요가 점차 커지고 있는 반면 실제와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인조다이아몬드가 생산되기에 이르렀다.

이대로 가다가는 물값이 비싸져 물과 다이아몬드사이에 더 이상 가치의
역설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될지도 모를 일이니 역설의 해소가 반드시
바람직한것만은 아닌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