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지역은 40여년전만 해도 미국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세계경제의
중심권에서 밀려난 변두리 지역에 불과했다.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홍콩 대만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전쟁과 폭동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야 했고 사회.문화적 부패등으로 인해
경제발전은 요원하기만 했다.

아태지역은 그러나 민주화의 진전과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에 따른 정치.
경제적 안정을 발판으로 지난 20여년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세계
경제의 중심축으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90년대를 전후해 세계경제의 중심축이 유럽을 중심으로 한 대서양권으로
부터 아시아.태평양권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으며 아태지역이 세계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아시아신흥공업국(ANIES)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중국등은 70~
80년대에 전세계 평균 성장률을 웃도는 고도 성장을 이룩, 아태지역 경제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아태지역 경제발전에 있어서 일본을 제1의 물결이라고 한다면 ANIES를
제2의 물결, 그리고 중국을 비롯한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등 아세안
국가를 제3의 물결이라고 부를 만큼 아태지역 경제는 역동적 발전을 거듭해
왔다.

실례로 지난 81~90년 세계경제 평균 성장률은 2.8%인데 반해 아태지역은
3.9%를 기록했다.

특히 이기간중 중국은 9.5%, 한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등 ANIES 국가들은
7.7%,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브루나이등 아세안 국가들은
6.8%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일본이 선진국 가운데 드물게 이기간중 4%대의 고성장을 유지했으며 미국
캐나다등도 3%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했다.

그결과 아태 지역 국내총생산(GNP)이 세계 총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80년만해도 41%에 불과했으나 92년에는 절반이 넘는 56%로 증가했다.

교역 규모에 있어서도 지난 80년 세계 전체의 28%에 그치던 것이 92년에는
42%로 늘어났다.

반면 유럽연합(EU)이 세계 전체에서 차지하는 GNP 비중은 80년의 32.8%에서
92년에는 27.8%로 5%포인트 줄어들었다.

교역비중 역시 80년의 45.6%에서 92년에는 39.5%로 감소했다.

지난 92년 기준으로 세계 총수입시장중 EU 12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40%인 반면 APEC의 비중은 약41%로 아태지역 시장 규모가 유럽시장을
능가하고 있다.

APEC내에서 북미지역과 동아시아지역의 비중은 각각 19%와 20%로 거의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APEC 회원국중 가장 큰 수입시장의 역할을 담당하는 국가는 미국으로
1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경제예측기관인 DRI가 작성한 2010년의 전망치를 보면 EU의 비중은
지금보다 10%포인트 감소한 52%로 줄어드는 반면 APEC의 비중은 11%포인트
증가한 52%로 늘어날 전망이다.

APEC의 비중이 현저하게 높아져 유럽과 아태지역간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아태지역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리게 된다는 얘기다.

세계경제예측기관들의 전망에 입각해 볼때 앞으로 20년간에 걸쳐 국제무역
시장에서 발생하게 될 변화는 다음과 같은 두가지로 요약해 볼수 있다.

첫째 세계시장에서 유럽시장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급격히 감소하는 반면
아태경제권의 비중은 빠른 증가세를 보여 전세계시장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란 점이다.

둘째 아태경제권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이지역내 선진국 즉 미국 일본
캐나다등의 비중은 약간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는 반면 일본을 제외한 한국
중국 홍콩 대만등 동북아시아지역의 비중이 매우 두드러질 것이란 점이다.

아태지역의 역동성은 이지역의 고도성장뿐만 아니라 제조업 부문의 발전
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80년대 GDP 성장률을 상회하는 ANIES및 아세안 중국등의 제조업부문
성장률은 아태지역의 초고속 성장을 가능케한 발판이 됐다.

아태지역의 제조업 발전은 특히 미국 일본등 역내 선진국과 ANIES의
기술이전을 동반한 직접투자에 의해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역내 국가간 투자협력 증대는 아태지역의 역동적 발전 유지와
함께 APEC의 위상제고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 김병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