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9일자) 뜻있는 중국귀빈의 내한을 맞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국은 정부수립 이래 많은 외국의 정부요인들을 국빈으로 맞아 들였다.
처음 국부 장개석총통의 진해방문을 필두로 한국전쟁이후 역대 여러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우방의 원수나 행정수반, 인도같은 중립국가의 원수들도
방한을 계속했다.
오는 31일에는 중국의 실질 행정수반인 이붕국무원총리가 여러 수행원을
거느리고 이땅에 와서 닷새라는 짧지 않은 일정을 경향 각지에서 보낸다.
유붕이 원방래니 이 즐겁지 않은가.
우리가 이총리의 내한에 진작부터 특별한 관심을 쏟으며 반기고 싶은데는
정서적으로나 실제적으로 어느 나라 귀빈의 내방보다 깊은 뜻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선 분명히 해두고 싶은 부분은 그의 이번 방한을 김영삼 대통령의
지난3월 중국방문에 대한 답방으로 보느냐의 여부다.
양국국교가 정상화된 직후인 92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시간을 쪼개
방중을 감행했고 올해도 김대통령이 북경에 들어가 강택민주석과 이총리를
각각 초청한 만큼 중국측의 답방이 강주석에 의해 이루어지길 희망하는
한국 조야의 심중은 이치에 합당한 발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형식에 치우친 논의에는 오래 집착할 가치가 없다는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로 현대국가에서 총리의 위상은 일정치 않다는 점이다.
대통령중심제와 내각책임제, 그 두가지의 절충형식 가운데 중국의 제도가
대통령중심제라면 한국 대통령의 방문에 대한 중국총리의 답방은 국제예양에
맞지 않는다.
반대로 중국이 내각책임제 국가라면 오히려 총리의 답방이 격식에 맞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중국의 현 정부조직은 절충제적 성격이다.
총리는 국가주석에 의해 임면되는 단순 관료직이 아니라 의회격인 전인대
에서 임기 5년으로 선출되어 외교를 포함한 행정을 통할하는 정치직의
성격이 더 크다.
그래서 이총리는 올해들어서도 유럽순방 외교를 이미 펼친바 있다.
다음으로 중국이 내세우는 국내사정상 국가수반의 해외여행 빈도가 제한적
이라는 표면상의 이유도 그러려니와 전통우방의 형식을 깨지 않고 있는
북한에 대한 최소한의 입장이 있다는 이면을 모르는채 도외시함도 순리는
아니다.
이제 이 문제는 강주석의 내년 하반 답방이라는 약속을 인지하는 선에서
정상외교의 격식 논의를 마무리하는 대신, 내주에 이총리를 맞아 한.중양국
은 어떠한 장단기적 포부와 상호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한가에
관심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총리는 중국내에서의 정치적 입장이 어느 정치인보다 다른 특색을
갖는다.
혁명 1세대들과의 남다른 세교로 당정양면에서의 권력기반이 공고함은
물론 행정과 기술 양측면에서도 깊은 소양과 경험을 겸비함으로써 새시대가
요구하는 엑스퍼트적 지도자의 요건을 갖춘 인물이다.
따라서 국가적 상징만을 중시하는 정상외교 일반의 허점을 보완하여 양국간
현안의 실질적 접근과 해결에서 더 높은 효율성을 기대할수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한.중양국은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이 유례드문 긴 교유사를 지닌다.
국교회복 불과 2년여 사이에 양국 국민간에 이루어낸 친밀감은 그 이전
수십년간의 이념적 군사적 갈등으로 손상될 만큼 얕은 것이 아니었음을
웅변으로 말해 준다.
무엇보다 양국간의 교역이나 경제협력의 눈부신 증진은 놀랍다.
이제 두나라는 서로 없어서는 안될 경제.무역에서의 확고한 동반자가 되어
있다.
그것은 비단 경제측면만의 문제일수 없다.
많은 공통유산을 나눈 양국간의 문화적 교류는 민간자발로 이미 깊숙이
진척돼 가고 있다.
더구나 많은 한인 교포들이 중국에 뿌리를 내림으로 해서 사회적 유대의
심화와, 나아가 북한을 사이에 둔 쌍방간의 무언중 협력방도가 모색되는
것으로 기대할수도 있다.
단시일내 성숙한 이런 관계증진은 무엇보다 등소평노선 개방추구의
결심임을 의심치 않는다.
중국민항기 불시착으로 양국이 새 눈으로 바라보는 빌미가 생겼고, 한국의
경제개발 성공사례가 중국지도부의 관심을 끎으로서, 또한 아시안 게임과
세계 올림픽에서의 선린교호의 이점확인등으로 격의없는 국민적 접근이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이같은 양국간의 꾸준한 유대강화는 세계속의 아시아의 운명을 선진적으로
개척하여 이제는 한.중 양국 인민이 인류의 공영에 중요역할을 자담한다는
포부로 승화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그러기 위하여는 북한의 폐쇄성과 호전적 관성을 개방과 평화공존 지향으로
전환함에 있어서 중국이 갖는 역할의 중대성이 정시돼야 한다고 우리는
확신한다.
이번 이총리 방한시 양국 고위회담에서의 현안협의와 함께 동행 경제인들
과의 산업시찰일정이 마련되어 있음은 매우 의미깊은 기회이다.
왜냐하면 한.중 두나라의 경제는 직접 경쟁보다는 보완적 협력관계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쌍방 지도급인사가 서로 상대국의 있는 현실 그대로를
보고 느끼는 일은 긴요하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격식에 매달리지 말고 그야말로 오랜 이웃간의 훈훈한 마음에서
양국 정상의 장기안목이 교환되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9일자).
처음 국부 장개석총통의 진해방문을 필두로 한국전쟁이후 역대 여러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우방의 원수나 행정수반, 인도같은 중립국가의 원수들도
방한을 계속했다.
오는 31일에는 중국의 실질 행정수반인 이붕국무원총리가 여러 수행원을
거느리고 이땅에 와서 닷새라는 짧지 않은 일정을 경향 각지에서 보낸다.
유붕이 원방래니 이 즐겁지 않은가.
우리가 이총리의 내한에 진작부터 특별한 관심을 쏟으며 반기고 싶은데는
정서적으로나 실제적으로 어느 나라 귀빈의 내방보다 깊은 뜻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선 분명히 해두고 싶은 부분은 그의 이번 방한을 김영삼 대통령의
지난3월 중국방문에 대한 답방으로 보느냐의 여부다.
양국국교가 정상화된 직후인 92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시간을 쪼개
방중을 감행했고 올해도 김대통령이 북경에 들어가 강택민주석과 이총리를
각각 초청한 만큼 중국측의 답방이 강주석에 의해 이루어지길 희망하는
한국 조야의 심중은 이치에 합당한 발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형식에 치우친 논의에는 오래 집착할 가치가 없다는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로 현대국가에서 총리의 위상은 일정치 않다는 점이다.
대통령중심제와 내각책임제, 그 두가지의 절충형식 가운데 중국의 제도가
대통령중심제라면 한국 대통령의 방문에 대한 중국총리의 답방은 국제예양에
맞지 않는다.
반대로 중국이 내각책임제 국가라면 오히려 총리의 답방이 격식에 맞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중국의 현 정부조직은 절충제적 성격이다.
총리는 국가주석에 의해 임면되는 단순 관료직이 아니라 의회격인 전인대
에서 임기 5년으로 선출되어 외교를 포함한 행정을 통할하는 정치직의
성격이 더 크다.
그래서 이총리는 올해들어서도 유럽순방 외교를 이미 펼친바 있다.
다음으로 중국이 내세우는 국내사정상 국가수반의 해외여행 빈도가 제한적
이라는 표면상의 이유도 그러려니와 전통우방의 형식을 깨지 않고 있는
북한에 대한 최소한의 입장이 있다는 이면을 모르는채 도외시함도 순리는
아니다.
이제 이 문제는 강주석의 내년 하반 답방이라는 약속을 인지하는 선에서
정상외교의 격식 논의를 마무리하는 대신, 내주에 이총리를 맞아 한.중양국
은 어떠한 장단기적 포부와 상호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한가에
관심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총리는 중국내에서의 정치적 입장이 어느 정치인보다 다른 특색을
갖는다.
혁명 1세대들과의 남다른 세교로 당정양면에서의 권력기반이 공고함은
물론 행정과 기술 양측면에서도 깊은 소양과 경험을 겸비함으로써 새시대가
요구하는 엑스퍼트적 지도자의 요건을 갖춘 인물이다.
따라서 국가적 상징만을 중시하는 정상외교 일반의 허점을 보완하여 양국간
현안의 실질적 접근과 해결에서 더 높은 효율성을 기대할수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한.중양국은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이 유례드문 긴 교유사를 지닌다.
국교회복 불과 2년여 사이에 양국 국민간에 이루어낸 친밀감은 그 이전
수십년간의 이념적 군사적 갈등으로 손상될 만큼 얕은 것이 아니었음을
웅변으로 말해 준다.
무엇보다 양국간의 교역이나 경제협력의 눈부신 증진은 놀랍다.
이제 두나라는 서로 없어서는 안될 경제.무역에서의 확고한 동반자가 되어
있다.
그것은 비단 경제측면만의 문제일수 없다.
많은 공통유산을 나눈 양국간의 문화적 교류는 민간자발로 이미 깊숙이
진척돼 가고 있다.
더구나 많은 한인 교포들이 중국에 뿌리를 내림으로 해서 사회적 유대의
심화와, 나아가 북한을 사이에 둔 쌍방간의 무언중 협력방도가 모색되는
것으로 기대할수도 있다.
단시일내 성숙한 이런 관계증진은 무엇보다 등소평노선 개방추구의
결심임을 의심치 않는다.
중국민항기 불시착으로 양국이 새 눈으로 바라보는 빌미가 생겼고, 한국의
경제개발 성공사례가 중국지도부의 관심을 끎으로서, 또한 아시안 게임과
세계 올림픽에서의 선린교호의 이점확인등으로 격의없는 국민적 접근이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이같은 양국간의 꾸준한 유대강화는 세계속의 아시아의 운명을 선진적으로
개척하여 이제는 한.중 양국 인민이 인류의 공영에 중요역할을 자담한다는
포부로 승화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그러기 위하여는 북한의 폐쇄성과 호전적 관성을 개방과 평화공존 지향으로
전환함에 있어서 중국이 갖는 역할의 중대성이 정시돼야 한다고 우리는
확신한다.
이번 이총리 방한시 양국 고위회담에서의 현안협의와 함께 동행 경제인들
과의 산업시찰일정이 마련되어 있음은 매우 의미깊은 기회이다.
왜냐하면 한.중 두나라의 경제는 직접 경쟁보다는 보완적 협력관계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쌍방 지도급인사가 서로 상대국의 있는 현실 그대로를
보고 느끼는 일은 긴요하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격식에 매달리지 말고 그야말로 오랜 이웃간의 훈훈한 마음에서
양국 정상의 장기안목이 교환되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