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산업은 외형성장에 비해 내실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은행이 지난 25일 펴낸 "세계경제에서의 한국산업 1994"에서
33개 업종에 이르는 국내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분석한뒤 내린 결론이다.

우리경제가 지난 70년대중반부터 중화학공업을 육성하기 시작한지 불과
20년만에 괄목할만큼 성장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외형성장속도가 빠른
것은 사실이다.

이점은 산업별 시장점유율 또는 생산능력을 보면 당장 확인할수 있다.

조선업은 지난해 전세계수주량의 39%인 800만GT를 떠맡아 31.7%인 650만GT
에 그친 일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가전분야의 지난해 생산액은 112억달러로 세계 2위였으며 세계시장의
15%를 차지했다.

반도체생산액은 87억달러, 시장점유율은 12.6%로 세계 3위였다.

자동차도 250만대를 생산하여 시장점유율 4.3%로 세계 6위에 올랐으며
철강은 조강생산능력 3,302만6,000t에 세게시장점유율 4%로 역시 세계 6위를
기록했다.

이밖에도 석유화학과 섬유제품의 시장점유율이 각각 세계 5위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이처럼 눈부신 외형성장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수준 부가가치 생산성등 내실면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뒤떨어진
것도 분명하다.

그 단적인 증거로 경쟁이 치열한 선진국에서의 시장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으며 그나마 상당액의 수출을 OEM(주문자상표부착 생산)방식에
의존하고 있는 점을 들수 있다.

또한 조선업에서 냉동선, 반도체에서 비메모리제품, 철강에서 특수강등과
같이 부가가치가 높고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제품의 국제경쟁력은 약하고
제품구성비중이 작은 점도 지적되고 있다.

자동차의 대당 조립시간이 30시간을 넘어 일본의 2배에 가까우며
새차결함수도 194로 74인 일본의 2배를 훨씬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노동력과 엔고에 힘입어 가격경쟁력을 유지할수
있었던 것이 그동안의 고도성장의 비결이었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중국 동남아등 임금이 싼 후발개도국의 성장과 선진국의 기술보호
장벽으로 규모의 경제에 의존하여 추진되어온 물량성장전략은 한계를 맞고
있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외형성장에 걸맞는 질적향상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초기술연구, 제품기술개발, 기술인력육성및 관리, 설비및 부품산업육성,
공정자동화 등의 생산성향상투자등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투자에 인색
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