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불", 원자력-.

석유 석탄등 화석연료에 비해 경제성이나 청정성은 비교도 안될만큼
뛰어나지만 안전성에 대한 불신으로 국내에선 아직도 원자력의 활용이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여름 전력난에 허덕일땐 원자력발전소의 추가건설 요구가
빗발치다가도 신규원전입지 문제만 나오면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원전의 불가피성은 인정하지만 "내 집앞엔 안된다"는 님비(NIMBY)현상이
만연된 결과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원전 선진국 일본과 프랑스의 원전 운영실태등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일본의 고도 교토에서 북동쪽을 향해 자동차로 2시간정도 달리면 와카사만
과 접한 후쿠이현 미하마정에 이른다.

"아름다운 포구"란 뜻의 이름이 왜 붙었는지 단박에 알수 있을만큼 수려한
산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리아스식 해안이다.

쾌속정이라도 띄우면 훌륭한 관광명소가 될만한 이곳에 원자력발전소가
있다.

일본관서전력이 운영하고 있는 미하마원자력발전소.

지난67년 제1호기가 착공된 이후 현재 모두 3기의 원자로가 가동중이다.

가압수형 경수로 방식의 원자력발전소로 우리나라의 여느 원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원자력발전소를 빙 둘러 해양목장이 조성돼 있다는
점이다.

원전주변 바닷가엔 어망이 쳐져있고 고기떼를 모으는 유도초가 던져져
있다.

원전을 마주보고 있는 해안선엔 양식업에 종사하는 60여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한 부락을 이룬다.

영낙없이 한가로운 어촌의 풍경이다.

원전주변이라면 사람들이 살기는 꺼려 웬지 삭막한 국내원전의 주변마을
모습과는 영 딴판이다.

물론 이곳에 처음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설 때 주민들의 반대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원전이 들어오면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미쳐 생계를 위협받을지도 모른다는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관서전력은 1,2호기를 가동하면서 주변 어민들에게 어업권 보상
차원에서 직접 지원을 했었다.

실제로 원전이 가동되자 주변 해양의 생태계가 영향을 받기는 했다.

그러나 그 영향은 당초 우려했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원전에서 뜨거운 증기를 식히고 나온 온배수로 인해 해수의 온도가 3도
가량 올라가자 해상가두리 양식장에선 복어 전갱이 참도미등의 성장속도가
오히려 빨라졌다.

원전의 냉각수를 취수하는 쪽에서도 물흐름이 좋아져 그동안 자라지 않던
물고기들이 잡히기 시작했다.

지난88년 생긴 해양목장에선 당시 5만마리의 치어를 뿌렸는데 이제는 이
고기들이 자라 50만마리는 족히 넘을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관서전력은 3호기 가동때부터는 주변 어민들에 대한 보상을 중단
했다.

원전의 온배수가 양식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판명되자 어민들 스스로
"이젠 보상이 필요없다"고 한 것.

"지금은 오히려 원전이 가동을 멈추면 주민들의 생계에 지장을 줄
지경입니다"

미하마원전의 홍보책임자는 자신있게 말했다.

현재 일본엔 48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다.

시설용량은 총3천9백64만kW.

전체 전원설비의 29%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일본은 오는 2002년까지 원자력발전량을 5천4백10만kW 수준까지 증가시켜
설비비중을 33%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세계에서 유일한 "원폭 피해국"임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 그들이 이처럼 원전을 무리없이 운영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핵에 대한 국민들의 심리적 알레르기 반응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을까.

물론 1차적인 해답은 원전과 지역주민간의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미하마원전에서 단적으로 찾아볼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인 의문의 실마리는 도쿄에 있는 동경전력관에서 풀수
있을 것 같다.

"전기의 종합전시장"으로 불리는 동경전력관은 도쿄 시내에서도 학생과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거리인 시부야의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

동경전력주식회사가 지난84년 개관해 운영중인 이 전력관은 1층에서
8층까지 모든 층이 전기의 원리부터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까지 전기에
관한한 모든 정보를 제공, 전시한다.

특히 6층에 자리잡은 원자력 발전실은 원자력의 원리와 안전성을 게임과
함께 쉽게 이해할수 있도록 마련돼 있다.

"어린 학생들에게 원자력이 무섭고 위험한 것이 아니라 편리하고 안전한
것이라는 인상을 자연스럽게 심어 줄수 있도록 꾸몄다"

동경전력관 스즈키 부관장의 설명이다.

이곳은 메뉴도 다양하다.

전시뿐 아니라 매주 토요일엔 학생들을 위한 과학세미나를 열고 월요일엔
영화를 상영하는등 각종 이벤트가 한주일 내내 이어진다.

전시관이라기 보다는 놀이공원에 가까울 정도다.

오는11월로 개관10주년을 맞는 이 전력관의 연관람객수는 현재 약4백90만명
을 기록하고 있다.

원자력에 대한 거부감을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불식시키고 있는 셈이다.

스즈키 부관장은 "많은 사람들이 원자력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괜한
겁을 먹고 있는 것 아니냐"며 "원자력은 얼마든지 안전하고 평화적으로
이용할수 있는 자원이라는 점을 이해시키는데 홍보의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60년대말 일본에서 우라늄을 먹고 힘을 내는 아톰(Atom)이란
만화영화를 만들었던 것도 원자력 홍보의 일환"이었다고 귀띔했다.

"원폭 피해국"이 "원자력 선진국"으로 다시 설수 있었던 궁금증이 완전히
풀리는 대목이다.

< 도쿄=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