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결실의 계절에 맑은 가을 하늘과 함께 밀려오는 고향에 대한
향수는 세월이 거듭될수록 더 진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닐까 한다.

어릴적에 뛰놀던 고향생각을 하다보면 자연히 생각나는 것이 학창시절의
동창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향수를 달래기 위해 막상 어떤 모임을 하나 만들려치면
각자의 바쁜 일상생활로 인하여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필자가 살고있는 인천의 재인 광주 서중 일고 48회 동기동창들도 하나
같이 필자와 똑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던지,지난해 7월 오환성동문
(오환성외과원장)집들이 잔치에 모인 10여명의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모임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이에 적극 찬성하여 증석에서 모임을
결성하게 되었다.

그 모임이 바로 일인회라는 모임이다.

모임의 명칭도 즉석에서 필자가 제안한 것으로 일고 인천의 머리글자를
딴 것인데 속뜻은 좀더 깊은데 있다.

한사람(일인)처럼 똘똘 뭉쳐 변치않는 우정을 나누자는 뜻이다.

모임의 방법도 좀 특이하다.

월1회모임을 갖되,장소는 회원각자의 집을 돌아가며 모임기로 했으며,
부부동반을 필수조건으로 하고,매번 모일때마다 각자의 집에서 음식
한가지씩을 준비해어 모이도록 함으로써 각회원부인들의 음식솜씨를
뽐낼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초대하는 집부인의 부담과 수고도
덜어주는 한편, 부인들의 참석율도 제고시키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또한 매월 별도의 회비를 걷어 적금을 붓고 있는데 일정금액 이상이
되면 이 기금으로 우리 회원들의 향수를 달랠 수 있는 전원주택을
수도권 일원에 준비하기로 굳게 약속하고,지금까지 한사람도 빠짐없이
매월 꼬박꼬박 붓고 있다.

이렇게 자랑스러운 우리 회원은 12명.회장을 맡고 있으며 코가 유난히
커 별명이 코보인 허길운(경기수협)대학교 학과장을 맡고 있는등 공사가
무척 다망함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총무를 맡아주고 있는 정영배
(인천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언제나 말이 없고 법 없이도 살수있는 설익주(설익주 내과 원장) 항상
얼굴에 미소가 흐르며 양볼에 보조개가 패어있는 오환성(오환성외과원장)

매사에 부지런하고 두주불사인 신종성 (명경산업차장)작년에 인천 만수동
에 환자 80명을 입원시킬 수 있는 메머드 건물을 신축하여 성대하게
개원한 박찬수(연세정형외과원장)부평터줏대감을 노리는 박승재(박승재
피부비뇨기과 원장)

대림통상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에 몰두하는 정희영,아직도 20대
같은 해맑은 동안을 지녀 경찰 냄새가 안나는 외유내강의 심볼 손창완
(인천 계양경찰서 보안과장)환자가 있는 곳이면 전국 어디나 쫓아다니는
조우현마취과 의사및 필자.

각자 고유의 영역에서 성실히 살아가며 서로의 인생을 조우하는 것이
그렇게 뜻깊고 우정어린 만남일 수 없다고 자부하면서,1년에 한번씩
돌아오는 필자의 집들이 차례가 마냥 기다려진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