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고리대금업자의 돈놀이영업을 적법화시키는 대금업법을 새로
만들어 빠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할것을 검토중이라 한다.

사채에 대한 지금까지의 정부 공식입장은 비실명 지하경제의 온상을
이루는 대표적 거래로 이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것이었다.

엄격한 세무조사와 실명제실시도 사채의 근절을 노린 것이었다.

그런데도 사채는 사라지지 않았고 되레 제도금융권의 긴축으로 자금
얻기가 어려워질 때마다 변칙적인 급전 융통수단으로 성업을 누려왔다.

따라서 사채를 양성화하려는 정부의 이번 구상은 필요악적인 사채의
존재이유를 받아들이는 현실적 사고라 할수 있다.

근절시키지 못할바엔 차라리 적법화하여 법의 테두리안에서 떳떳하게
영업시키고 세금도 받아내도록 하는게 현실적으로 경제에 도움이 되는
현명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이 말하듯이 물론 적법화한다고 해서 정체를 알수 없는
검은 돈의 거래인 사채가 완전히 사라진다고 기대할 수는 없지만
대금업법의 내용 여하에 따라서는 사채시장의 상당부분이 제도 금융권화
함으로써 그만큼 불법적인 검은돈 놀이의 영역이 줄어들수는 있을것이다.

대금업법의 핵심은 문호를 개방하여 많은 사채업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도록 하는데 두어야 한다.

말하자면 까다로운 허가제보다 제한요건이 없는 간편한 등록제로 하고,
등록업자에 대해선 일체의 자금출처 조사를 면제해주어 사채업자가
안심하고 참여할수있는 유인을 포함시켜야 한다.

물론 등록하지 않고 사채업을 하는 사람에 대해선 엄격한 법적 제재와
탈세에 대한 중과세등으로 불이익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

합법적인 대금업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벌칙은 어쩔수 없이 규정해야
한다.

일본 대금업법은 연이자를 40%로 제한하되 수신은 할수 없도록 금지
시키고 대출조건의 제시와 과잉대출의 금지및 부당방법에 의한 채권
회수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참작할만한 내용이다.

아무튼 사채시장이 제도금융권 밖에서 하나의 실질적 금융파이프로
기능하고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전국 885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지난 8월의 산업은행 조사에서도
전체기업의 32.7%가 사채사용을 시인했을 정도이다.

전문가에 의하면 국내 사채시장 규모도 2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제도금융권 공금리의 2배이상이나 되는 고금리에다 지상경제를
좀먹는 음성거래와 부당한 상환조건으로 경제적 약자인 차입자에 큰
피해를 주고있는 사채업을 대금업법으로 지상경제에 끌어들일수 있다면
매우 큰 경제적 성과라 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될는지는 미지수라는데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