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로제강은 양적인 면에서는 세계적 수준에 이미 올라 있으나 기술
수준과 제품구조를 따지는 질적인 면에서는 일본등 선진국에 한발 뒤져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주택 200만호 건설 등에 따른 국내수요의 확대및 중국특수를 겨냥한
경쟁적인 설비확장으로 국내전기로제강은 설비규모와 생산량에서 선진국
못지 않은 성장을 이룩했다.

특히 최근들어서는 혁신공법의 일종인 박슬라브공장건설에까지 나서 포철로
대표되는 고로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져 놓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제품구조가 대표적 단순기술제품인 철근중심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그러다 보니 기술적 측면에서의 성장이 양적성장을 뒷받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제강능력및 품질향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2차정련기술과 기술개발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인천제철 동국제강 강원산업 한보철강 한국철강등 5대 메이커로 대표되는
국내 전기로제강업체들의 지난해 조강생산은 모두 1천 96만9천t.

세계4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개별업체로도 국내 최대전기로업체인 인천제철이 2백80만t을 생산, 세계
4위에 올랐으며 2백22만t의 동국제강은 8위에 랭크돼 있다.

국내 전기로제강의 역사는 불과 30년.

한국전기야금(주)이 부산제철소에 12t 전기로를 설치한 63년이 출발점이다.

그나마도 동국제강이 40t전기로를 도입한 73년까지는 대장간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3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조강생산 1천만t을 돌파하며 세계4위의 전기로
제강국으로 부상한 것이다.

작년말기준으로 국내 전기로업체는 모두 13개사이며 이들이 보유한 전기로
는 모두 33기.

연간조강능력은 총1천3백7만5천t이다.

이같은 설비확장과 함께 전기로의 용량도 대형화, 80년대이전만해도 70t
미만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최근들어서는 1백50t짜리까지 설치돼 85년 30t에
불과하던 전기로의 평균용량이 지금은 53t으로 커졌다.

기존의 교류전기로에 비해 생산성이 뛰어난 직류전기로도 속속 도입,
동국제강과 한국철강이 인천및 창원공장에 직류전기로를 설치했다.

특히 90년대들어서는 한보철강이 혁신공법중 하나인 박슬라브공장 건설에
착수, 판재류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설비규모면에서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는 것과 달리 국내전기로제강은
제품구조가 취약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철근과 형강이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특히 그중에서도 단순기술제품인
철근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인천제철 동국제강 강원산업등 국내5대 전기로업체들의 제품총생산중
철근과 형강의 비중은 각각 74.1%와 25.2%(92년기준)로 전체의 99.3%를
차지한다.

선재 궤조 봉강등 다른제품의 비중은 모두 합쳐 0.7%에 불과하다.

지난91년기준으로 철근 43.9%, 형강 38.5%, 선재 12.6%, 궤조 0.2%, 봉강
4.9%등의 분포를 보이고 있는 일본 5대전기로 업체들의 제품구조와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그나마도 형강의 경우엔 소형형강에 집중돼 있어 대형형강으로 분류되는
H빔의 비중은 10.5%로 일본(30.2%)의 3분의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로제강업체들의 제품구조가 이처럼 단순기술제품인 철근에 편중돼 있는
것은 기술수준이 떨어지는데다 국내 소비구조가 내진성 철골구조를 지향하는
일본과 달리 아직은 철근중심체제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택2백만호 건설에 따른 철근수요의 급증이 전기로제강의 설비증설을
촉진하긴 했으나 다른한편에서는 기술축적이 필요없는 철근중심의 제품구조
를 심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전반적으로 일본등 선진국에 한발 뒤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산업연구원(KIET)은 지난1월 발간한 "전기로제강업의 역할과 전망"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국내 전기로제강기술은 전반적으로 일본의 80~90% 수준
이라고 분석했다.

전기로의 대형화, 직류전기로의 도입, EBT채용등으로 생산규모나 생산성
에서는 선진국 전기로업체 수준에 근접해 있으나 기술개발능력이나 기술
인력의 축적정도에서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은 특히 국내전기로업체들의 매출액대비 R&D(연구개발)투자비율
이 0.99%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보통강업체들의 연구개발투자비율은 0.6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산업연구원은 또 전기로의 조업성적을 기준으로 한.일간 기술수준을
비교할때 제강시간에서는 우리가 앞서나 전력소비원단위 전극소비원단위
연속주조비율등에서는 일본에 비해 열세에 있다고 평가했다.

제강시간에서 우리가 앞서는 것도 일업체들이 품질향상을 위해 용해후의
정련시간을 우리보다 길게 갖는데다 그들의 전기로가 오래된 것이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전기로업체들은 제강능력및 품질향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2차
정련기술에서도 일본에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2차 정련비율이 크게 낮다.

인천제철 강원산업등의 2차 정련설비도입으로 92년 12.2%에 불과했던 2차
정련비율이 93년 23.6%로 높아지기는 했으나 일본의 65.0%(91년)에 비해
크게 뒤지는 수준이다.

품질면에서도 강도와 내구성에서는 일본수준을 따라 잡았으나 용접성
가공성 성형성 치수정밀도등은 여전히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격차가 제품의 품질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우선 제품의 치수정밀도가 최근 다소 개선되긴 했으나 일본에 비해 허용
오차의 범위가 큰 편이고 용접부위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상공자원부조사에 따르면 또 절단면이 깨끗하지 못해 마무리.외관이 일본
제품에 뒤지고 표면조도도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생산규격면에서는 일본과 달리 1천mm 이상 대형형강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철근의 경우도 표면이 매끄럽지 못하고 줄이 나타나든가 리브
(RIB)가 비뚤어진다든지 하는 취약점이 있다고 산업연구원은 지적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