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둘러싼 격렬한 논란을 보면서 두 개의 근본적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왜 모든 사람이 그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할 것으로 예단하느냐가 첫 번째다. 아무리 야당 추천, 좌 성향 후보자라고 해도 법관은 법률과 양심에 의해 판단하는 것이 본령이다. 개인적 성향과 별개로 법률적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법관과 사법부 독립의 핵심 덕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협의를 걷어찰 정도로 마 후보자 임명에 결사적이고 국민의힘은 그의 편향적 이력을 들어 극력 저지에 나서고 있다. 이쯤 되면 웬만한 강심장의 소유자라도 자진 사퇴할 법한데 당사자는 아무런 말이 없다.두 번째 질문은 왜 하필이면 이렇게 논쟁적 인물이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돼야 하느냐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국회·대법원장에게 각각 3명씩 임명(선출)권을 부여하고 있다. 대법원장을 제외하면 대통령이나 각 정당은 임명 과정에 어느 정도의 정파성을 띨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동안 마 후보자 같은 문제적 인물을 추천한 사례는 거의 없다. 좌파 성향의 법관들 중에도 법조계 내 학식과 신망이 두터운 사람이 적지 않다. 법률과 판례도 시대 변화에 따라 바뀌는 만큼 진보적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 잘못도 아니다. 그동안 야당이 진영 내 후보자를 임명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자질과 평판이 검증된 사람들이 대상이었다.헌재 구성이 논란을 빚게 된 계기는 사생결단식 정치대결과 잦은 대통령 탄핵으로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가 급물살을 타면서다. 정치가 내 편, 네 편을 확실하게 가르고 나오자 헌재 후보자들의 풀(pool)은 진영별로 급속히 좁아졌다. 이 틈
인공지능(AI) 패권 다툼이 ‘쩐의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미국 빅테크 4인방은 올 한 해에만 AI에 무려 3200억달러(약 464조원)를 쏟아부을 전망이라고 한다. 중국 기업들도 천문학적인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다. 알리바바는 3년간 75조원을 AI에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 한 해 연구개발(R&D) 예산의 두 배 가까운 자금이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미국 빅테크 AI를 능가하는 저비용·고효율 AI를 개발하면서 ‘AI 강국’ 미국과 중국의 싸움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美·中에 밀려 설자리 잃는 한국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다툼은 한국엔 엄청난 악재다. 이들 국가와의 기술 격차가 더 빠르게 벌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쩐의 전쟁이 치열해질수록 세계 AI 기술과 인재는 블랙홀처럼 미국과 중국으로 빨려들어갈 게 분명하다.한때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불리던 한국이 AI 전쟁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는 이유로는 자본력과 인재 부족이 꼽힌다. 업계에선 우리나라의 AI 투자액이 미국의 100분의 1에도 못 미칠 것으로 추정한다. 인재도 마찬가지다. 딥시크는 스타트업인데도 139명의 개발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에는 이 정도 규모의 AI 개발자를 확보한 대기업도 별로 없다.바이오로 범위를 좁히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구글 알파폴드처럼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는 AI를 개발 중인 미국 스타트업 자이라테라퓨틱스는 지난해 시드머니로만 무려 1조원을 투자받았다. 여러 차례의 투자 유치에도 기껏해야 수백억원도 모으지 못하는 우리 바이오텍은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다.AI와 바이오를 아우르는 인재는 더더욱 찾기 어렵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방산 수출은 원래 국방부 장관끼리 담판을 지어야 할 문제입니다.”국내 방산업계 관계자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이날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교장관의 초청으로 한·폴란드 외교장관회담에 참석하는 것에 대해서다. 한국 외교부 장관이 폴란드를 공식 방문하는 건 18년 만이다. 이번 회담에서 ‘K방산 세일즈’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인 만큼 국방부 장관이 공석인 점이 아쉽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K방산의 수출 확대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정부 지원은 바로 국방부 장관을 조속히 임명하는 것”이라고 했다.양국은 2022년 442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방산 총괄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에 따라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을 순차적으로 납품하고 있다. 방산업계에선 이번 조 장관의 폴란드 방문을 통해 2022년 총괄계약 이후 아직 이행되지 않은 K-2 전차 180대 수출과 폴란드가 새로 추진 중인 신형 잠수함 사업 등에서 성과가 날지 주목하고 있다.이 중 K-2 전차 180대 수출 이행계약은 당초 지난해 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영향으로 논의가 늦춰졌다. K-2 전차 2차 이행계약 논의가 가시화되면 K방산 수출에 큰 진척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방위사업 무기 수출 규모는 K-2 전차 수출 계약이 무산된 탓에 95억달러에 그쳤다. 당초 목표였던 200억달러 절반 수준에 머무른 것이다.국내 방산업계는 유럽에서 새로운 기회도 맞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4일 사상 최대 규모인 8000억유로(약 1229조원)의 방위비 증액을 발표했다. 미국의 개입 없이 독자적인 안보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