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라진지 내년이면 50년이 된다. 반세기가 되어가는
셈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북한당국의 폐쇄적인 정책 탓이지만 북한의 정치적
경제적 실정에 대하여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북한내의 실상을 잘 모르면서 북한의 장래를 점친다는 것은 잘못판단할
위험이 클뿐 아니라 희망적 관측에 빠지게 되기 쉽다.

가령 약 10년전부터 "북한체제 조기붕괴론"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7월8일에 김일성이 갑자기 사망한 후에도 북한내부에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않았다.

김일성이 사망하면 북한정권은 내부의 갈등으로 구데타나 궁전무혈혁명이
일어나 김정일은 후계자가 되지 못할것이라든 관측은 어찌 되었는가.

김정일의 감금설,중병설 그리고 교통사고설은 사실이었을까.

형식적이라고는 하지만 북한정권의 공백기간이 100여일이나 지속
되었는데도 휴전선근방의 긴장이 고조되었다든지 중국이나 로서아 일본
등이 김일성사망후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될 것을 우려하여 움직였다는
흔적을 찾아 볼수가 없다.

다만 북한에서 탈출한 귀순자가 북한을 여행하였던 사람들이 북한내부의
참상이나 반체제그룹의 존재를 소개해 주고는 있지만 이같은 사실이 정치
구조의 위기와는 직결되지 않는다는 추측을 하게 해 줄 뿐이다.

한국경제신문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주최한 "제4회 북한경제
국제학술회의"는 북한경제의 주요 부문별 실태와 앞으로의 경협을 전망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조동호KDI연구위원은 "북한의 노동력현황"이라는 주제발표에서 "북한의
노동력이 저렴하고 양질이라는 우리의 인식은 희망적 예측"이라고 분석
결과를 발표하자 찬반 양론이 벌어졌다.

토론에 나선 JETRO의 무라오까(촌강철부)씨는 "남한의 자본및 기술이
북한의 저렴하고 양질인 노동력과 결부하여 경제발전을 촉진시킨다는
희망적 관측의 근거가 없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라고 지적하자
KIEP의 김익수연구위원은 "주제발표자의 시각은 너무나 보수적"이라며
반론을 펴기도 하였다.

회의가 끝날 무렵 중앙대의 신창민교수는 "지금까지 우리의 북한경제에
대한 연구는 포괄적인 것이었다"고 말하고 "이번 회의에서 부문별로
북한경제를 다루었다는 사실은 우리의 북한경제연구가 한차원 높아졌다는
증거"라고 의미를 부여하였다.

이홍구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의 축사마따나 "내년 회의에는 북한대표가
참석하게되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