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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라운드(GR)와 블루라운드(BR)가 21세기 최대난제로 부상하고 있다.

환경과 노동기준을 무역에 연계시키려는 GR과 BR이 어떤 내용을 담게 될지
아직은 미지수지만 어떤 형태로든 구체화될 경우 이는 국제교역질서에 사상
유례없는 노동및 환경압력을 몰고 올 것이라는 점에서 UR(우루과이라운드)을
능가하는 태풍 이 되고 있다.

특히 선진국에 비해 환경이나 근로조건이 뒤처질수 밖에 없는 개도국및
후진국들로서는 그 어떤 통상압력보다 무서운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GR과 BR 출범을 둘러싸고 선진국과 개도국간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닻을 올리기 까지는 만만치 않은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UR과 함께 다가오는 21세기 국제교역질서의 향방을 좌우할 GR과 BR의
좌표와 미래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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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계경제의 특징중 하나는 무역에서든 경제력에서든 새로운
세력이 부상하면 이를 저지하려는 움직임들이 곧바로 나오고 있는 점이다.

근로상황에 무역을 연결시켜 개도국의 수출을 견제하려는 선진국들의
소위 블루라운드(Blue Round) 움직임도 바로 이런 것중의 하나이다.

선진국수준의 국제적인 근로기준을 정해놓고 이를 지키지않는 국가들의
상품에 대해서는 수입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려는 것이 블루라운드를 들먹이고
있는 선진국의 진짜 속셈이다.

개도국과 제3세계국가들이 값싼 노동력이라는 이점을 활용, 선진국시장에
파고 들자 이를 저지하려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물론 블루라운드의 겉껍질은 세계각국의 근로자권익을 보호하고 향상
시킨다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돼 있다.

그러나 껍질을 한 꺼풀만 벗겨보면 블루라운드는 고도로 위장된 선진국의
신보호주의 정책의 하나이다.

선진국은 개도국이 세계무역시장에서 무시못할 강자로 부상하자 개도국의
수출을 방해하기 위해 블루라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이때문에 아시아및 중남미개도국을 비롯한 대다수 국가들은 선진국의
블루라운드 시도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개도국들의 반발이 거세자 미국과 프랑스등 선진권의 블루라운드 움직임은
최근들어 주춤해져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미정부와 의회가 무역과 노동조건을 연계시키려는 의도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어 20세기내 또는 21세기초반에 국제사회의 핫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블루라운드라는 말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연초 미의회에 제출된 한
법안에서였다.

지난 3월 리처드 게파트미민주당의원은 "블루 앤드 그린301조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법안의 이름을 따 블루라운드라는 명칭이
생겨났다.

게파트의원은 국제사회가 규정하는 근로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국가에서 생산되는 상품에 대해 수입규제와 같은 무역제재를 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이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4월초 미국과 프랑스 통상장관들이 파리에서 회동을 갖고
블루라운드를 내년에 출범할 세계무역기구(WTO)의 의제로 다루어 나가기로
합의했다.

미국과 프랑스는 이문제를 4월15일 마라케시 우루과이라운드협정조인
회담에서 토의안건으로 들고 나왔다.

하지만 개도국의 극렬한 반대로 WTO가 출범한후 다시 논의키로 한다는
선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의 타협이 이뤄져 블루라운드움직임은 일단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지난 6월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연차총회에서 다시 이문제가 거론됐지만
아직은 블루라운드를 거론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러나 거의 같은 시기에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례각료회의에서는
노동기준과 무역과의 연계에 관한 보고서작성을 OECD사무국에 촉구,
블루라운드 움직임이 다시 살아났다.

이후 로버트 라이시미노동장관은 기회있을때마다 블루라운드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또 국내외의 유력신문과 잡지에 무역과 근로조건연계를 강조하는 글을
게재, 미정부가 블루라운드에 얼마나 강하게 집착하고 있는지를 나타냈다.

미하원세입위원회도 지난 6월말 WTO에 참석하는 미국대표들이 회원국들의
공정한 노동관행 이행을 위해 노력하도록 요구하는 조항을 담은 WTO가입
법안초안을 통과시켰다.

이것은 미국이 블루라운드를 결코 포기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례들
이다.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에 가장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국가들은 동남아국가
연합(ASEAN)회원국들이다.

아세안은 틈만 나면 블루라운드가 미국등 선진국의 횡포이며 보호무역행위
라고 강도높게 비판하곤 했다.

중국도 아세안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값싼 인건비를 앞세워 세계시장을 파고들고 있는 국가들인탓에
블루라운드에 반발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특히 아세안회담때마다 블루라운드반대결의안을 채택
하고 세계최대노조단체인 국제자유노동조합연맹에 노동과 무역을 연계하는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처럼 개도국의 반발이 의외로 거세자 지난 9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소위 4자(미.일.캐나다.EU)통상장관회담에서 참석자들은 무역과 노동연계
문제를 중장기과제로 다루어 나가기로 하고 당면한 현안에서는 제외키로
합의했다.

선진국의 이같은 일보후퇴에도 불구, 개도국들은 이달초 국제통화기금및
세계은행연차총회에서 다시한번 블루라운드반대의사를 천명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중남미등 24개국 각료및 중앙은행총재들은 "선진국들이
개도국의 선진국시장접근을 봉쇄하기 위해 블루라운드를 획책하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난하면서 무역과 노동의 연계는 도저히 수용할수 없다고 밝혔다.

환경과 무역을 연계하는 그린라운드에 대해서는 세계각국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되고 있는데 비해 블루라운드에 대해서는 선진국권과 개도국권간의
대립이 팽팽해 금세기안에는 세계무역회담의 정식의제가 되기는 힘들것
같다.

그러나 미국과 프랑스를 필두로 한 선진권이 노동과 무역연계방침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기회만 엿보고 있어 언제라도 세계무역의 핫 이슈로 떠오를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일부 개도국에서 자행되고 있는 강제노역과 죄수노동, 그리고 어린이
노동력착취를 막아 근로자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무역과 노동의 연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선진국권, 이에대해 블루라운드는 개도국의 인건비를
끌어올려 개도국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려는 선진국의 못된 속셈이라고
생각하는 개도국권의 견해가 극과 극으로 치닫고 있어 블루라운드 문제는
세계가 앞으로 해결해야할 난제중의 하나이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