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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라운드(GR)와 블루라운드(BR)가 21세기 최대난제로 부상하고 있다.

환경과 노동기준을 무역에 연계시키려는 GR과 BR이 어떤 내용을 담게 될지
아직은 미지수지만 어떤 형태로든 구체화될 경우 이는 국제교역질서에 사상
유례없는 노동및 환경압력을 몰고 올 것이라는 점에서 UR(우루과이라운드)을
능가하는 태풍 이 되고 있다.

특히 선진국에 비해 환경이나 근로조건이 뒤처질수 밖에 없는 개도국및
후진국들로서는 그 어떤 통상압력보다 무서운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GR과 BR 출범을 둘러싸고 선진국과 개도국간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닻을 올리기 까지는 만만치 않은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UR과 함께 다가오는 21세기 국제교역질서의 향방을 좌우할 GR과 BR의
좌표와 미래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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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그린라운드)는 무역과 노동의 연계를 목표로 하는 BR(블루라운드)와
함께 UR(우루과이라운드)이후의 차기 라운드로 가장 유력시 되고 있다.

아직 뚜렷한 윤곽은 잡히지 않고 있지만 그린라운드가 구체화될 경우 환경
문제는 더 이상 환경문제로만 남을수 없게 된다.

그린라운드가 성사되면 환경을 해치는 유해물질 혹은 상품을 생산하는
국가들은 그린라운드 도입국가들로 부터 관세부과및 수입규제등 강력한
무역제재조치를 받게 된다.

환경문제가 국제 무역에 적용될 경우 개도국및 후진국들은 어떤 면에서 UR
이상의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될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진국과 개도국간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그린라운드가
출범하기까지는 만만치 않은 진통이 따를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세계 각국중 그린라운드 출범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클린턴 대통령 취임이후 환경문제를 미행정부 최우선 정책과제에
포함시키는 한편 GR 출범의 토대가 될 국제적 차원의 장치 마련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는 "미기업들은 추가비용을 부담하면서 까지 엄격한 환경
보호법을 준수하고 있다. 미국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나라의
기업들도 동일한 환경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이를 위해 환경기준에 관한
국제적 협정은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세계무역협상에서 환경보호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돼야
한다는 것이 클린턴 행정부의 주장이다.

미행정부는 내부적으로 환경보호 위반국가에 대해 무역보복조치를 취할수
있는 새로운 기준 마련을 추진하는 한편 통상정책 입안시 환경부문에 대한
고려를 강화키 위한 방안의 하나로 환경과 통상을 연계시킨 이른바 "무역
환경정책자문위원회"라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도 했다.

이 위원회는 미무역대표부(USTR)의 통상정책 추진시 환경부문에 대한 각종
조언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문제를 무역과 연계시키려는 미국등 선진국들의 시도는
개도국들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어 빈부차로 갈라진 지구촌
의 남북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개도국들은 미국과 유럽등 선진국들이 겉으로는 세계환경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속으로는 자국의 앞선 환경기술을 앞세워 새로운 형태의
경제적 종속을 심화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비난한다.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들은 특히 선진국들이 UR타결 이후 반덤핑관세부과등
쌍무적 무역보복조치를 취할수 없게 되자 환경을 빌미삼아 개도국들을
따돌리고 세계경제의 패권을 유지하려 한다고 논박한다.

세계환경파괴의 1차적 원인은 무분별한 산업화를 추진해온 선진국들에
있기 때문에 환경보호의 대가를 개도국들에 전가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것이 개도국들의 주장이다.

ISO(국제표준화기구)가 추진하고 있는 ISO-18000(국제환경경영규격)은
그 대표적인 예다.

오는 96년부터 발효될 예정인 ISO-18000은 제품의 연구및 개발단계에서부터
소비는 물론 폐기단계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에 걸쳐 환경에 미치는 유해
여부를 따져 품질을 인증하는 제도다.

이 ISO-18000이 강제인증제도로 발전하게 될 경우 개도국들은 이 인증을
받기 위해 선진국들로부터 환경관련기술들을 대거 도입해야 한다.

개도국들은 당연히 값비싼 로열티 지급외에 신기술 도입에 따른 원가상승
등으로 국제시장에서의 대외경쟁력 하락이라는 치명타를 입을 수 밖에 없게
된다.

개도국들 가운데 GR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환경문제 때문에 산업화를 희생시킬수 없다는 논리하에 국제적
차원의 환경규제 움직임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지구온난화 현상이나 오존층 파괴 자체를 부정하는 입장까지
보이고 있다.

환경문제에 관한한 개도국들의 대변인격이라 할수 있는 말레이시아 역시
개도국도 환경보호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선진국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지구를 오염시키는 양은 개도국의 수십배에 달한다.

미국 한나라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은 세계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오염을 많이 시켰으면 그만큼 책임도 크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과 무역문제를 둘러싼 선진국과 개도국들 간의 의견충돌에도
불구하고 힘과 명분 양측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선진국들에 의해 조만간
GR 출범이 공식화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WTO(세계무역기구)가 출범하게 되는 95년을 기준으로 1~2년 정도 지나게
되면 GR가 가시화될 것이고 2000년을 전후한 시점에서는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최근들어 각국이 환경관련 회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UR협상에서
본것처럼 지금은 수면하의 물밑작업에 불과하지만 GR가 어떤 형태로든
구속력을 갖는 실제적 협정으로 구체화되면 자구 하나에 따라 각국이
부담하게 될 몫이 엄청나게 달라지게 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기 때문
이다.

< 김병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