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쟁이 치열해지고 경제회복속도가 느려지면서 미국과 일본등지에선
감원및 리엔지니어링이 유행하고 있다. 특히 감원은 경제뿐만아니라
사회적인 문제까지도 야기되고 있는데.

"기업들은 고용자의 수를 줄여 종전과 같은 수준의 생산량과 1인당 생산성
을 높이려 하고 있다.

이런 대책은 임금을 줄여 기업의 손익을 개선시켰을지는 몰라도 소득분배의
문제점은 해결치 못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의 처사는 온당치 못하다. 정규급여를 받던 근로자를 해고하고
다시 임시직으로 고용하고 있다. 후생복지 혜택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것은 분명 관주도형 경제와 시장주도형경제사이의 차이점 때문일 것이다.
부유한 강대국이라면 의당 국민에게 만족스러운 수준의 사회보장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미국에서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연방의료보험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고 본다. 어쨌든 기업들은 감원을 통해 손익을 많이 개선한게 사실이다.
감원의 역사는 영국의 제철 석탄산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동조합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감원에 대한 근본의도가 다른
것이다"

-최근에는 환경보호에 대한 기업의 책임이 강조되고 있는데.

"환경문제는 전세계의 이슈가 되고 있다. 따라서 환경을 보호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곧 기업의 사명이기도 하다. 이는 곧 고품질의 제품을 뜻한다.

환경보호의 대상이 지속적으로 확대돼야 한다. 예를들어 자동차증가에
따른 대기오염및 수질오염방지 등으로까지 말이다.

이같은 확대 발전이 국제적 법규를 통해 이루어질 것인지 또는 가격시스템
을 적용, 오염지(업체)로부터 징수한 세금을 깨끗한 에너지사용에 대한
연구활동 지원금으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문제인식의 정도에
달려있다.

-스페인에서 최근 열린 링크회의(세계 각국의 경제전문가들의 모임)에
참석했는데 세계경제전망에 대해 어떤 진단이 나왔는지.

"이번 회의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그 이유는 유럽의 경제성장이 기대이상
이었기 때문이다. 유럽의 성장률은 0.5%포인트 상향조정 되었고 그선두주자
는 통일의 혼란을 잘 극복한 독일을 꼽을수 있다.

미국 역시 호조를 보이고 있고 경기침체를 겪은 캐나다도 회복기에 접어
들었다. 호주 뉴질랜드 역시 꾸준한 경기회복을 보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있는 점도 주시해야 한다.

제3국가중 가장 두드러진 브라질의 경우 월평균 50%에 달하던 인플레율이
5%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는 엄청난 개선이다. 그러나 실업률은 여전히 높다. 호주 캐나다 유럽은
지나치게 높은 편이다. 이와함께 동구권국가의 미숙한 경제운용도 지적됐다.

지금은 미숙하긴해도 경제발전 가능성을 안고 있는 나라로는 폴란드와
체코공화국을 들수 있고 이외의 국가들도 늦어도 97년까지는 호전될 것으로
예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국경제의 앞날을 어떻게 보는가.

"나는 한국을 우호적으로 생각하며 OECD에 가입할수 있기를 바란다. 과거
한국은 10%성장을 거듭하면서 무역흑자를 냈고 부채를 줄였다.

지난89년 한국에서 링크회의가 열렸을때 임금이 급격히 오르고 통화팽창이
있었다. 그때 나는 상황이 좋지 않구나하고 느꼈었다.

그후 한국은 조정기를 거쳐 이제는 5~10%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정치적인 안정도 한국의 장래를 밝게해 주고 있다. 한국은 하이테크기술로
방향을 틀면서 수출을 강하게 밀어 붙이고 있다.

또 고급인력도 해외에서 활발하게 불러들이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은
자본시장개방을 빨리 서둘러야 한다.

지금까지는 약속만 해왔는데 규제를 푸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해 나가야
한다. 세계 자본시장은 엄청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라틴아메리카는 구미가 당기는 지역이며 동아시아국가들과 인도도 자본
시장을 자유화하고 있어 역시 큰 자본시장으로 부상될 전망이다.

한국이 이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외국자본의 유입이 자유롭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

그래야 공정한 거래가 이뤄지는게 아닌가"

-오늘날의 경제학은 어디에 중점을 두고 발전하고 있다고 보는가.

"경제학은 늘 그 시대의 문제점에 대응하면서 발전해 왔다. 과거와 비교
하면 오늘날의 경제학은 분권화및 사유화에 중점을 두며 정부의 역할을
감소시키는 것이 특징이라 할수 있다.

또 과거 경제학은 문제해결을 위한 제도나 규정을 만드는데 역점을
두었지만 지금은 여러가지 변수(기대치 시장구조등을 달리했을 경우)에
의한 결과치에 치중하고 있다.

금세기중 최대의 문제점은 1920~30년대의 세계 대공황때 나타난 실업및
인플레이션이라 할수 있다.

경제학, 특히 거시경제학은 바로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발전한
분야이고 문제극복을 충분히 했다고 본다.

실제 오늘날 실업률은 여전히 높지만 악성 인플레이션이나 경제침체의
장기화란 찾을수 없다.

금세기 전반에 나타난 경제의 문제점들이 후반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이것의 결정적 요인은 문제의 재발을 막기위한 학문의 꾸준한
발달에 있었다고 본다"

-현상을 추상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최근의 경제학은 더욱 계량화되는
추세이다. 혹자는 이런 추세가 과연 경제정책수립및 기업의 활성화를 위해
어떤 도움을 줄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지금과 같이 정보의 질적 양적향상은 물론 정보처리방법 또한 다양한
시대에 경제학은 당연히 계량화된다고 본다.

이는 경제현상에 대한 보다 정확한 해석과 대안을 제시키 위한 시대적
요구라 생각한다.

과거엔 사람들이 경기가 좋아지는지, 또는 나빠지는지에 관심을 가진 반면
요즘엔 좋고 나빠지는 정도를 정확히 알려고 한다.

경제기사를 다루는 언론인들중 일부는 소폭의 변화정도에 민감하게 반응
하여 문제삼고 기사화한다.

이들은 변화의 정도가 너무 작아 큰 의미를 부여할수 없는 경제지표도
마치 어떤 차이가 있는 것처럼 말하곤 한다"

-우리는 현재 정보의 혁명기를 맞고 있다. 이런 정보시대에서도 경제학이
주요 역할을 수행할수 있는가.

"오늘날 정보의 중요성은 대단히 크다. 정보시대가 경제의 중요성을 감소
시킨 주된 요인은 아마도 정보의 공급 내지는 정보전달의 속도에 있다고
본다.

실제로 중앙은행의 감독관들은 재정정책 수립과정을 아직도 완전히 이해
하지 못한다고들 한다.

그들 생각에 옳지 못한 정책, 또는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시책들을 접할
경우라도 정보가 부족해 그것을 중지시키고 바르게 할수 없다.

오늘날 국제시장에선 외환거래가 활발하다. 정부는 비축자금으로 통화가치
의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대부분의 경우 시장이 정부를 압도하고 있다"

-경제학이 처한 최대의 관건은 균형과 성장의 적절한 배합을 어떻게
하느냐이다. 최근 버클리대학의 로마교수는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부의
균등한 분배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부의 불균등한
분배가 저축과 투자를 늘려 성장을 돕는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런 상반된 이론중 어떤 논리가 더 현실적이며 타당한가.

"분배는 매우 중요하다. 1930년대 케인즈(학파)등에 의해 경제학이론이
활발히 전개될 당시만해도 분배보다는 총체 혹은 평균등의 개념이 강조
되었다.

그 이유는 당시의 경제가 너무 나빠 소득의 분배는 뒷전에 밀려날수
밖에 없었다. 지금에 와서 분배의 문제는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멕시코의 예를 보자. 경제적 잠재력이 무한하고 세계 최대의 산업지역과
접하고 있으면서도 일부 국민만이 부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올해초 치아프스지방에서 일어난 반정부혁명은 경제의 총체적 성장은
물론 분배의 문제를 소홀히 다루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멕시코관리들에게
알리는 조기경보였던 셈이다.

미국의 경우 다른 나라보다 빠른 경제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실질
임금은 떨어지고 고소득 직업은 계속 줄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점들이 부시와 클린턴의 선거결과에 그대로 반영된 것같다.
이같이 분배의 문제가 중요함에도 대다수의 미정치인들은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았다.

극동지역의 경우 성공적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일수록 양호한 소득및
부의 분배를 보이는 반면 분배문제를 무시한 나라는 그만큼 성장이 둔화
됐음을 어렵잖게 찾아볼수 있다.

경제의 총체와 그 총체를 분배하는 적절한 평균 내지는 배합의 개념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라 본다"

< 정리 = 박영배 뉴욕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