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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간섭과 완전 자유시장주의 사이에서 중간점 내지는 협의점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완전 자율경제는 오히려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지요"

노벨경제학상수상자인 펜실베이니아대학의 로렌스 클라인교수는 본사 창간
30주년을 맞아 곽승영 하워드대교수와 가진 특별대담에서 어느정도의 정부
규제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산업육성정책이 만능은 아니더라도 하나의 지침은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산업정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예측을 해야 하는 등 어려운 점이
많지만 그동안 효과적인 경우도 많았다는게 그의 지적이다.

대담내용을 요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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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라운드가 발효되면 새로운 무역시대가 열리게 된다. 이 시대에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3개의 경제집단(미국 일본 유럽)에 의해 세계무역이
좌우되리라 생각하는가.

"현재 두가지 움직임이 있다. 하나는 보다 더 다각적인 자유무역으로의
움직임인데 이는 UR의 성과이다. 이외에 정보및 지적소유권등의 분야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다.

무역과 세계경제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데 국제무역이 급성장하면 세계
경제도 따라서 급성장한다. 또 하나의 움직임이란 블록경제의 형성이다.

하나는 동구국가들의 참여를 포함한 서구블록이고, 또 다른하나는 일부
중남미국가들이 가입한 북미블록이라 할수 있다.

그리고 아직 확정적이지는 않지만 아시아 태평양 또는 아세안지역이 마지막
블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내 생각엔 지역블록개념은 차선책일 뿐 실제 최선책은 다각적 무역의
실현에 있다고 본다.

각 국가들은 GATT보다는 새로운 세계무역기구(WTO)의 발족에 더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새로운 무역질서속에서 아시아의 역할이라면.

"우리는 벌써 아시아에서 흥미로운 변화를 보고 있다. 역내교역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역내교역이 충분치 못하다는 이유로 아시아 경제
블록형성을 회의적으로 본게 사실이다.

이제 이러한 견해는 잘못이었다는 것이 판명됐다. 실제 엄청난 역내무역이
이뤄지고 있으며 그 증가속도는 다른 지역의 증가율을 훨씬 웃돌고 있다.

같은 현상이 유럽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아시아는 지속적으로 역내교역의
잠재성을 찾으려 노력하겠지만 이와 동시에 세계적 무역관계확립에도 힘써
균형을 찾아야 할것이다"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면서 아시아의 여러 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이 아시아 또는 세계무역질서속에서 어떤 역할을
맡으리라고 전망하는가.

"중국의 역할이 크고 더욱 커질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중국경제는 현재
활기차게 성장하고 있다.

아시아내 어느시장도 뚫고 들어가 성장할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중국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국토가 넓고 인구가 엄청나다는 점이다.

그러나 내부적인 문제점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하나는
인플레이션대책이고, 또하나는 현 지도층의 노쇠화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인도의 도전도 만만찮다. 인도는 중국보다 더 자율적인 경제노선을 채택
하고 있다. 해외투자유치나 선진국으로 부터의 기술이전등에서 중국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자유롭다.

인도의 국가면적은 중국의 3분의2이지만 인구증가율은 중국보다 월등히
높다"

-앞으로 다가올 신국제 무역질서및 세계정치변화의 주요 특징이라면
공정거래와 치열한 국제경쟁 세계화등을 들수 있다. 이러한 상황아래서
한국이 택해야할 성장전략은.

"지난 20여년간을 지켜본 결과 한국은 경제적으로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은듯 하다. 일본의 경제성장은 2차대전과 한국전쟁이 끝난직후에 시작
됐다.

당시에는 노동집약적 상품을 주로 생산했으며 이들 상품의 품질은 높았고
시장가격 역시 유리했다. 생산도 효율적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곧 선진상품으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바로 이 시점에 한국은
일본이 포기한 산업분야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현재 한국은 또 일본을 쫓아 하이테크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의
경제가 지속적인 급성장을 누릴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하이테크산업, 그중
에서도 최상의 기술을 요하는 산업을 채택하는 것이다.

이들 산업의 특징은 선진기술 선진기계설비 선진통신장비 전산 선진자연
과학등이다"

-싱가포르와 대만은 한국보다 앞서 하이테크산업에 진출했다. 특히
싱가포르의 경우는 정부가 앞장서서 고임금 정책을 통해 하이테크산업
으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반면 한국은 자본집약및 하이테크산업으로의
진출을 기업이 잉여자본을 재투자하는 형식으로 전개해 갔다. 이 두 접근에
대한 견해는.

"싱가포르는 경제적으로 매우 전문화된 국가이다. 금융 현물 자본시장이
앞서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국토가 협소하고 인구가 적어 내수시장구축에 애로점이
많다. 여기에 비해 한국은 훨씬 큰내수시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하이테크나
수출에 완전히 의존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내수와 수출의 적절한 배합을 통해 경제를 성장시킬수 있다고
본다. 이점이 두 나라간의 중요한 차이점이다.

물론 한국도 싱가포르의 뒤를 쫓아 성공할수 있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또하나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그것은 바로 통일이다. 통일은 상황을 크게 호전시킬 것이다. 한국은
독일이 경험한 문제점들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을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일본의 교육제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교육
제도는 두뇌유출보다는 외국에서 훈련받은 기술자들을 다시 일본으로 유치
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실제 외국으로 진출한 기술자중 90~95%는 돌아와서 좋은 일자리를 찾았다.
이런 현상은 일찍부터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에는 두뇌고갈이 어느정도
있었으나 이제는 상황이 변해 해외전문인력유치를 통해 선진기술을 습득하고
있다고 본다"

-선진산업국가의 대부분은 시장경제구조를 고수하고 있다. 이들이 경제의
자율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었나.

"정부의 역할은 분명히 있다고 본다. 미국과 서구의 경제는 복합적인
양상을 보인다.

물론 복합성의 정도는 다르다. 구체적으로 통신 철도 의료사업등이 국유화
또는 사유화된 정도의 예를 들수 있다.

각 나라는 국익을 우선으로 이런 결정을 내린다. 내 생각엔 어떠한 제재도
받지않는 완전 자율경제란 오히려 불안정 불평등을 가져오는등 많은 문제들
을 야기할 소지를 충분히 안고 있다.

따라서 어느정도의 정부규제는 필요하다고 본다. 2차세계대전이후 국가
경제를 오직 사회안전보장의 측면에서만 평가했다.

사회주의 국가건설이 아닌 사회적인 상품및 서비스가 국가에 의해 생산
통제되는 시스템에 관심을 가졌다.

그후 자유시장으로의 전환이 있었다. 지난달 스웨덴의 선거에서 사회
민주주의자들이 집권했다. 이들은 과거정권이 중립국으로서의 위치를 다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합리한 점을 척결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나친 사회복지주의를 시정, 더욱 조심스럽게 복지국가로의 접근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는 정부간섭과 완전 자유시장주의 사이에서 중간점 내지는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둘중 어느 하나도 배제할 수는 없다"

-대다수의 후발국가들은 산업육성정책의 채택으로 성공적인 경제발전을
이뤄 지금은 많은 나라에서 정부규제가 완화되고 시장원리에 의해 경제발전
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상황아래에서도 여전히 정부의 간섭이 효과적인가.

"효과적이었던 경우도 많다. 60년대 프랑스에서는 매우 효과적이었고
프랑스경제의 일부에서는 아직도 효력이 있다고 본다.

60~70년대 일본에서도 효과적이었다. 한국과 대만의 경우엔 산업발전의
초창기에 주효했다고 본다. 산업육성정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게으른
사람들이다.

이 정책을 채택하기 위해서는 심사숙고를 해야하고 계산및 예측을 해야하며
급변하는 상황을 수용할수 있는 융통성까지도 감안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
이다.

산업육성정책이 만능은 아니라해도 지침은 될수가 있다"

<< 계 속 ...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