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지금 잘 돌아가고 있는가, 내년도와 그 이후의 경제전망은
어떤가.

이런 물음에 대한 답변은 문제를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수 있다.

더욱이 앞으로 경제가 어떻게 될것인가를 전망하는 일은 정부가 정책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에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다.

비가 올것이라거나,눈이 내릴 것이라는 기상예보는 이미 예정돼 있는 것을
미리 알아내는 것이지 기상 그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제전망은 기상예보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바람직한 어떤 상황을 설정해 놓고 이를 이루어 내기 위해 경제를 운용
한다.

이러한 경제운용의 틀이 경제운용계획 또는 경제전망이다.

따라서 경제전망은 경제모습이 이렇게 될것이라는 것을 단순히 점치는
것이 아니다.

바람직한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한 방향설정 또는 계획인 것이다.

홍재형 부총리겸경제기획원장관을 중심으로한 새 경제팀이 13일 첫회동을
갖고 앞으로의 경제정책방향을 논의했다.

비록 조찬모임이라고 하나 새로 개편된 경제팀이 서로 호흡을 맞추었다는
점은 바람직한 일이다.

홍재형부총리와 박재윤재무 김철수상공자원부장관 한이헌청와대경제수석등
새경제팀이 풀어가야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연말에는 일부 개각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으나
새로 짜인 경제팀은 그 대상이 아닐것이라는 점에서 한국경제는 새경제팀의
정책조율에 따라 그 방향이 달라지게 될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새경제팀은 경제정책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신경제를 출범시키면서 경제정책의 수립과 집행에는 자율성
일관성 투명성등 세가지 원칙이 필요하다고 했고 이는 기회있을 때마다
계속 반복해서 강조되어 왔다.

그러나 총론적으로는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는것 같다가도 구체적인 개별
정책에서는 원칙이 실종되는 경우가 흔했다.

그래서 정책에 혼선을 초래하기도 했다.

예컨대 새로운 시장진입규제를 둘러싸고 이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경제
기획원과 바람직하다는 상공자원부간의 견해차이 같은것이 그것이다.

각부처의 입장은 서로 다를수 있다.

그러나 국민경제를 운용하는 것은 개인 기록경기가 아닌 단체경기에 비유
된다.

단체경기는 팀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팀웍을 살리기 위해서는 고질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부처이기주의를 탈피
해야 한다.

각부처의 견해가 다르다는건 하등 이상할것이 없다.

비록 서로 다른 견해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정책의 발표 또는 시행에
앞서 미리 조정되어야 마땅하다.

각경제부처는 서로 다루는 분야가 다를뿐 국민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위해서는 견해차이를 조정해야 한다.

부처이기주의의 탈피는 관료사회의 속성으로 미루어볼때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흔히 장관은 잠깐 왔다가 떠나갈 손님에 비유된다.

그러한 손님으로서의 장관이라면 어떤 정책을 소신껏, 그리고 일관성있게
추진할수 있겠는가.

새 경제팀은 손님이 아닌 경제정책수립과 집행의 주체로서 소신껏 일하고
그 결과가 잘못 됐을때 함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경제정책이 수립.집행될수 있을 것이고 정책의 마찰로
기업경영을 어렵게 하는 요인도 사라질수 있을 것이다.

새경제팀이 서둘러야할 일은 내년도 경제운용계획을 하루빨리 확정하는
일이다.

정부의 경제운용계획은 과거와 같이 "계획"의 성격은 크게 줄었다 하더라도
기업을 비롯한 모든 경제주체의 경제활동을 사실상 규제하는 가이드
라인이다.

따라서 정책기조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주기 위해 경제운용계획의 조기확정은
바람직한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는 내년도 경제전망을 내놓았다.

앞으로 각연구기관에서도 잇따라 새경제전망을 발표하겠지만 한국경제문제
는 물가를 안정시키면서 어떻게 성장을 유지할 것이냐 하는 정책선택문제로
귀착된다.

정책선택은 어느것을 택하고 어느것을 버리느냐 하는 선택도 있지만
여러가지 정책의 혼합도 있다.

예컨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조세부담률 정부지출증가율과 통화량을
함께 줄이면서 모든 부문의 코스트를 절감시키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의 경제정책운용에서는 이러한 정책혼합노력을 소홀히
한다.

통화량조절은 물가안정을 위해 사용할수 있는 하나의 정책수단일뿐 만병
통치약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물가를 잡기전에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을 잡은 경우는 얼마나 많았는가.

새경제팀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우리경제의 경쟁력제고에 둔다면 이를
가능케 하는 노력을 집중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을 미리 발표만 해놓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과거의 잘못이 되풀이 될수 있다.

힘든 일, 당장에는 인기를 얻지 못하지만 해야할 일에 새경제팀이 매달릴때
한국경제의 가능성은 열려질 것이다.

우리는 그걸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