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 올림픽으로 불리는 ''94한국전자전람회''가 12일부터 17일까지
6일간의 일정으로 서울 한국종합전시장(KOEX)에서 막을 올렸다.

상공자원부가 주최하고 전자공업진흥회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에는 120개의
외국회사를 비롯, 18개국 420개회사가 참가, 8만5,000여점의 첨단제품을
출품했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열린 일본전자전과 6일부터 11일
까지 개최된 대만전자전에 이어서 열려 국내외 바이어들이 대거 참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디오비디오(AV)및 가전관, 산업용기기관, 부품및 소재관, 외국관등
4분야로 나뉘어 전시되는 이번 전자전람회에는 일본 미국등 17개국의
외국기업이 참가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국가별 참가업체는 한국이 삼성전자 금성사 대우전자 현대전자등 종합전자
회사를 비롯 2백86개사가 참가했으며 일본은 샤프 캔우드 미쓰비시등
21개사가 제품을 출품했다.

미국은 13개사 <>독일 11개사 <>대만 10개사 <>홍콩 9개사 <>영국 7개사
<>스위스 2개사 <>싱가포르 2개사등이 제품을 내놓았고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덴마크 네덜란드 캐나다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의 기업들도 참가했다.

이번 전람회의 가장 큰 특징은 멀티미디어제품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는
것.

정보화의 진전과 전자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새로운 개념의 제품들이 날마다
나오고 있는 추세가 이번 전시회에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CD계열로서는 컴퓨터의 멀티미디어화를 앞당길 것으로 평가되는 국산
2배속 CD롬이 선보였다.

또 첨단 멀티미디어기기로 오디오와 비디오의 복합체인대화형 콤팩트디스크
(CD-I)관련 국산제품과 화상정보통신의 수신장치인 세트톱 박스(SET TOP
BOX)도 다수 출품됐다.

일본업체들과 세계시장을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는 국산비디오CD 첨단제품
도 전시됐다.

특히 금성사와 SKC가 공동으로 세계최초로 개발한 2배밀도비디오CD와
대화형비디오CD제품이 처음 선을 보였다.

멀티미디어기기등 첨단제품의 핵심부품인 반도체 초박막액정표시장치
(TFT-LCD) 고화질(HD)TV용 브라운관등 국산제품도 출품돼 국내전자산업의
기술수준을 과시했다.

삼성전자는 세계처음으로 개발한 2백56메가D램 워킹다이샘플과 14.2인치
크기의 TFT-LCD를 출품했다.

금성사는 67인치 프로젝션 HDTV를 전시했으며 HDTV용 컬러브라운관도
선보였다.

이번전람회의 또다른 특징은 환경중시형 전자제품이 출현한 것.

염화불화탄소(CFC)사용규제가 본격화됨에 따라 새로운 냉매를 채용한 환경
보호형 냉장고와 세제및 세탁수의 사용을 대폭 줄인 수질오염방지용 세탁기
가 다수 선보였다.

원적외선과 음이온등을 방출하는 TV와 전자파차단장치부착및 절전기능을
부과한 그린제품도 대량 선보여 전자제품이 환경및 건강보호형으로 전환되는
추세임을 보여주었다.

국내전자산업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됐던 부품및 소재기술의 낙후성이
상당히 극복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제품도 상당수 눈에 띄고 있다.

각종 CD계열의 제품에서 쓰임새가 날로 확대되고 있는 레이저 픽업용
광센서, 복사기 팩시밀리 전자저울등에서 기록된 정보를 읽어 감열기에
인쇄하는 감열기록소자등 대외의존도가 높았던 전자부품의 국산제품이
전시돼 이분야의 기술발전이 이뤄지고 있음을 실증했다.

또 노트북PC의 주기판에 표면실장하는 경박단소형 SMD소켓과 캠코더의
핵심부품으로 피사체의 빛을 받아들이는 고체촬상소자등의 국산제품도
출품됐다.

이밖에 무선호출기(일명 삐삐)에 진동신호를 발생시키는 코어타입의
소형모터, TV및 모니터에서 자장을 감소시키기 위해 온도상승과 저항이
비례하도록 하는 PTC서미스터, 콘덴서의 유전체재료인 MLCC용 유전체
세라믹파우더등 국산화된 경박단소형 핵심부품들이 많이 전시됐다.

사회의 정보화를 견인하고 있는 정보통신분야의 첨단제품도 대거 선보이고
있다.

무게 1백g대의 휴대용전화기를 비롯 가정용 팩시밀리등 생활용 정보통신
기기가 많이 나온것도 이번 전람회의 특징이다.

개인정보단말기(PDA)를 비롯 자동차의 전자지도안내장치등 국산첨단제품도
출현했다.

오는 96년 국내 유통시장의 완전개방을 앞두고 점차 거세지고 있는 해외
가전업체의 국내시장공략을 방어하기 위한 국내업체의 한국형 제품 개발도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찌꺼기가 많은 한국식사문화에 맞게 제조된 한국형 식기세척기와
건조기가 특히 눈길을 끌고 있다.

이제품은 접시를 많이 쓰는 서양식 식생활과는 달리 국그릇 밥그릇등 움푹
들어간 우리나라 식기구조에 맞추어 세척날개를 쌍방향으로 설계했다.

또 문틈새나 문턱의 홈등에 끼인 먼지를 제거할 수 있는 청소기도 대표적인
한국형제품으로 꼽을 수 있다.

미닫이등이 많은 한국형 가옥구조에 맞도록 홈의 먼지를 흡입하기 전에
역풍을 불어주어 먼지가 밖으로 나오도록 한뒤 이를 다시 흡입토록해
우리나라의 생활문화에 맞게 설계됐다.

이번전람회의 또다른 특징은 단순한 제품전시뿐 아니라 국제 기술워크숍을
동시에 개최한다는 점이다.

10일과 11일에는 서울인터콘티넨탈호텔과 무역클럽에서 한국과 중국의
과학기술자들이 공동으로 HDTV에 관한 기술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양국의 HDTV기술개발현황과 세계디스플레이기술개발동향
에 관한 토론과 연구발표로 상호 기술정보를 교환했다.

13일과 14일 이틀동안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는 한.일간 멀티미디어및
정보통신기술에 관한 기술세미나가 열린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양측의 업계와 학계전문가들이 참가, 멀티미디어
데이터베이스 주문형비디오 이동통신용 반도체설계기술에 대한 기술토론시간
을 갖는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