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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신문 창간30돌] 기고 (1) : 조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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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지*****************************

    21세기는 이미 시작되었다.

    21세기의 징표는 세계화,아시아의 등장,냉전시대의 종말등에서 볼수있다.

    문화권사이의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며 우리는 아시아와의 협력에
    대해서도 보다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특히 남북분단구조를 해소시킬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금은 국가존망의 위기라할수 있다.

    지나친 낙관론이나 체념적 태도를 모두 버려야 한다.

    개발시대의 비전과 정책을 갖고는 21세기를 헤쳐갈수 없다.

    사회의 모든 부문이 제역할을 해내야 하지만 특히 정계나 관계는 달라져야
    한다.

    정치는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하고 관료조직은 거듭나야 한다.

    정책의 이노베이션이 시급하다.

    출사표를 쓰는 심정으로 모두가 심기일전하자.

    **********************************************************************

    21세기는 이제 약 62개월이 남았다.

    그러나 이것은 역일의 계수일뿐,부분적으로는 21세기적인 상황은 이미
    시작된지 오래다.

    그것은 언제서부터 시작되었는가.

    정치.경제적으로는 80년대 중엽부터, 외교적.국제정치적으로는 소련의
    붕괴와 냉전의 종식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21세기적 상황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을 말하는가.

    세계적으로 보면 환경의 문제, 실업의 문제, 소득분배의 문제, 식량의
    문제등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많지만 우리나라의 견지로 보자면 당장
    두드러진 것으로 세가지를 들수 있다.

    첫째는 국제적으로 총력경쟁이 벌어지는 "세계화"현상을 들수 있고 둘째는
    아시아의 대두이며, 셋째는 남북한의 통일 가능성을 둘러싼 복잡미묘한
    정세의 전개이다.

    첫째 "세계화"의 세기란 무슨 뜻인가.

    한 마디로 각국간의 국경이 엷어지는 세기가 된다는 것이다.

    국경이 엷어짐에 따라 일국의 주권 행사도 여러면에서 많이 제한받게
    될 것이다.

    21세기에는 국가지상주의 민족지상주의가 크게 퇴색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민족이나 국가에 대한 귀속의식(identity)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종이나 문화, 종교나 가치관을 중심으로 하는 공동체에 대한 귀속의식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앞으로 나라와 나라사이, 문화권과 문화권사이의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비단 경제에 관한 경쟁뿐 아니라 정치 군사 외교 문화 국민정신등의 모든
    영역에 걸쳐 생존경쟁 내지 영향력 확대경쟁이 전개될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모든 영역에 걸친 경쟁에 뒤지지 않을 준비와 각오가 되어
    있는가.

    앞으로의 경쟁은 단순히 수출의 경쟁이나 기업의 경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능률, 교육의 내용, 국민지식의 정도, 금융의 효율, 국민의 가치관
    이 모든 것이 국제경쟁에 노출될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경제에만 치중해 왔기 때문에 경제 이외의 부문, 이를테면
    사회나 문화 부문에 있어서는 질적인 저하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저질문화를 가지고는 세계화시대의 총력경쟁에서 뒤지게 되며 선진권
    진입을 가로막을 것이다.

    우리가 자랑하는 경제에 있어서조차도 근래 양극화현상이 진행되고 있어
    경쟁력의 향상은 점차 어려워질 것이다.

    둘째 21세기는 그동안 설움받던 아시아제국이 상대적으로 구미제국과
    대등해지는 세기가 될 것이다.

    구미는 과학기술로 보나 총체적인 실력면에서 앞으로도 당분간 그 우월한
    지위를 유지하겠지만, 그 상대적인 위상은 저하될 것이다.

    20세기동안에는 아시아에서 나라같은 나라는 그저 일본이 있을 뿐이었지만
    21세기에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일본은 명치유신이래 지금까지 이른바 "탈아"정책을 써서 근접제국을
    침략하고 멸시해 왔으나 끝내 구미제국의 일원으로 되지도 못하였고 최근에
    와서는 정치.경제를 비롯하여 모든 면에서 세계화의 추세에 대한 적응이
    늦어짐으로써 아시아의 진운에 편승할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비해 지난 1세기반동안 서구열강과 일본의 침략으로 온갖 시달림을
    받아온 나라들이 아시아의 진운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중국 인도등이 크게 발전할 것이다.

    또 동남아국가연합(ASEAN)도 만만치 않은 문화및 경제블록으로 대두할
    것이다.

    이러한 아시아의 대두에 즈음하여 우리는 얼마나 아시아 나라로서의 의식을
    가지고 있는가, 아시아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느냐에 대한
    비전이 있는가, 우리는 과연 아시아의 어떤 나라와 가까운가, 우리는 자칫
    잘못하면 아시아의 나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서양나라도 아닌 일본의 전철을
    밟아 국제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은 없겠는가, 문화적으로도 인접국가들과
    이해의 기반이 성립하기가 어려운 약점을 키우고 있지 않은가.

    물론 우리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세계적인 안목을 가져야 하며
    지나치게 아시아를 의식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아시아의 진운에 발을 맞추지 않으면 그만큼 우리의 행보는
    무거워질수밖에 없다.

    셋째로 분단된 이 나라는 세계의 어떤 다른 지방보다도 복잡한 환경속에
    놓이게 될 것이다.

    만일 분단된 양측이 이 중대한 시기에 판단을 그르친다면, 유한을
    자손만대에 남길 것이다.

    지금 한반도의 국내외 정세는 마치 19세기말의 그것을 방불케 한다.

    그당시 우리나라에는 친일파 친청파및 친러파등이 서로 각축하여 국론의
    방향이 잡히지 않은채 혼란속에서 우왕좌왕하다가 끝내는 국권을 상실했다.

    그후 해방이 되기는 했으나 국토의 분단이라는 또 하나의 비극이 이 나라를
    엄습했다.

    그 비극도 모자라서 또 하나의 비극이 우리를 덮쳤다.

    3년에 걸친 처절한 전쟁이 그것이다.

    그 전쟁의 타성은 아직도 양측에 생생히 남아 있다.

    세계 모든 곳에서 냉전이 끝난 오늘에도 이 땅에서는 거의 아무런 변화가
    없다.

    냉전상태가 아직도 이 땅에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원인여하를 막론
    하고 분단자체에 못지 않은 비극이라고 하지 않을수 없다.

    스스로 단일민족이라 자랑하면서도 세계유일의 분단국가를 이룬채 아직도
    서로 전혀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으니 그 이유가 어디 있든간에 오늘을
    사는 우리는 역사에 대해 면목이 없고 세계에 대해서도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한국의 통일이 언제 될는지 물론 우리는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의 체제는 21세기가 오기전에 무너지리라 보고 있다.

    그러나 그 가능성에 모든 기대를 걸어서는 안된다.

    통일이란 궁극적으로 남북 양측 국민들의 상호이해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루어 질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남북한은 당장에 통일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서로의
    교류와 이해증진에 역행하는 사태들이 계속되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사태들이 계속된다는 것은 양측이 모든 세계화 추세와 아시아의
    진운에 역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한이 서로 이해하는 방향으로 접근하지 않는한 한반도에는 19세기
    말의 역사가 또 한번 재연될 것이다.

    (( 계 속 ...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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