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610) 제3부 정한론 : 원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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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벌을 감행합시다. 그냥 가만히 내버려두면 중국과 조선국이 우리를
업신여길 뿐 아니라 류큐 사람들도 우리에게 크게 불만을 품을게 뻔해요"
오쿠보의 말이었다.
대만을 정벌하느냐, 그만두느냐 하는 안건으로 각료회의가 개최된
것이었다.
"지금은 국내 문제에 전력을 기울여야지, 해외 원정은 적절치 않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지난해 시월 조선국을 정벌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로 사이고
진영과 대립했을 때 우리는 정벌을 한사코 반대했었잖아요. 그래서 정한파가
모조리 물러나는 큰 정변을 겪었는데, 불과 몇달만에 우리가 정벌 쪽으로
나가다니 앞뒤가 안맞을 뿐 아니라, 정한파를 크게 자극하는 결과를 가져올
겁니다"
기도가 정면으로 반대를 하고 나섰다.
"조선국 정벌과 대만 정벌은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잖아요. 조선국
정벌은 긁어 부스럼을 일으키는 격이지만, 대만 정벌은 돋아난 부스럼을
제거하는 셈이 아니오. 이미 부스럼이 돋았는데 가만히 내버려 두어야
하나요? 그리고 정한파를 크게 자극한다는 말도 맞지가 않아요. 정한파는
반드시 조선국만을 정벌하자는게 아니라, 사족들의 불만을 밖으로 내뿜도록
하자는 취지였으니, 대만을 정벌한다면 그들도 반대할 까닭이 없어요. 아마
내 생각에는 대찬성일 거요"
"그렇지가 않아요. 입장을 바꾸어 놓고 한번 생각해 보세요. 지금은 내치
에 힘써야 할 때라고 각의의 결정을 뒤집기까지 했는데, 그들이 물러나자
내치파가 오히려 해외 원정을 실시하다니, 그렇다면 반대를 위한 반대, 즉
그들을 몰아내기 위한 술책에 불과했다고 분노할게 뻔하다구요. 특히
사이고공이 대노할 겁니다. 정변이 있은지 몇년이 지났다면 또 모르지만..."
기도의 말을 가로막듯 사이고 쓰구미치가 입을 열었다.
"지나간 일은 들먹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사 때문에 할 일을
주저한다는 것은 국정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취할 태도가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 형님은 결코 노하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도량이 좁은 사람이
아니라구요. 오히려 잘하는 일이라고 대찬성일 겁니다. 내가 누구보다도
형님을 잘 알아요"
형님은 형님의 신념대로 살고, 나는 내 신념대로 산다면서 정한론 정변때
그대로 육군대보자리에 눌러앉았던, 사이고의 동생 쓰구미치의 말에 기도는
냉소를 지었고, 오쿠보는 흐뭇한 미소를 떠올렸다.
오쿠보의 주장, 즉 대만 정벌에 대하여 반대하는 사람은 기도 한사람
뿐이었다.
그래서 그 안건은 쉽사리 가결되었고, 기도는 결국 사직을 하고 말았다.
대만 정벌은 이미 3년전에 일어난 사건 때문이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2일자).
업신여길 뿐 아니라 류큐 사람들도 우리에게 크게 불만을 품을게 뻔해요"
오쿠보의 말이었다.
대만을 정벌하느냐, 그만두느냐 하는 안건으로 각료회의가 개최된
것이었다.
"지금은 국내 문제에 전력을 기울여야지, 해외 원정은 적절치 않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지난해 시월 조선국을 정벌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로 사이고
진영과 대립했을 때 우리는 정벌을 한사코 반대했었잖아요. 그래서 정한파가
모조리 물러나는 큰 정변을 겪었는데, 불과 몇달만에 우리가 정벌 쪽으로
나가다니 앞뒤가 안맞을 뿐 아니라, 정한파를 크게 자극하는 결과를 가져올
겁니다"
기도가 정면으로 반대를 하고 나섰다.
"조선국 정벌과 대만 정벌은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잖아요. 조선국
정벌은 긁어 부스럼을 일으키는 격이지만, 대만 정벌은 돋아난 부스럼을
제거하는 셈이 아니오. 이미 부스럼이 돋았는데 가만히 내버려 두어야
하나요? 그리고 정한파를 크게 자극한다는 말도 맞지가 않아요. 정한파는
반드시 조선국만을 정벌하자는게 아니라, 사족들의 불만을 밖으로 내뿜도록
하자는 취지였으니, 대만을 정벌한다면 그들도 반대할 까닭이 없어요. 아마
내 생각에는 대찬성일 거요"
"그렇지가 않아요. 입장을 바꾸어 놓고 한번 생각해 보세요. 지금은 내치
에 힘써야 할 때라고 각의의 결정을 뒤집기까지 했는데, 그들이 물러나자
내치파가 오히려 해외 원정을 실시하다니, 그렇다면 반대를 위한 반대, 즉
그들을 몰아내기 위한 술책에 불과했다고 분노할게 뻔하다구요. 특히
사이고공이 대노할 겁니다. 정변이 있은지 몇년이 지났다면 또 모르지만..."
기도의 말을 가로막듯 사이고 쓰구미치가 입을 열었다.
"지나간 일은 들먹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사 때문에 할 일을
주저한다는 것은 국정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취할 태도가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 형님은 결코 노하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도량이 좁은 사람이
아니라구요. 오히려 잘하는 일이라고 대찬성일 겁니다. 내가 누구보다도
형님을 잘 알아요"
형님은 형님의 신념대로 살고, 나는 내 신념대로 산다면서 정한론 정변때
그대로 육군대보자리에 눌러앉았던, 사이고의 동생 쓰구미치의 말에 기도는
냉소를 지었고, 오쿠보는 흐뭇한 미소를 떠올렸다.
오쿠보의 주장, 즉 대만 정벌에 대하여 반대하는 사람은 기도 한사람
뿐이었다.
그래서 그 안건은 쉽사리 가결되었고, 기도는 결국 사직을 하고 말았다.
대만 정벌은 이미 3년전에 일어난 사건 때문이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