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적인 차원의 인포반을 구성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하드웨어및
소프트웨어의 표준화가 첫손에 꼽힌다.

국가적인 차원의 표준화는 접속환경을 만드는데 주력하는데 비해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표준화는 적자생존의 원리가 지배하는 경쟁과 도태되는
과정이 있어야만돼 표준화작업이 훨씬 느리게 진행된다고 할수 있는 탓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정보고속도로 구축분야에서 필수불가결한 핵심기술
가운데 이미 표준화된 것으로 부각되는 것들이 등장하고 있다.

비동기전송모드(ATM)로 불리는 고속전송기술은 이중의 하나다.

지난 80년대 중반 프랑스에서 개발된 이기술은 정보고속도로의 장래를
좌우하게될 핵심기술로 여겨지고 있으며 이기술에 관심을 갖고 이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실험하는 통신업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방식은 음성이나 데이터 영상등이 뒤섞인 정보를 초당 최고 45MB까지
전송할수 있는데 전송률은 갈수록 향상되는 추세이며 앞으로는 기가바이트급
정보도 다룰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나이넥스 벨사우스등 지역전화회사가 중심이 돼 여러가지 활용
방안을 연구중이며 아시아지역에서는 싱가포르텔레콤 일본 후지쓰등이
이같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개인용컴퓨터(PC)를 이용한 화상회의 시스템분야에서도 멀지않아 하나의
업계표준이 탄생될수 있을 전망이다.

AT&T와 인텔은 지난 8월 데스크탑PC 비디오컨퍼런스시스템의 개발및
마케팅에 협력키로 계약을 체결, 그같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인텔은 올초 "프로셰어"라는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개인용컴퓨터를
선보였는데 이는 PC를 비디오폰화할수 있는 제품이었다.

이제품은 인디오라는 디지털정보압축기술을 활용, PC를 화상회의시스템으로
전환시킬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화상회의용 화면 크기가 모니터 전체에 꽉차지도 않고 화면 움직임이 다소
부자연스런 원시적인 형태이기는 하지만 싼 값에 화상회의시스템을 갖출수
있는 시기가 올날이 멀지 않았음을 예고했다.

이시스템은 종래 화상회의 표준 후보가운데 가장 유력한 시스템과 호환성이
없었던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인텔과 AT&T의 제휴는 이런 문제점의 해결책이 나올수 있는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AT&T는 화상회의 표준그룹의 실력자로 인텔 시스템과 자사의 네트워크
서비스간의 연결교량 탄생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었며 AT&T측은 연말까지는
두 시스템의 복합체를 시험하고 내년부터는 이를 상품화할 계획이다.

이같은 미국기업들간의 제휴는 일본 업체들의 동조 덕분에 한층 국제적인
표준으로 힘을 얻어가고 있다.

지난달초 일NTT NEC 후지쓰 저스트시스템등 컴퓨터.통신회사들이 이그룹에
합세한다고 밝혔다.

물론 유럽쪽에서는 다소 반발이 있기는 하다.

미국 기업들이 만든 기술들이국제 표준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연말까지는 유럽기업들 가운데서도 6~7개 업체는 이같은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럴 경우 비디오화상회의 분야에서의 가장 큰 장애요인 하나가 사라지게
되며 PC를 이용한 화상회의 시스템 보급은 엄청난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보고속도로와 이를 근간으로 한 정보화시대의 모습을 좌우하게 될 또다른
요소의 하나가 정보주문형비디오(video on demand)기술이라 할수 있다.

종래 일방적으로 매스컴에서 제공해주는 매체와 대조되는 이시스템은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골라 볼수있는 비디오기기쯤으로 풀이가 가능한데
이의 역할 또한 엄청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선진 각국은 이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표준화
작업은 다소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의 기업과 학계등 1백여개 기관이 참여하는 국제조직인
"디지털 오디오 VTR협의회(DAVIC)"는 내년말까지 정보주문형비디오의 기술
표준제정을 매듭지을 것이라고 지난 7월 밝혔다.

표준화작업 대상에는 CATV접속기기와 통신프로토콜등이 포함되며 협의회는
내년 6월부터 본격적인 실험을 해가며 표준제정 작업을 할 예정이다.

디지털 정보압축-복원기술도 표준화과정이 끝나가는 분야라 할수 있다.

초고속으로 정보를 전송할수 있도록 정보크기를 작게 만들고 정보를 수신
한 뒤 이를 원래대로 환원시키는 기술로 풀이할수 있는데 미국의 인텔등
몇개의 그룹이 업계표준으로 자리를 굳힐수 있도록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 김현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