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암행어사가 경북 울산에 사는 김용하라는 사람이 제기한 묘지소송
에 대해 내린 판결문이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판결문은 김제선변호사(69.고시8회)가 그동안 개인소장해오던 것으로
지난 9월 법원행정처에 기증, 고증을 통해 암행어사의 판결문임이 입증됐다.

현재로 말하면 민사상 소유권분쟁소송 턱인 이 김용하사건은 1874년(고종
11년)초에 당시 울산부에 접수돼 같은해 7월 암행어사가 친해 마패로 확인
도장까지 찍어 작성한 판결문이어서 암행어사가 사법권까지 행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용하씨가 묘지소유권을 확실히 해두기 위해 낸 소장의 내용은 이렇다.

"죽은 아내를 송진선의 선산근처에 묻었는데 산송(묘지소송)이 일어나
산소를 지킬뜻으로 그들에게 30냥을 주고 서로 약정했사오나, 인심이 측량키
어려워 혹시 훗날 일이 있을까 두렵습니다.

이에 제음(지방관이 내린 처분내용)과 그들이 적어준 수표(영수증)을 첨부
하여 삼가 아뢰오니 훗날 참고를 위하여 입지(개인이 청원한 사실을 관에서
공증하는 문서형식)를 만들어 주시기 바라는 뜻으로 처분하여 주십시오"

한마디로 돈도 지불하고 영수증도 받았으나 그래도 불안하니 암행어사가
내린 판결문을 증거로 갖고 싶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울산부가 소속된 경상좌도(지금의 경상북도) 암행어사(기증
자인 김변호사는 이 암행어사가 초대주미공사를 지낸 박정양이라고 주장)는
간결한 판결로 백성을 기쁘게 했다.

내용인즉, "이미 수표(영수증)을 만들어 매매하였으니 무슨 후환이
있겠는가. 이전의 제음에 의하여 다시 울산부에게 아뢰어 입지를 내주도록
하는 것이 의당하다"고 밝혔다.

원문으로는 "기성표이매매의 유하후려호 경정본관 발출입지 의당향사"라고
적혀있다.

김씨가 돈을 주고 묘터를 샀다는 영수증이 증거로 인정되니 울산부가
문서를 작성해 주는 것이 정당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법원행정처는 이 판결문을 현재 사법제도도입 1백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곧 완공될 서울 서초동 대법원청사내 법원사료전시실에 이 판결문을
전시,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고기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