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어 가까운 친구가 옆에 있으면 그 또한 축복받은 인생이라고
했다.

나는 성격상 무슨 일을 하든 열과 성을 다해 정력적으로 추진하는
스타일인데 회사를 경영하면서도 그러한 성격 때문에 나자신을
혹독하게 몰아붙이는 편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 몸과 마음이 지치기 쉬운 법.

과거에 병약했을때 내게 새로운 삶의 길을 열어준 알로에를 비롯, 내
나름대로 터득한 겅간비법으로 고희를 앞둔 지금도 건강하게 지내고
있으므로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생각은 별로 해본 적이 없으나 문제는
마음의 여유를 잃어 정신적으로 피곤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처럼 피곤해진 마음에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는것이 바로
오랜 친구들의 모임인 "신경질산악회"이다.

대학 다닐때 주고 기독학생운동을 하던 친구들이 모여 지난 1981년에
만든 "신경질산악회"는 지금까지 13년 가까이 매주 일요일마다 전국의
유명산및 서울 외곽의 산을 등반해 오고있는 모임이다.

산이 주는 침묵 속에서 인생을 돌이킬수 있는 여유를 배울 뿐만 아니라,
죽마고우들의 모임인지라 만나기만 하면 모두들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등반후 자치기 재기차기등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하루해가 저물기도 한다.

이처럼 어른이(어린이와 어른의 중간세대라고나 할까)가 되어 동심의
세계에서 하루를 보내다 보면 찌들었던 마음의 때를 훌훌 털어버릴수
있어 일을 위한 재충전의 여유를 되찾게 됨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우리 모임의 이름이 "신경질산악회"로 된 것은 MBC에서 방영된
"제3공화국"의 작가로 유명한 이영신씨 때문.

그는 자신이 집필중이던 "제3공화국"에서 김대중씨 납치사건을 사실로
표현한 것이 화근이 되어 당시 집권세력의 압력으로 도중에서 방영자체를
그만두어야 했다.

이때부터 그는 말끝마다 "신경질"이라는 단어를 습관처럼 사용해 오고
있는데 이처럼 그의 입버릇이 되어 버린 "신경질난다"에서 모임의 이름을
따오게 된 것이다.

"신경질산악회"는 양태하(태광문화사 대표)이상설(전방송개발원 원장)
장형정하(도서출판 거리내 대표)박세웅(동방FA기계 대표)이영훈(교육자)
등 모두 10명의 친구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는 소모임 격인 "품앗이회"
를 조직해서 매주 성심보육원(의정부 소재)을 방문,그곳의 원생들과 하루
일과를 보내기도 한다.

우리 나이 또래라면 보릿고개를 비롯,모두들 어려웠던 시절에 대한
기억이 지금도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 "신경질산악회"회원들 역시 마찬가지여서 불우한 어인 시절을
보내고 있는 원아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줄수 있을까 하여
모두들 뜻을 모아서 매주 성심보육원을 방문해 오고 있는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