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생산기법.

일본 기업이 보여준 엄청난 경쟁력의 후광을 입어 한때 생산성 향상을
꾀할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안으로 여겨졌다.

비록 요즘들어 일본식 관리방식에 대한 회의론이 이따금씩 고개를 들기는
하나 아직까지는 그효율성을 의심하는 측보다는 그렇지 않은 쪽이 많은
편이다.

유럽지역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몇년전까지만해도 유럽업체들은 일본식
생산기법을 배우는데 열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일본식 생산기법이 문화적인 배경을 무시하고 아무나 채택
가능한 만능 관리기법이 아닐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한 보고서가
영국에서 나와 작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보고서는 유럽이 불경기였을때 일본식 생산기법을 전격적으로 채택한
유럽회사들이 유럽방식을 다소나마 유지하던 회사들에 비해 수익률이 더
낮았다고 밝혀 논쟁에 불을 붙였다.

물론 보고서작성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이같은 회의론에 동조한 것은
아니었다.

케임브리지대학 경영관련연구소의 강사인 닉 올리버씨는 "보고서에
나타난 내용이 전부가 아니며 경기침체에 수반되는 현상의 양면성을 고려
하면 현재 이익이 되는게 나중에는 불이익이 될 수도 있다"면서 아직까지는
어떠한 결론을 내리는 것이 성급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일본식 생산방식을 도입한 업체로부터의 반향은 컸다.

특히 독일 자동차메이커인 포르셰사와 자동차용 안전장구를 만드는 영국의
프레스워크 메탈사의 경우는 이같은 결론이 얼토당토 않은 것 쯤으로 치부
했으며 일본식 생산기법의 효율성을 확신하는 태도였다.

그들은 원자재를 비축해놓지 않고 생산에 필요한 때에 즉각적으로 자재를
공급받을수 있도록 한 JIT(just-in-time)기법이나 총체적인 품질관리기법
등의 장점을 믿고 있으며 결국에는 경영에 보탬이 될 것으로 단언했다.

포르셰사의 한 대변인은 92년 이같은 일본식 생산기법을 도입한 결과
원자재 비축량을 종래 30일분에서 몇시간 분량으로 줄여 물류비용을 크게
줄일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포르셰자동차 1대를 조립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30%가량 단축, 생산단가
를 크게 낮출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고서에 나타난 결과는 달랐다.

영국이 경기침체로 빠져들던 시점인 90~92년중 일본식 생산기법을 채택한
업체는 도입폭이 클수록 운영수익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올리버씨는 그래도 이같은 결과를 곧 일본식 경영이 유럽문화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조사대상이 된 업체 가운데는 회사와 종업원간의 인간적인 유대관계를
중시하는 일본식 시스템의 영향을 받아 경기침체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힘들었던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회사는 앞으로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현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