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에 요란한 박수소리가 터졌고 와-야-하고 흥분이 되어 환성을 내지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자기를 중심으로 뭉쳐서 일어설 준비, 즉 무력봉기를 도모하자는 그런
환영사를 듣는 에도는 심정이 약간 착잡했다.

그러면서도 결코 싫지는 않았다.

그는 문득 이다가키의 말이 떠올랐다.

"에도공이 가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지, 물을 붓는 역할을 할수 있을
것 같소?"

정말 기름을 붓는 격이 아니고 무엇인가, 도착한 첫날밤 환영연에서부터
이러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물을 붓는 역할을 시도할 수도 없을것 같았다.

분위기가 벌써 그런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뿐 아니라, 섣불리 물을 부으려고
들다가는 오히려 반발을 사서 무슨 일을 당할지도 알수 없었다.

그리고 에도는 이미 물을 붓는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은 머리에서 희미해져
있었다.

이다가키를 만나고 도쿄를 떠날때는 어중간한 심정으로 현지에 가서
상황을 보고 판단을 내리리라 싶었는데, 기선에서 하야시와 에비하라를
만나는 바람에 마음이 어느덧 무력봉기 쪽으로 슬그머니 기울어졌다.

그래서 그는 하야시에게 사이고의 의향을 알아봐 달라고 당부까지 했다.

사이고가 일어서면 전국의 불만 사족들이 따라서 일어설 터이니, 현정권을
전복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싶어서 말이다.

환영연은 그와같은 환영사때문에 처음부터 열기를 띠어 술들이 들어가자
그 기세가 더욱 고조되었다.

아무 불상사도 일어나진 않았으나 마치 궐기 전야의 주연같은 뜨거우면서도
살벌한 그런 분위기였다.

그 정보가 현청에 들어가지 않을 까닭이 없었다.

에도가 사가에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되는 터에, 당장 그날밤
술자리를 벌여 정한당과 우국당의 간부들이 함께 서슴없이 봉기를 외치며
온통 야단들이었다니, 즉각 경계에 돌입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렇잖아도 뒤숭숭하던 사가가 별안간 바짝 흉흉해졌다.

거리를 순찰하는 순사의 수효가 눈에 띄게 늘어났을뿐 아니라, 칼을
찬데다가 모두 총까지 메고 있었다.

그리고 사복들이 두 당의 간부들을 미행하며 동태를 감시하였다.

그런 살벌한 분위기속에서도 시마는 곧잘 에도를 찾아가 밀담을 나누곤
했다.

두 사람은 봉기에 앞서 우선 옛 번교인 홍도관에 "정한선봉청원사무소"
라는 간판을 걸었다.

합법을 표방하는 것이었다.

자기네 두 당이 조선국 정벌의 선봉이 되도록 정부에 청원을 하려는
것이니 불법일 턱이 없었다.

그 간판뒤에서 은밀히 봉기의 준비를 해나가려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