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명이 대이동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추석연휴가 끝났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공장 기계를 매만지거나 혹은 책상에 앉아
마음을 다시 다잡아야 할 때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은 추석이 1년중 가장
쾌청한 절기이며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몸과 마음이 모두 풍요한 결실을
맺는 명절 중의 명절이기 때문에 나온 말일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1년내내 힘든 농사일에서 허리 한번 펴지 못하다가
이날 하루만큼은 햇곡식과 햇과일을 즐기며 쉴수 있었던 우리 조상들의
애환이 배어있는 말이기도 하다.

오늘날과 같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속에서 정신없이 뛰다가
모처럼 고향을 돌아보고 조상과 친지를 뵙기에는 4일연휴가 오히려
짧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기간동안 제철소의 고로등 일부 생산현장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산업생산이 일시에 멈춰버려 이로 인한 생산차질액이 1조원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만큼 추석명절은 가치있게 보내야 하고 이제 다시 생산현장에 돌아
와서는 생산성 향상에 땀을 흘려야 한다.

최근들어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점차 높아짐에 따라 일보다는 여가를
중시하는 추세가 점차 강해지는 것은 어쩔수 없는 현실로 치더라도 최소한
놀때 놀고 일할 때는 일에 몰두하는 근로정신만은 사회통념으로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앞세대와 우리 자신의 노력으로 그동안 나라 경제가 눈부시게 발전
했지만 현재의 산업수준이나 국가경쟁력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들은 우리가
아직 성장의 과실을 거둘때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 주고있다.

어쩌면 우리가 평생동안 가꾸고 기다려온 그 과실들은 우리의 몫이 아닐
수도 있다.

그 수확의 기쁨은 다가오는 2000년대 우리 후세대들의 몫인지도 모른다.

연휴을 지낸 이제,우리는 다시 생산현장에서 땀을 흘리며 산업발전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