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586) 제3부 정한론 : 반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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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이 선실에서 그렇게 양주에 취해서 곧 세상을 뒤집어 엎을 듯이
떠들어대고 있는 바로 그 시각에 경시청의 대경시인 가와지는 자기의
집무실에서 대경실색을 하며, "뭐라구? 그게 정말이야?" 하고 보고차
들어온 부하 직원에게 냅다 반말로 내뱉고 있었다.
"예, 방금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래,어떻게 됐어? 돌아가셨나?"
"돌아가시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않은 것 같다니,그런 대답이 어디 있나. 돌아가셨으면 돌아갔고,
안돌아가셨으면 안돌아간 것이지"
"예,예.곧 확실한 것을 알아보겠습니다"
"범인은 잡았나?"
"못잡은 것 같습니다"
"또 그따위 대답이야!" 가와지는 벌컥 역정을 냈다.
그리고 서릿발 같은 명령을 내렸다.
"속히 수배를 해서 범인들을 모조리 잡아들이도록 해.틀림없이 도쿄를
빠져나가려 할 터이니 요소요소의 검문을 강화하고, 특히 항구쪽의 감시를
철저히 하도록.알겠나?"
"예,알겠습니다"
"아직은 도쿄를 못 벗어났겠지만, 쥐새끼들처럼 언제 빠져나갈지 모르니,
전국에 수배를 하라구"
"예, 예" 부하 직원이 돌아서 나가자, 가와지는 책상 위에 놓인 찻잔의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우대신인 이와쿠라가 자객들의 습격을 받았다는 보고였던 것이다.
그날 이와쿠라는 아카사카 이궁으로 메이지 천황의 부름을 받고 가서
이틀전에 결성대회를 가진 애국공당에 관하여 자세한 보고를 했다.
태정대신인 산조가 유고로 등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와쿠라가
대신 갔던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이와쿠라가 탄 마차가 구리지가이라는 고개에 이르렀을때
난데없이 숲속으로부터 칼을 빼든 사람들이 뛰어나왔다. 자객들이었다.
이와쿠라를 경호하기 위해 마차 뒤를 따르고 있던 경호원들과 자객들
사이에 순식간에 공방전이 벌어졌다.
대검이 번쩍번쩍 난무하는 가운데 자객 한 사람이 비호같이 마차에
뛰어오르며 칼을 휘둘러 먼저 마부를 벴다.
"으악-" 마부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짐과 동시에 이와쿠라는 앉았던
좌석에서 일어나 냅다 몸을 반대방향으로 날렸다.
덮어놓고 마차에서 뛰어내린 것이었다.
"에잇!" 자객의 두번째 휘두른 칼이 이와쿠라의 한쪽 어깻죽지를
스쳤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16일자).
떠들어대고 있는 바로 그 시각에 경시청의 대경시인 가와지는 자기의
집무실에서 대경실색을 하며, "뭐라구? 그게 정말이야?" 하고 보고차
들어온 부하 직원에게 냅다 반말로 내뱉고 있었다.
"예, 방금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래,어떻게 됐어? 돌아가셨나?"
"돌아가시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않은 것 같다니,그런 대답이 어디 있나. 돌아가셨으면 돌아갔고,
안돌아가셨으면 안돌아간 것이지"
"예,예.곧 확실한 것을 알아보겠습니다"
"범인은 잡았나?"
"못잡은 것 같습니다"
"또 그따위 대답이야!" 가와지는 벌컥 역정을 냈다.
그리고 서릿발 같은 명령을 내렸다.
"속히 수배를 해서 범인들을 모조리 잡아들이도록 해.틀림없이 도쿄를
빠져나가려 할 터이니 요소요소의 검문을 강화하고, 특히 항구쪽의 감시를
철저히 하도록.알겠나?"
"예,알겠습니다"
"아직은 도쿄를 못 벗어났겠지만, 쥐새끼들처럼 언제 빠져나갈지 모르니,
전국에 수배를 하라구"
"예, 예" 부하 직원이 돌아서 나가자, 가와지는 책상 위에 놓인 찻잔의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우대신인 이와쿠라가 자객들의 습격을 받았다는 보고였던 것이다.
그날 이와쿠라는 아카사카 이궁으로 메이지 천황의 부름을 받고 가서
이틀전에 결성대회를 가진 애국공당에 관하여 자세한 보고를 했다.
태정대신인 산조가 유고로 등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와쿠라가
대신 갔던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이와쿠라가 탄 마차가 구리지가이라는 고개에 이르렀을때
난데없이 숲속으로부터 칼을 빼든 사람들이 뛰어나왔다. 자객들이었다.
이와쿠라를 경호하기 위해 마차 뒤를 따르고 있던 경호원들과 자객들
사이에 순식간에 공방전이 벌어졌다.
대검이 번쩍번쩍 난무하는 가운데 자객 한 사람이 비호같이 마차에
뛰어오르며 칼을 휘둘러 먼저 마부를 벴다.
"으악-" 마부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짐과 동시에 이와쿠라는 앉았던
좌석에서 일어나 냅다 몸을 반대방향으로 날렸다.
덮어놓고 마차에서 뛰어내린 것이었다.
"에잇!" 자객의 두번째 휘두른 칼이 이와쿠라의 한쪽 어깻죽지를
스쳤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