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있는 해외보고서에서 평가한 우리의 국가경쟁력이 선진국에는 물론
개도국중에서도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펴낸 "94년 세계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인 23개 선진국을
포함한 41개국중 24위, 18개 개도국중에서는 7위를 기록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한국은 91년에는 개도국중 3위였으나 해마다 떨어지더니
올해에는 태국에 까지 뒤져 아시아의 주요 경쟁국들중 최하위로 밀려났다.

특히 새정부가 들어선뒤 모든 정책의 초점을 국제경쟁력강화에 맞춰온 점을
생각할때 경쟁력약화의 원인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

IMD보고서가 분석한 우리의 국제경쟁력약화 원인중 가장 큰 이유는 국제화
부진이 꼽혔다.

그 근거로 상품및 서비스수입을 꺼리는 경향이 매우 강하며, 외국기업과의
합작이 어렵고, 외국인투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허술하며, 외국인취업에도
인색하다는 점등을 꼽았다.

다음으로 중요한 원인은 금융부문의 낙후가 지적되었다.

국내 자본시장에의 외국기업접근과 거꾸로 외국자본시장에 대한 국내기업의
접근이 모두 평가대상국들중 가장 힘든 나라로 평가되었으며 중앙은행정책의
부정적인 영향도 두번째로 큰것으로 꼽혔다.

금융산업의 비자율성이나 높은 자본비용이 기업경영에 주는 부담등도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정부부문의 비효율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기업발전에 방해가 되는 정부규제가 평가대상국들중 두번째로 심했으며
공정경쟁을 왜곡하는 정도는 세번째로, 관료주의의 폐해는 네번째로 꼽혔다.

특히 시장가격에 대한 정부규제가 매우 심한 것으로 지적되었다.

이밖에도 사회간접자본의 발달이 상당히 뒤져 있고 기업경영진의 기술혁신
및 기업내 불합리요인을 제거하려는 노력이 크게 부족하며 노사대립이 큰
장애요인으로 떠올랐다.

이같은 지적들은 대부분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며 우리가 듣기에도
타당한 점이 많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난 1년반동안 이같은 취약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했으며 왜 효과를 거두지 못했는지 따져볼 문제이다.

새정부가 국제경쟁력강화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적인 효과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내용이 부실함에도 지나치게
시행을 서두른 경우가 적지 않으며 따라서 실제 효과에 비해 부작용이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개혁중의 개혁"이라는 금융실명제의 시행을 들수
있다.

누가 뭐라 해도 금융실명제의 시행은 필요했으나 종합소득과세를 뒤로
미룬채 시행되는 바람에 종이호랑이에 불과했으며 그나마 두차례의 완화
조치로 흐지부지 되었다.

아울러 처음부터 실행능력도 없고 현실여건도 안돼 있는데 과거있는 돈을
엄하게 색출하겠다고 큰소리 치는 바람에 경제에 불필요한 충격만 주었다.

80년대초부터 계속 논의되어온 금융자율화도 지지부진하며, 금리자유화도
예정보다 앞당겨 3단계까지 시행되고 있으나 재무부가 음으로 양으로 개입
하여 겉다르고 속다른 실정이다.

정부가 그토록 강조했던 규제완화도 건수만 많을뿐 그 효과가 피부에 와
닿지 않으며 최근 물가오름세가 가파르자 기업에 가격인하를 강요하는등
오히려 가격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작은 정부의 실현도 한두개 부처를 상징적으로 통폐합하는 선에 그쳤고
최근에는 오히려 5,000여명의 공무원증원을 요구하는등 완전히 물건너간
느낌이다.

이렇듯 겉만 요란하고 실속이 없는 개혁조치가 남발되다 보니 그나마
약효마저 멀어져 기업이건 일반국민이건 정부시책을 믿지 못하고 심지어는
냉소적인 태도까지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현실을 정면돌파하고 날로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목표와 시한을 정하고 실행방안을 강력히 밀어 붙여야
한다고 생각된다.

가장 바람직하기로는 이해 당사자들끼리 자발적으로 경쟁촉진과 시장개방,
그리고 생산성향상을 위해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실천에 옮기는 것이 좋으나
자칫하면 부지하세월이 되기 쉽다.

그 좋은 예로 대학개혁의 예를 들수 있다.

가장 폐쇄적이고 무사안일한 풍토로 국가경쟁력약화의 큰 원인이라 할수
있던 대학교육의 문제점은 귀가 아프게 들어왔으며 어제오늘 지적된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꿈쩍않던 대학사회가 요즘음 갑작스레 변화하기 위해 부산을 떨고
있다.

연구않는 교수를 탈락시키고 외국인교수를 채용하는등 유능한 교수를
모셔오며 발전기금을 모아 시설투자를 서두르는등 법석이다.

이런 변화의 직접적인 계기는 내년부터 2~3년안에 모든 대학을 종합평가
하고 이에 따라 재정지원에 차등을 두겠다는 정부방침 때문이다.

금융자율도 정부개혁도 마찬가지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줄 모르면 상처가 난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물가에 어린애를 놔둔 것처럼 그냥 버려두면 큰일 난다는 식으로 생각하니
규제완화가 진전되지 않는다.

어린이는 시간이 지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어른이 된다.

말대신 실천이 중요한 때가 왔다고 본다.